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년 칼럼] 교수를 범죄자로 만들지 마라
[김광년 칼럼] 교수를 범죄자로 만들지 마라
  • 김광년
  • 승인 2009.08.0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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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를 범죄자로 만들지 마라

 

최근 한 건설사의 금품로비 의혹으로 가뜩이나 흉흉한 건설산업계가 더 들끓고 있다.

언제부터 뭐가 잘못됐는지 명명백백한 일인데 왜 이리 마음이 착잡한지 모르겠다.

대한민국 건설산업의 제도적 모순점 특히 입찰계약 집행과정에서의 이해할 수 없는 문제들을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걸 바로잡지 못하고 기어코 이런 상황까지 몰고 온 것이 정말 답답할 뿐이다.

그 동안 수 십 차례 각종 세미나 및 공청회서 3~400명으로 구성된 턴키 심사위원의 운영방식에 관해 많은 전문가들이 시급한 개선을 촉구해 왔다.

기 등록된 명단을 놓고 무작위로 선정된 심사위원을 향해 무차별 로비를 해대는 업계의 파상적인 영업방식, 심사위원, 즉 대부분 교수들에게 잘 보여야만 후한 점수를 받고 자사가 공사를 수주할 수 있다는 생사의 논리 앞에 어느 기업이 손 놓고 있겠는가?

기업은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인정하자.

그런데 정부는 왜 이런 엄청난 문제를 안고 있는 제도를 ‘강 건너 불구경 하고 있는지 의아하다.

“심사위원 명단에만 들어가면 가만히 있어도 찾아와서 무서울 정도로 각종 뇌물을 들이대고 갑니다. 때론 양심도 걸립니다만… 이게 관행인 듯 해서 그냥… ”

심사위원에 몇 번 참여했다는 한 교수의 양심있는 고백이다.

문제는 심사위원으로 최종 확정된 것을 본인보다 먼저 알고 007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조직적으로 접근을 한다는 것은 발주자와 은밀하게 정보를 주고 받는다는 사실이다.

이번 일로 특정기업이 비난의 화살을 받을 게 아니다.

주지하듯이 기업은 영리추구가 목적이고 더욱이 건설산업은 수주산업인지라 공사를 수주하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하는 절박한 입장이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마련이다.

사안의 핵심은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는 이러한 제도를 근본적으로 고치지 않고 있는 정부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강단에서 제자들에게 실용학문으로 국가의 미래부국을 짊어지고 갈 수 있게 이끌어주는 진정한 선생님의 자리로 돌아가도록 공공사업의 전반적인 심사제도를 확~ 바꿔야 한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교수는 부업이고 심사가 주업이다’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작금 건설관련 공학교수들에게 심사위원 활동은 매우 위험한 독으로 가슴속에 퍼지고 있다.

이제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 때다.

교수라는 직업을 가진 학자들이 가야 할 자리는 심사가 아니고 학교이고 강단이다.

평가 또는 심사위원 능력 및 자격여부를 떠나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그런 검은 돈 오고가는데 나타나지 않는 게 건설산업 진흥을 위해 도와주는 길이다.

부득히 본인이 아니면 안 될 불가피한 상황에서 평가 또는 심사위원으로 활동한다면 그 때부터 그 사람은 공무원의 자세로 돌아가야 당연하다.

차제에 계류돼 있는 건기법 개정안 처리도 시급히 처리될 수 있도록 국회의 자각을 촉구한다.

물론 전제돼야 할 문제는 정부의 문제의식이다.

몇 년 전에도 무더기로 대학교수들이 설계 및 공사심의 관련 검찰조사를 받고 행정처분된 일이 있었다.

그 당시 일부 교수를 제외하곤 공개하지 않았다. 이유는 교수들의 사회적 책임과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교수들을 독버섯 같은 암적 그늘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살아가는데 그리 어려운 점도 없을텐데 눈치 봐 가며 주위시선 의식하며 떳떳치 못한 모습을 보일 필요 있겠는가?

바라건데 정부는 더 이상 어리석은 정책으로 건설산업을 욕되게 하지 말자. 해외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평가받고 있는 건설산업이 국내에서는 부조리와 비리의 텃밭처럼 비쳐지게 하는 등의 행위는 이번 기회에 뿌리뽑아야 한다.

21세기 중심에서 OECD 국가의 일원으로 참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수가 양심을 팔고 또 교수가 이를 고발하고… 악순환의 연속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이젠 고리를 끊어야 한다.

2009년 8월, 푹푹 찌는듯한 무더위로 짜증을 더하게 하는 장마철 불쾌지수처럼  이번 공공사업 평가와 관련 소식은 매우 기분이 안 좋다.

knk@cdail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