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백옵션의 한계와 주의점
풋백옵션의 한계와 주의점
  • 국토일보
  • 승인 2009.07.27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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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포럼] 노 순 규 한국기업경영연구원장 / 경영학박사

기업을 인수 및 합병(M&A)할 때 활용되는 금융기법인 풋백옵션(Put Back Option)이 최근 수술대에 올랐다.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과도한 풋백옵션이 금융회사의 건전성까지 위협할 수 있어 그에 대한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전에 금융위원장도 국회 업무보고에서 풋백옵션의 개선책 마련을 약속했다.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처럼 과도한 풋백옵션이 그룹의 계열회사는 물론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의 부실로 이어지는 고리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가 풋백옵션을 수술대에 누이긴 했지만 막상 칼을 대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풋백옵션에 대한 규제가 자칫하면 M&A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는 '자유자본주의 국가에서 당사자 사이의 사적 계약을 정부가 왜 규제하려 드느냐'는 논란도 금융위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풋백옵션이란 투자자가 일정한 시점에 주가 등 기업가치가 정해진 수준 이상에 이르지 못할 경우 주식을 M&A 인수자에게 되팔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2009년 7월 2일을 기준으로 볼때 주당 1만2850원에 불과한 대우건설 주식 39.6%를 올 연말에 주당 3만1,500원에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되팔 수 있도록 한 것이 전형적인 사례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어렵사리 인수한 대우건설을 다시 팔겠다고 나선 것도 풋백옵션을 도저히 해결할 방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산업은행과 금호아시나아그룹는 대우건설 공개매각을 위한 실무협의를 시작한다. 물론 풋백옵션이 무조건 덫이 되는 건 아니다.

진로를 인수한 하이트그룹, 하이마트를 인수한 유진그룹 등도 투자자들에게 풋백옵션을 부여했다. 하지만 풋백옵션을 받아주는 데 필요한 자금의 부담이 금호에 비해 크지 않았다.

이처럼 인수기업들이 자칫 ‘독배’가 될 수도 있는 풋백옵션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투자증권 투자은행사업부 관계자는 “인수자금이 부족할 경우 풋백옵션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큰 규모의 M&A에서는 대부분 풋백옵션이 딸려 있다고 봐도 좋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시장의 상황이 좋아 풋백옵션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다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처럼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주가가 급락하고,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풋백옵션이 독약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M&A에 투자할 때 투자 비율의 상한선을 두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는 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 등 특정한 투자자에 대해서만 투자를 제한하거나 풋백옵션의 비율 등을 규제할 경우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 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금융위는 오히려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M&A 활성화 방안을 준비 중이다. 다만, 금융위는 금융회사의 M&A 투자 내역을 보고받아 건전성을 따지는 방식으로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주채권은행이 인수기업의 자금조달 능력이나 재무구조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어느 연구위원은 “최소한 자산관리공사 등 공적 기관이 보유 기업을 매각할 때는 과도한 풋백옵션의 적용 여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는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년 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스스로 만든 '대우건설 인수자금의 함정'에서 자력으로 빠져나올 가능성은 이제 매우 희박하다. 경기가 좋지 않은 지금 수조원의 자금을 들여가며 대우건설을 인수할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에서는 금호생명 본사 빌딩이라도 팔아서 자금을 조금이라도 보탤려는 의사를 지니고 있지만 반년 넘게 빌딩 매수자도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가장 큰 가능성은 산업은행이 사모펀드(PEF)를 조성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경우이다. 그렇게 되면 대우건설은 3년 만에 다시 금융기관 대주주를 맞게 된다.

아울러 앞으로 당분간은 비금융 대주주를 새 주인으로 다시 맞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년 뒤 대우건설의 운명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혹은 회사가 존재할지조차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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