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살 사람만 사자
집, 살 사람만 사자
  • 이경운 기자
  • 승인 2016.11.2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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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청약으로 돈 벌던 시대가 끝났다. 정부가 11.3 대책을 통해 분양권 거래에 직격탄을 날렸기 때문이다.

내용이 알찬 규제이지만 때가 많이 늦었다. 서울 직장인들의 꿈의 집 하남과 남양주 택지지구의 분양이 거의 끝난 시점에서야. 그래도 강남4구 재건축단지들은 영향이 있겠다. 그들만의 리그이지만.

빚내서 집 사던 시대도 끝났다. 금융위원회의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 후속조치’ 때문이다. 이 대책의 골자는 분양받은 아파트의 잔금에 대해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방식. 1금융은 물론 상호금융권과 새마을금고에도 적용된다. 수입이 적으면 대출을 유지할 수 없다. 다음 달에는 총체적 상환능력 심사(DSR) 제도도 도입된다.

이러한 부동산규제는 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야기한다. 두말 할 것 없는 시장침체.

현재의 상황은 이 대책의 파급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첫 수는 금리인상. 이미 주요 시중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렸고, 주택담보대출 최저 금리는 3%에 진입했다. 최고 금리는 5%에 육박했다.

금리상황은 내년도 만만치 않다. 미국발 금리인상 요인. 미국은 12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내년 중 3차례 정도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금리도 이에 영향을 받는다. 내 집 마련에 대출을 많이 받은 사람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리다.

문제는 또 있다. 76만 가구(2017~2018년)에 달하는 입주물량. 수도권에서는 화성시와 시흥, 용인, 김포 순으로 입주물량이 많다. 지방은 역시 세종시이며, 창원과 천안, 청주도 각각 2만 가구에 육박한다.

대단지 입주가 시작되면 주변지역 아파트값이 하락한다. 내 집을 팔고 이주하는 수요가 일시에 몰리기 때문. 그 과정에서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나오기도 하고, 입주하는 새 아파트 값이 내리기도 한다. 매매거래가 순조롭다면 일시적인 현상이겠지만, 시장이 침체되면 걷잡을 수 없는 사고(하우스푸어)가 터진다.

결과적으로 부동산시장의 대변혁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바라는 것은 가계부채 건전성 제고와 부동산투기의 종결. 다만, 그 과정에서 생길 거래절벽과 시장침체가 두렵다.

이같은 문제의 발단은 투기자본과 눈먼 소비자였다. 세종시 공무원들도 분양권을 거래해 한 몫 챙겼으니 말 다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값 폭락이라는 아픔을 겪었음에도, 분양권 프리미엄에 눈이 멀어 계약금만 들고 청약에 나선 모험의 결과다.

이번 대책을 계기로 무리수를 되풀이 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곳에 살고 싶은 사람만 청약하는 모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