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록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에게 듣는다
류영록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에게 듣는다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6.08.2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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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봉제 도입이 아니라 ‘공무원 인사평가제도’ 강화가 대안이다”

[특별 인터뷰]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류영록 위원장에게 듣는다

“성과연봉제 도입이 아니라 ‘공무원 인사평가제도’ 강화가 대안이다”

■ ‘성과연봉제=해고연봉제’ 효율성 보다 공정한 평가기준 마련 힘써야
■ 성과연봉제, 부작용 더 많아… 글로벌 기업 및 선진국 앞다퉈 폐지
■ 공무원노조는 공직사회 내부 감시기능 役 수행 청렴수준 제고 일익
■ ‘공무원은 국민일꾼’ 국민위해 일하는 의무 제대로 실현하는 토대 만들어야

   
▲ '성과연봉제'는 '해고연봉제'와 같다며, 공무원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도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류영록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공무원의 업무는 효율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민간기업의 성과주의 방식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현재 운용되는 제도만 충분히 활용해도 국가나 국민에게 악영향을 끼친 공무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기에 성과연봉제 도입이 아닌 현 제도의 운영 효율화에 집중해야 합니다.”

국내 공무원들의 공익을 대변하는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의 강성이다.

국민을 위한 일에는 한 치의 주저함 없이 나설 것임을 약속한 그가 최근 성과연봉제 및 강제퇴출제 도입을 추진 중인 정부에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

류 위원장은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깊은 산골에 우편물 한 통을 배달하는 집배원과 도심 고층빌딩에 수백 통의 편지를 배달하는 집배원의 성과가 극명하게 달라질 수 있는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제도 강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는 일례이지만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업무임에도 저성과 평가를 우려한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가 공무를 제대로 집행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됨을 극명하게 보여준 예시다.

류 위원장은 “공무원노동조합이 생기고 난 뒤 공직사회는 노조의 내부 감시기능이 제 역할을 한 덕분에 청렴수준을 높여갈 수 있었다”며 “이번 성과연봉제 철회 및 강제퇴출제 입법화 중단 요구는 결코 ‘공무원의 밥그릇 지키기’가 아닌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공공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위원장에 따르면, 실제로 공무원노동조합은 설립 이후 ‘월급 인상’을 요구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국민을 위한 올바른 정책 추진 등이 힘들어질 경우에만 목소리를 높여 공공성 확보에 총력을 펼쳐왔다.

그는 이번 노조의 목소리가 “공직사회의 이기심으로 비춰져선 안 된다”며 “오히려 현재 마련된 공무원 인사평가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990년 전북 고창군에서 첫 공직생활을 시작한 류영록 위원장은 27년째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 현재 공무원노조 위원장을 맡아 소통 창구 역할에 앞장서고 있다.

2002년 3월 출범한 이후 2012년 100만 공무원을 대변하는 명실상부한 법내 최대 노동조합으로 위상을 다시 한 번 높인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을 찾아 류영록 위원장의 말을 들어봤다.

   
▲ 공노총이 지난 달 국회 정문 앞에서 공투본 발족 출정식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은 류영록 공노총 위원장이 공무원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성과주의 폐지를 외치고 있는 모습.

- 공무원에게 가장 요구되는 덕목은 무엇입니까.
▲ 우리 공무원은 갖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다짐을 바탕으로 청렴한 삶을 살아가는 실천이 가장 중요합니다. 공무원이 바로 국가의 근간이기 때문이죠. 근간이 흔들리면 국가도 흔들리게 됩니다.

따라서 공무원은 근간을 세워 국민에게 참된 봉사를 하겠다는 신념을 지켜야 합니다.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정권으로부터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도 중요한 덕목 중 하나입니다.

이같은 자세와 다짐, 그리고 실천이 뒷받침될 때 정직하게 공무를 처리하게 돼 비로소 국민들로부터 박수와 칭찬을 받는 공직자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부문 성과연봉제를 평가한다면.
▲ 올해 들어 공공부문에 성과연봉제 바람이 광풍처럼 불어 닥치고 있습니다. 특히 대화 없는 일방적인 제도 강행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숨쉬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겉으로는 성과연봉제라고 불리고 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퇴출(해고)을 위한 연봉제에 불과합니다. 해고연봉제라 봐도 틀린 말이 아니죠.

