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의 세상만사]<84>무협영화와 정치!
[안동유의 세상만사]<84>무협영화와 정치!
  • 국토일보
  • 승인 2016.11.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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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유 팀장 /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기획전략팀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씨(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기획전략팀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팀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팀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무협영화와 정치!

지금은 오락거리가 많고 갈수록 그런 것이 늘어날테지만 예전(80년대 이전을 말한다)엔 마땅한 즐길 거리가 없어서 시간이 나면 참 난감했다. 돈이 많아서 고급 오락을 즐기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별개의 문제라 평범한 서민들에 국한된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서 정통성이 약한 약점을 보완하려고 3S 정책을 써서 그런지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영화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됐고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주는 가게가 동네마다 생겼다.

그래서 영화를 제대로 볼 수도 없었던 시절 주말이면 중국 무협영화라도 빌려보며 하루를 보내는 작은 행복을 누리게 됐다.

한참 캠퍼스를 누비던 그 시절 결혼한 어떤 선배 집엔 늘 비디오 테이프가 10여 개 정도 있었다. 비디오 보러 일부러 놀러가서 선배를 귀찮게 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테이프들 중 시리즈로 아주 긴 이야기가 전개되는 게 있었는데 무협영화의 전형으로 악을 응징하는 정의의 사도가 주인공이다.

나쁜 인간들이 권력을 강화하고 이권을 챙기느라 꼭 원수를 만들고 누군가는 충직한 부하에 의해 겨우 살아나 그런 부모님이나 사부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 열심히 무술을 연마해서 결국은 원수를 갚고야 만다는 그렇고 그런 흔한 무협지의 내용을 가진 영화였다.

악의 축인지는 모르나 그런 악한 세력들이 꼭 무술은 뛰어나고 집단을 이루고 있는 것이 일반 무협 영화의 줄거리이고 이 영화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런 악의 세력을 대표하는 무술집단에 정의의 사도인 주인공이 들어가서 그 동안 연마한 뛰어난 무술솜씨로 두목을 응징하려는데 그 두목이 갑자기 살려달라고 하며 자기는 진짜 두목이 아니라고 한다.

흰 수염을 날리며 근엄하고 위엄있게 부하들을 이끌고 명령하던 모습은 어디로 사라지고…. 조금전까지 이 누각에서 나가면 단번에 쳐 죽인다고 큰소리를 치던 호랑이 같은 위용은 어디로 가고 초라한 쥐새끼처럼 목숨을 구걸하는 싱거운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때 호위무사로 정체를 숨기고 있던 진짜가 어디선가 나타난다.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옆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붙으며 몰래 조직을 관리한 것이다.

지금껏 복종하고 섬기던 모습을 보인 가짜를 단숨에 쳐버리고 주인공과 무술대결을 펼친다. 결말이야 생각도 안 나고 기발한 이야기 전개에 신선함을 느꼈던 기억만 남았지만 지금 생각하니 입맛이 참 씁쓸하다.

작금의 정치 현실을 보며 이 무협 비디오가 떠오른 건 기시감 때문일까?

너무 주관이 뚜렷해서 오히려 고집이 세고 불통인 것으로 보였던 지도자가, 그래서 소통 좀 하라고 국민들이 호소하던 지도자가 사실은 남의 생각에 의해 움직였다니….

심하게 이야기하면 꼭두각시고 좋게 이야기하면 어릴적부터 청와대에 갇혀 살아서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 공주같은 사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 그의 생각이 다 남의 생각이었고 그런 생각에 전국민이 내리눌려서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니…? 권력을 쥐고 있어 감히 제대로 간언, 진언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었던 게 욕심덩어리 일개 아줌마의 생각이었다니…?

난다긴다하는 정치인들도 대통령을 이길 수는 없다고 결국 무릎을 꿇은 것이 안하무인에 기세고 천박한 사이비 종교인의 딸 생각이었다니…?

무협 비디오야 우민정책의 산물이라 한때의 오락거리지만 작금의 정치사정은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서글픈 현실이다.

많은 언론과 정치인들이 비판의 봇물을 쏟아내는데 거기다 더 보탤 일은 아니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패닉에 빠진 것을 어찌 해야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