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의 세상만사]<75>참여와 책임!
[안동유의 세상만사]<75>참여와 책임!
  • 국토일보
  • 승인 2016.08.22 0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동유 팀장 /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기획전략팀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씨(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기획전략팀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팀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팀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참여와 책임!

오래전 학창시절 신진 사학자로 꽤 알려진 젊은 교수님이 학보에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방과 후 연구실에서 조용히 연구를 하려는데 타과의 학생들이 무슨 작업을 하는지 시끄러운 망치 소리에 집중을 할 수가 없어서 학생들에게 좀 조용히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뭔 행사 준비를 해야 해서 꼭 작업을 해야 하는데 낮엔 수업을 받아야 해서 방과 후에 할 수 밖에 없다고 학생들이 항변했다고 했다.

그래서 교칙을 살펴보니 방과 후에 작업을 하려면 사전에 학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있으며 학생들도 교칙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는 논조로 글을 맺었다.

하지만 어느 학생도 그런 교칙이 있는지 몰랐고 누구도 교칙 한번 살펴 본 적이 없다.

교칙은 학교가 설립되었으니 장식처럼 구색맞추기로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뿐 아무도 피부로 의식하며 학교 생활을 하지는 않았다.

교칙이 학교라는 사회의 법이라고 본다면 그 교수님의 글을 읽고 법학도로서 좀 부당한 느낌이 들수 밖에 없었다.

신진 법학자로 그 교수님만큼 유명했던 교수님이 수업 중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법은 국민에게 실제로 접근 가능성이 있어야 유효한데 북한은 법전 자체를 공개하지 않아 법치국가로 볼 수 없다.”

그럼 어려운 한자 투성이인 우리 법은 과연 접근 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이 들면서 생각이 교칙에 미쳤다. 교칙은 학교의 구성원인 교수, 직원, 학생에게 다 열려 있어야 하고 적극적으로 알려져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규범이 만들어질 때 구성원 모두에게 참여의 길이 열려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래야 그 구성원들에게 준수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권위주의 시대 구속과 금지 일색의 규범과 규칙들이 일방적으로 만들어졌고 교칙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학생들의 자율적인 활동과 전혀 동떨어진 교칙이 만들어졌고 학생들은 그런 교칙엔 아무 관심도 없이 관습과 상식에만 입각해서 활동을 했다.

그래서 글을 기고한 사학과 교수님은 교칙 준수를 요구하지만 학생들은 그런 교칙 따윈 안중에도 없게 된 것이다.

거창하게 미국독립 혁명의 모토가 ‘대표없는 곳에 과세없다.(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ve.)’란 사실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모든 규칙은 구성원의 동의하에 만들어져야 한다는 건 자명한 이치다.

최근 이화여대에서 일어난 꽤 시끄러운 일이 지면에 보도됐다.

내용인즉 학교측이 몰래 평생교육단과대학을 설립해 학위 장사를 하려 한다는 이유로 학생들이 떼로 몰려가 교수와 교직원을 회의실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대는 연대와 함께 오랜 역사를 가진 학교라 역사 교과서에 그 설립 연원이 나오기도 하는 학교다.

최고의 여대라는 이대생의 자부심은 웬만한 남자들은 한번씩 겪어 봤을테고 영화 타짜에 김혜수가 “나 이대나온 여자야”라고 명대사를 남겨 한때 인구에 회자되기도 했을 정도로 이대는 명문 여대의 대명사였다.

그런 자부심으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사람과 같이 학교를 다닐 수 없다는 내면의 심리가 깔려 있을 수도 있지만 못지않게 학생들의 반발을 산 것이 학생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일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법도 그렇고 규칙도 그렇고 구성원의 동의를 얻어야 유효하듯 어떤 정책도 구성원의 동의를 얻어야 정당성을 확보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어떤 조직도 그 구성원을 무시하면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힘없는 한 사람, 한 사람이지만 분노하면 거센 파도로 몰아친다. 졸업생까지 가세하여 총창 퇴진을 외친 이대 사태는 대학사에 남을 듯하다. 미국독립이 그러했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