무엇보다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을 볼 때 공공 및 금융 분야의 경우, 노사 간 합의 없이 이사회의 단독 의결을 통해 강제 도입하는 등의 부작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등이 속해 있는 공공부문은 말 그대로 공공성이 생명입니다. 공무원에게는 사회적 약자와 저소득층을 배려해야 하는 국가적 책무가 놓여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오로지 효율성만을 내세운 성과연봉제를 공공부문에 접목시키겠다는 의지는 공공성을 포기하는 것이자 동시에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겠다는 것과도 같습니다.

- 성과연봉제의 문제점은.
▲ 정부가 추진 중인 성과연봉제는 ‘공정한 평가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가장 큰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앞서 성과연봉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려 했던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 세계 각국의 정부나 기업들을 살펴봐도 공정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데 실패했습니다.

특히 사용자의 입맛에 맞는 평가를 하는 부작용을 드러냈습니다. 무엇보다 성과연봉제는 노조 무력화 및 줄 세우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점도 내포해 있습니다.

성과연봉제의 경우, 사용자와 노동자 간 1:1 계약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죠. 그 결과 단체협약이나 취업 규칙의 의미가 사라지고, 최종적으로는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게 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또한 협업의 실종, 갈등, 그리고 반목이 확대되는 부작용이 예상됩니다. 협력을 해야 할 부서 내 동료 간 협업은 사라지게 되는 반면, 경쟁과 대결이 난무하면서 전체적인 생산성은 오히려 저하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이 성과연봉제를 폐기하기에 이르렀죠. 실제로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들과 굴지의 기업들이 성과연봉제의 폐해가 훨씬 크다는 결론을 내리고 폐기한 바 있습니다.

- 자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 정부나 공공기관 내 부서 업무나, 부서 간 업무는 결코 직원 단독으로 일할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협력이 밑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그러나 부서 내 업무성과를 상대적으로 평가할 경우 S등급의 유능한 직원이 몰려 있어도 분명 최하단계인 C등급으로 평가받는 직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C등급 직원만 몰려 있어도 S등급을 받는 직원이 생겨나는 구조로 바뀌게 됩니다.

결국 협업 대신 다른 직원이 책임지고 있는 업무를 교묘하게 방해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실마리가 생기는 셈이죠. 

아나운서, 제작자(PD), 카메라맨, 조명담당자 등 S등급의 직원으로 구성된 ㄱ방송사의 한 제작팀을 살펴봅시다. 절대평가가 이뤄질 경우, 개개인의 직원은 자신이 맡은 일과 프로그램의 높은 시청률을 위해 적극 협업에 나설 것을 예상됩니다.

그러나 상대평가로 바뀌게 되면, 아나운서는 프로그램 구성 회의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PD는 발음하기 어려운 대본을 아나운서에서 건네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카메라맨은 쉽고 익숙한 구도로만 촬영하는 등 새로운 시도는 주저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자신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같은 부서 내에서 적극적인 협업의 자세를 취하는 일이 감소하게 돼 서서히 콘텐츠의 수준이 저하될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방송제작자(공무원)의 협업 감소는 최종적으로 시청자(국민)에게로 돌아가게 됩니다. 물론 방송사(국가)도 큰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말 것입니다.

- 문제점을 지적했는데요,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 다른 분야도 협업이 중요하지만, 특히 공공분야는 협업이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주장하는 성과연봉제 강행보다는 현재의 연공급체계의 문제를 보완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한 공무원의 막말 파동사례만 봐도 징계위원회를 통해 파면이 결정된 바 있습니다. 이는 국가적 손실 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공무원에 대한 징계는 현 제도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무엇보다 어떤 경우라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제도 시행을 강행해서는 안 되고, 노조 등과의 협의를 통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전국 공무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 공무원은 공익을 위한 직분자로서, 기본적으로 국민을 위한 일꾼이 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 분열이 아닌 단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실정입니다.

특히 공무원노동조합도 이제는 하나로 통합된 길을 걸어야 할 때입니다. 이를 위해서 공무원 여러분이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함께 바람직한 공직사회 만들기에 적극 동참해주길 희망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