[안동유 세상만사]<89>팔짱과 거미줄
[안동유 세상만사]<89>팔짱과 거미줄
  • 국토일보
  • 승인 2016.12.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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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유 팀장 /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기획전략팀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씨(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기획전략팀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팀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팀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팔짱과 거미줄


언젠가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어린이 집 영상을 보는데 아이들이 신나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었다.

커다란 코끼리가 거미줄에 걸렸네.
신나게 그네를 탔다네.

이런 동요다.

거미줄에 코끼리가 걸리다니? 가능할까? 그것도 커다란…. 하지만 아이들은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감성적으로 받아들인다.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춰 보면 정말 신나는 일일 거다. 거미줄을 목숨이 오가는 공포의 생존현장이 아닌 신나는 놀이터로 승화한 거다.

그 코끼리는 ‘좋아좋아’ 랄랄라 노래까지 부른다. 그런 기분을 느끼며 아이들은 신나게 목청껏 노래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냉엄하다. 아이들의 동심을 떠난 어른들의 세계는 처절한 삶의 현장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현실의 거미줄은 작은 곤충들이 아차하는 순간 나락으로 빠져 목숨을 잃는 함정이다.

마치 개미지옥처럼 걸리면 살아남기 힘든 지옥문이요 처절한 생사의 투쟁이 일어나는 생존현장이다.

법을 가리켜 수사망이니 법망이니 그물이나 거미줄에 비유한다. 잘못한 사람들을 그물처럼 둘러싸서 잡거나 끈적이는 거미줄에 걸려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처럼 걸려들게 하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최근 권력 실세라는 사람이 법을 어긴 혐의로 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게 되었다. 프로정신으로 뭉친 집요한 언론은 검찰 고위직 출신인 그 사람이 어떻게 수사를 받을지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 주기 위해 창문을 통해 밖으로 비친 그의 사진을 찍어 그가 수사받는 태도를 조각이나마 보여 주었다.

후배들인 수사관들이 벌떡 일어나서 인사를 깍듯이 하는 모습하며 그가 여유 있게 웃는 모습과 팔짱까지 끼고 후배들을 내려다 보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까지 보여 주었다.

여론은 냄비처럼 들끓었고 그가 특혜를 받는 것은 아니냐며 나아가 그런 수사 방식으로 그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 지 많은 사람들이 비판의 뭇매를 가했다.

수사 도중 쉬는 시간에 잠시 보인 모습이라고도 하고 후배들이 기본적인 예의를 갖춘 것일 뿐이라는 해명도 있다.

모를 일이다. 제대로 수사가 될지는. 워낙 큰 사건이고, 워낙 큰 권력자들이 얼키고설켜서 제대로 수사될지 모르나 우리 검찰의 수사 능력과 의지를 믿어 볼 수밖에….

국회까지 나서서 청문회를 열기까지 했는데 증인으로 소환되어도 나오지 않은 것은 법률전문가라서 허점을 잘 알기도 할테지만 그만큼 실세- 권력이라는 현실의 힘을 많이 갖고 있어서이기도 할 것이다.(종적을 감춰서 현상수배까지 된 후에 언론을 통해 추가 청문회엔 나온다고 했으므로 이 글이 실리는 날엔 청문회에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 결과를 알 수 있을테고 그러면 수사도 어느 방향으로 갈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아테네의 정치인 솔론이 아테네의 정치와 제도를 개혁한 것은 역사 교과서에 실릴 만큼 유명한 일이다.

솔론은 시민들의 불의와 탐욕을 성문법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가 성문법을 제정할 때 아나카르시스라는 사람은 솔론의 이러한 믿음을 비웃었다. 그는 성문법이란 거미줄과 같은 것이어서 약하고 작은 것이 걸려들면 붙잡을 수 있어도 힘 있고 돈 있는 자가 걸려들면 갈기갈기 찢어진다고 말하면서 콧방귀를 뀌었다. 법의 본질에 대한 뼈아픈 지적이다.

우리도 어느 가난한 범죄자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유명한 외침이 있었다. 자신은 가난해서 작은 범죄에도 큰 벌을 받고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큰 범죄를 저질러도 그런 힘을 이용해 법망을 빠져나가거나 작은 벌만 받고 마는 것을 현실적으로 목도한 피를 토하는 부르짖음이다.

두고보자.

많은 힘없는 범법자들이 법망이란 거미줄에 걸려서 살기위해 발버둥치며 벗어나지 못할 때 앞에서 살펴 본 권력실세인 그가 코끼리처럼 여유있게 팔짱을 끼고 법망이란 거미줄에서 신나게 그네를 탈지.

수많은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 봐야 한다. 아니면 그예 거미줄까지 찢어질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