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수요 위축시키지 마라
[사설]실수요 위축시키지 마라
  • 국토일보
  • 승인 2009.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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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부터 은행에서 수도권 지역(서울 인천 경기)의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을 때 적용받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현행 60%에서 50%로 낮아졌다. 대출기간이 10년 이하인 모든 아파트 담보대출에 이 제도가 적용되고, 10년 이상 대출인 경우 공시지가가 6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에만 적용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일부지역에서 부동산 가격의 이상 현상을 보임에 따라 금융감독 당국이 부동산 시장에 흘러 들어가는 돈줄을 죄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LTV 강화 조치가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 제2금융권의 대출규제 강화, 은행 총량규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 더 강도 높은 조치들을 단계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까지 밝히고 있다.

 

풍부한 시중 유동성으로 인해 수도권 집값이 들먹거리면서 당국이 미세조정에 나선 것은 일단 대증요법으로는 적절해 보인다. 집값이 불안정할 경우 정교하게 선제대응 하는 조치는 불가피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고 주택시장 쪽으로 쏠리는 시중의 자금흐름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기에 그렇다.

 

그러나 우리가 걱정스럽게 여기는 것은 일시적인 선제대응보다는 부동산 규제 강화라는 정책기조의 변화 조짐이 몰고 올 부작용과 후유증이다. 구체적으로 적시하면 이런 정책기조의 전환 움직임만으로도 서민과 실수요자들의 타격은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건설 경기를 살리기 위해 부동산 규제 완화에 치중해온 게 사실이다. 그런 흐름이 다시 부동산 규제 강화 쪽으로 방향을 틀 조짐을 보이기 시작해 우려스러운 것이다. 금융감독 고위당국자에 이어 최근 한국은행 총재마저 부동산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분위기에서 규제 강화로 기조 전환 기류는 짙어지는 느낌이다.  

 

수차 경험해 왔듯이 정책 당국의 이런 기류는 일선 금융 창구에 이르면 더욱 확대 재생산되어 애꿎은 서민이나 실수요자들의 자금줄을 죄는 패턴을 띄우기 십상이다.

 

예컨대 이런 기류를 미끼로 은행들의 경우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을 대상으로 우대금리를 폐지해 금리를 인상하거나 이들에 대한 대출제한으로 전체 대출 금액을 줄이는 편법을 곧잘 동원한다. 결국 서민금융을 옥죄고 주택마련을 위한 실수요자들에게만 금융제재의 칼날이 휘둘러지는 폐해를 불러 올 공산이 짙다는 뜻이다.

 

이렇듯 정책기조의 변화는 시장에는 극히 민감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LTV 강화책만 해도 실수요자에겐 규제적 성격을 가질 밖에 없고, 자칫 투기 수요는 잡을지 몰라도 전체 거설 시장에는 직접 부정적 파장을 미칠 수가 있기에 더욱 그렇다.

 

최근 다주택보유자의 전세보증금에 대해 임대소득세를 매기고 재산세 등 부동산 세제까지 전면 재검토하려는 움직임이 고개를 드는 양상은 부동산 정책이 다시 규제 강화로 유턴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아직도 우리 경제는 불투명한 여건 속에 있다. 경기회복의 견인은 그래서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놓일 수밖에 없으며 그런 의미에서 건설· 부동산 경기의 회복은 거의 필수적이라 할 만한 위상을 지닌다.

 

이런 맥락을 감안한다면 특히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경기의 회복 조짐은 어떻게 하든 그 싹을 살려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길게 보면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는 하락 압박 요인이 더 많다. 지금 수도권에는 2기 신도시만 해도 11곳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2012년 무렵에는 무려 80여만 가구의 아파트가 한꺼번에 쏟아질 예정이다. 불과 2~3년 뒤 미분양과 입주 대란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제 아파트 값의 오르내림에 따라 규제 완화와 규제 강화의 냉· 온탕을 오가는 임기응변식 정책은 접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오히려 차분히 주택 수급 상황을 따지면서 2~3년 뒤 주택 시장의 대혼란을 막기 위한 속도조절과 대응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믿는다. 아울러 그러자면 역시 정교한 대책, 신중한 대응, 지속적 관심의 3박자 정책이 절실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