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합공사 개혁, 사장의 소신이 관건
[사설] 통합공사 개혁, 사장의 소신이 관건
  • 국토일보
  • 승인 2009.07.2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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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 두 공기업의 통합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오는 10월이면 마침내 통합공사가 출범하게 된다. 공기업 개혁의 최대 관심사였던 두 공사의 통합은 늦은 감은 있지만 잘된 일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향후의 문제는 통합공사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역할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정립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그리고 문제 해법의 ‘키’는 역시 사령탑을 맡을 통합공사 신임 사장의 역량과 소신에서 가름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리는 판단한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초미의 관심 속에 진행되고 있는 통합공사 사장의 추천 및 선임 과정은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화두가 되고 있다. 우리가 통합공사 사장의 역량과 소신에 각별히 기대를 거는 것은 기관장이 움직이지 않고서는 공기업 조직이 절대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룰 수 없다는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다.
 더욱이 통합공사의 경우 이질적인 두 기관의 막강한 노조로 인해 통합의 취지를 살리기가 그다지 순탄치 않을 전망이기에 더 그렇다. 아직도 일부 노조는 통합이라는 정부 방침에 대항하고 신상에 도움이 안된다고 반발하는 등의 양상을 보이고 있을 정도여서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창돼 왔던 공기업 개혁이 용두사미에 그치고 만 것도 따지고 보면 무능한 경영진을 선임한 탓이 컸었다. 유능한 경영자를 뽑아 맡겼더라면 훨씬 달라졌을 것이라는 점은 민간기업의 사례에서 쉽게 읽혀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역대 정부의 경우를 보면 능력과 일솜씨로만 경영진을 선임하지 않았다. 대부분을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던 인사들의 보은용 자리로 활용했다. 공기업 인사에 낙하산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게 그 후유증이다. 선임될 때부터 하자가 많으면 경영권을 제대로 장악하고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따라서 통합공사 역시 통합의 취지를 살리고 업무의 혁신을 기하자면 신임 경영진에 대한 능력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얼마나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느냐, 공공서비스의 대(對)국민 만족도를 얼마나 개선시킬 수 있느냐를 평가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임기 채우는 게 목적인 경영자, 노조의 비위를 맞추려는 경영자, 일보다는 잡음과 말썽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경영진은 철저히 배제돼야 마땅하다. 개혁을 못하면 물러나겠다는 각오라도 지닌 그런 경영자가 새로 출범하는 통합공사에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목이다.

 아울러 통합공사의 새로운 경영진에게는 통합공사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역할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실천의지의 확립이 요구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자면 우선 거시적으로는 업무의 중복성을 지닌 조직의 과감한 통폐합을 통해 겉모양만이 아닌 실제 기능과 조직 등 내용의 획기적 쇄신을 이뤄내야 한다. 이는 중복 기능을 해소하고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양 기관 통합의 핵심 취지를 살리는 필요 요건이기에 더욱 긴요하다.

 생산성과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는 화학적 통합을 이뤄낸다면 통합공사가 지향해야 할 역할은 역시 공공성을 신장시키는 데 역점을 둬야 할 것으로 우리는 판단한다. 주지하다시피 올 하반기 정부가 집중 추진하는 정책은 서민생활 안정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통합공사 역시 추구해야 할 최고의 존립 가치와 역할을 공공성에서 찾아야 한다면 서민 주거문제의 향상에 각별한 열정을 쏟아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지 않아도 주공과 토공이 하나의 통합공사로 발전할 경우 서민주택 공급 및 관리기관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은 매우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통합공사도 서민 주거안정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통합 이전의 기득권 확보에 집착하고 새로운 비전 제시 없이 개발이익 창출에만 급급한다면 통합공사의 존재 이유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민간 기업이 시행할 수 없거나 시행 의지가 없는 임대주택의 공급과 관리, 국토개발과 보존 등의 공공성을 극대화하는 사업에 모든 역량을 경주해야 할 것이라는 의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