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동산 시장, 충격 조치는 금물
[사설] 부동산 시장, 충격 조치는 금물
  • 국토일보
  • 승인 2009.08.17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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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의 부동산 시장 상황과 관련 “현 단계에서는 추가적인 부동산 규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리고 그 배경으로 “부동산 시장에 일부 이상 징후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정상화를 향해 가고 있는 과정”임을 적시하기까지 했다.

 최근 정부가 수도권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50%로 낮췄는데도 대출이 늘고, 서울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자 LTV 추가 인하와 총부채상환비율(DTI) 확대 등의 대책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단 이런 수단을 통한 추가 규제는 당분간 없는 것으로 정리된 셈이다.

다만 윤 장관은 일부 지역의 전셋값 상승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내며 “필요하다면 이 부문에 대해서는 대책을 내놓을 것”임을 시사했다.

 사실 강남지역 재건축아파트에서 시작된 최근의 집값 상승세는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강남권 일반 아파트는 물론 목동 용산 과천 분당 등으로 집값 상승세가 번져가는 양상인 만큼 과거 부동산 가격 폭등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도 들게 한다.

그런 점에서 집값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지난 7월 초 수도권 지역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50%로 낮춘 1차 처방은 이런 선제적 대응의 면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LTV를 통한 1차 처방이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DTI 규제 카드에 관심을 보이는 움직임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물론 집값 안정만을 생각한다면 고강도 규제조치를 취하면 그만이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이 클 경우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DTI 규제강화를 통해 집값 상승세를 꺾는 효과를 거둔다 하더라도 자칫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막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짙기에 그렇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수요를 감퇴시켜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주택경기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전체 경기회복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소지가 큰 탓이다.

 아직도 서울 외곽이나 지방의 주택경기는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미분양도 쌓여있는 실정이다. DTI 칼을 잘못 휘둘렀다가 자칫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짙다.

 그렇다면 한 달 밖에 안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인하 처방의 효과를 좀 더 지켜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LTV 비율을 더 낮추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을 듯싶다. 거품이 낀 특정 지역만을 겨낭한 ‘정밀폭격’ 역시 다른 대응책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일률 규제가 아니라 보다 면밀하고 미세하게 지역별 집값 동향을 파악함으로써, 어느 지역에 어떤 강도의 규제 수단을 동원해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 그 효과적인 방도를 강구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2.00% 수준에서 6개월째 동결하기로 한 조치는 그래서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다. 이는 아직도 경기 회복을 자신할 수 없다는 시그널이나 다름없다.

부연하자면 아직도 시장 상황은 충격에 약하다는 의미인 셈이다. 그만큼 시장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어 지원적인 정책 대응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주식, 부동산 등 자산 시장의 거품이 걱정스러운 건 부인할 수 없다. 올 들어 저금리를 이용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면서 서울 강남의 일부 재건축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있는 게 그런 사례이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보면 정부가 의도한 경기 회복 효과의 과정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저금리의 호기를 이용한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열기는 오히려 권장되어야 할 측면이기도 하다. 그만큼 거시적 관점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왜곡 현상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한 것이다.

 따라서 윤 장관의 정책적 소신이나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등은 경제를 살리려는 의지가 아직도 유효하게 작동되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에 대한 충격 조치는 금물이라는 인식을 확인케 하는 것으로 받아 들여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