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의 세상만사]<83>조삼모사!
[안동유의 세상만사]<83>조삼모사!
  • 국토일보
  • 승인 2016.11.07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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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유 팀장 /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기획전략팀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씨(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기획전략팀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팀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팀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조삼모사!

중국 고사성어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전해지나 대개 이야기의 원뜻이 왜곡된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절차탁마[切磋琢磨]와 대기만성[大器晩成]이다.

공자가 시경에 나오는 절차탁마를 열심히 학문을 갈고 닦아 이루어 나가는 과정으로 이야기했지만 원래 시경에서 나온 것은 여인이 자기가 그리는 님의 깎은밤같은 모습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대기만성 또한 큰 그릇일수록 늦게 만들어지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만성은 현재 진행의 시간적 개념이 아니라 이미 이루어진 완료의 개념이고 빈틈이 많고 허술해 보이는 형용사적인 풀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한마디로 천재나 뛰어난 사람은 어딘지 어수룩해 보이고 부족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뛰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그도 어디서 듣거나 배운 것일테지만 도올 김용옥의 강의에서 이렇게 해설하고 있고 그것이 맞다고 보이므로 여기서 인용한다.)

장자에 원숭이를 기르는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그 유명한 조삼모사의 이야기다. 내용은 다 아는 것이니 각설하고….

이 조삼모사의 고사야말로 원뜻이 곡해된 또하나의 이야기다. 우리가 흔히 알고 이야기하는 것이 간교한 꾀로 어리석은 사람을 농락한다는 것이다.

아침과 저녁이란 시간이 무척 짧은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 이런 착시현상을 불러 일으킨다.


이것을 좀 발전적으로 해석한 사람이 고 노무현 대통령이다.(그도 또한 어디서 들은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다.)

똑같은 내용이지만 사람을 기분좋게 해서 이끌어 간다는 것이다. 그의 국정에 대하여 야당이 비판하는데 대한 반박으로 이런 말을 했다.

같은 결과지만 국민들에게 반감이 없게 하거나 반감을 반감하게 하여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견해를 내놓은 철학자 강신주는 원숭이들은(민중과 같은 사회적 약자이고 통치나 대화의) 상대방이므로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으로 조삼모사를 통념과는 완전히 다르게 풀이한다.

어떤 면에서는 노무현 前 대통령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이 견해가 옳다고 본다. 그러면 나아가 이런 해석도 가능하지 않을까?

아침저녁이란 하루를 좀더 긴 시간으로 상정해 보자. 누군가 1년 간 공사를 해 주고 대가를 받기로 했다면 이 이야기는 의미가 달라진다.

계약의 상대방이 공사를 시작할 때 착수금으로 3을 주고 공사를 마치면 4를 준다고 하고 그 누구는 착수금으로 4를, 공사를 끝내면 3을 달라고 했다면 이 이야기는 현실의 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조삼모사는 추상적인 소통의 과정을 말한 그야말로 이야기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당시에 치열한 현실의 타협 과정을 이야기한 피눈물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같은 일을 상대방에게 기분좋게 받아들이게 하는 소통이지만 거기엔 처절한 삶이 들어있는 것일 수도 있다.

작금 사회는 큰 혼란에 빠져 있다. 경제도 말이 아니다. 이럴때 일수록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해서 하나가 돼 나아가야 한다. 얕은 꾀로 사람을 희롱하지 말고 진정으로 상대와 소통해 한마음으로 나아가는 진정한 조삼모사의 고사가 다시 창출돼야 한다.

그러려면 진짜 이해관계를 제대로 고려해 그 사람과 소통해야 한다. 명분만 내세우는 말잔치는 그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