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건설 황 낙 연 부사장
울트라건설 황 낙 연 부사장
  • 김광년
  • 승인 2009.08.1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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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자의 자존심, 생명보다 더 소중한 재산입니다.“

     

기술력은 경험과 양심이 좌우... 엔지니어 자긍심 세워줘야 할 때

대한민국 성장동력은 오직 기술 뿐 제도적 보호장치 마련 시급

반세기 한국건설을 돌이켜보면 일대 큰 획을 긋기에 충분한 명실상부한 기술인생, 분야별로 대표적인 인물들이 존재한다.

이번 주 ‘인물탐구’ 의 주인공은 황 낙 연 씨. 현재 울트라건설주식회사 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는 철도전문가다.

대학교를 마치고 ROTC 공병장교를 거쳐 대우건설에 입사, 사우디 등 해외 주요 현장을 섭렵하며 현장경영의 진수를 돋보이게 한 그는 역사적인 국책프로젝트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의 현장소장으로 재직하게 된다.

그 당시 전 세계의 매스컴을 통해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킨 ‘윤주터널’ 부실공사 파문은 시공업체 잡기 마녀사냥 하듯 정부도 손을 놓고 그저 미국의 컨설팅 회사의 말 한마디에 좌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렇듯 한국건설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지는 긴박한 순간에 그는 미국 회사의 지적에 정면 반론을 제기하며 투쟁에 들어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라며 주위에서도 말렸지만 그의 신념과 의지를 꺽을 순 없었고... 눈물을 삼키며 부실현황에 대한 사실여부를 집중분석하여 한국건설 기술자의 자긍심을 입증한 황 낙 연 박사. 지금도 고속철도를 탈 때면 그 당시의 억울한 감정이 울컥한다고.

“ 그 때 제가 확실히 믿었던 것은 ‘절대 우리의 잘못 또는 부실공사가 아니다’ 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지요. 결국 승소를 해서 억울한 누명을 벗었지만 정말 힘들었던 세월 기억이 나는군요.“

수 백 개월을 해도 안 될 사업을 50개월에 끝낸 불가사의한 현장. 엄청난 공기단축을 통해서 기술의 진가를 발휘하며 한국 토목사의 새로운 기록을 남긴 사건(?)이기에 그에게 있어 경부고속철도는 그야말로 인생을 건 전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정치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공학도 즉 엔지니어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합니다. 형평성의 원칙을 따질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성장동력 기술력 말고 또 뭐 있나요? ”

기술자가 자존심과 자긍심을 갖게 하는 제도적 보호장치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각 국가별 기술정책이 앞서가는 상황인데도 국내에서는 오히려 한국 자체기술을 외면하고 믿지 못하는 풍토가 지속돼서는 21세기 미래부국은 요원할 뿐이라고 경고하는 그의 눈빛에서 한국건설의 위기의식을 읽을 수 있다.

그 동안 32년 건설인생을 재정립하여 지금은 울트라건설 부사장을 맡고 있는 황 낙연 박사.

구조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지만 워낙 오랫동안 공부한 학위인지라 지금도 늘 새롭게 공부하는 자세로 살아가고 있다며 그는 후배들에게 더욱 강조하는 게 있다.

“ 건설인의 기본과 기술자의 양심은 물론이고요. 국가의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공부에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합니다.”

기술자는 기술에 국한하지 말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감지할 수 있는 기본적인 지식도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는 한마디로 답했다.

“ 기술특화, 즉 전문화의 정착이지요. 대, 중, 소 기업들이 공생해야 한다면 부분별, 규모별 전문기술로 무장해서 그야말로 전문업체로 남아야만 생명력이 보장됩니다."

그는 작금 갈수록 심각해지는 건설시장 출혈경쟁에 대해 오직 기술 전문화만이 건강한 산업환경을 조성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아들, 딸 1남1녀를 두고 있는 그에게 가족은 남다르다.

해외와 전국 오지를 넘나들며 현장근무에 정신없는 아버지이지만 멋있게 자라 준 자식들에  감사하고... 더욱이 일 하며 애들 키운 부인에게는 뭐라 할 말 없이 그저 고마울  뿐이라고,

‘ 자식은 나의 거울이다 ’

평소 그가 갖고 있는 철학이다.
“ 이제는 후배 기술자 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전수해 주는 것이 개인적 포부입니다.”

아무런 욕심 없이 나를 팔아 이 땅에 살아있는 기술자가 더 많이 활동하는 산업이 되도록 하고 싶다는 그의 자그마한 욕심이 위대하다.

특히 기술자의 양심과 자존심을 걸고 철저한 국가관을 갖게 하는 게 이 시대 기성세대가 해야 할 당면과제라고 피력하는 그의 온 몸에서 진정한 전문가 한 사람이 크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든든하다.    

인터뷰 : 김 광 년 국장 / knk@cdaily.kr
사  진 : 이 강 현 부장 / lkh@cdail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