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그렇게 급한가
4대강 사업 그렇게 급한가
  • 국토일보
  • 승인 2009.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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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 김 성 순 의원 / 민주당 / 국토해양위원


  정부는 ‘4대강이 방치돼 훼손되고, 하천바닥이 썩어가고 있어 4대강 정비는 반드시 해야 할 사업’이라고 하면서 지난해 12월 29일 안동을 시작으로 충주, 부산에서 첫 사업을 떴다.


그리고 172만6천㎡ 규모의 구미 낙동강 둔치 정비, 곧 축구장 10개, 야구장 2개, 풋살장 5개 등 국내 최대 규모의 체육시설과 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지난 3월13일 착공식도 없이 무슨 군사작전 하듯 해치웠다.

 

구미의 낙동강 둔치 정비사업은 정부가 4대강 사업 선도지구로 지정한 전국의 12곳 가운데 하나인데, ‘환경정책기본법’에서 규정한 사전환경성검토도 거치지 않고 공사를 착수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6월8일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확정했는데, 필자가 아는 한 22조가 넘는 대역사의 마스터플랜을 단 6개월 만에 완성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없다.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 세상 날아가 버릴 듯 급한 사업이라면 또 몰라도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일본의 하천복원 전문가인 이시카와 미키코 도쿄대 교수는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1960년대식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이 정도 사업이면 적어도 계획에서 실시단계 때까지 10년 이상 20년은 걸려야 한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절차상 하자 및 위법성 논란
유역종합치수계획의 범위안에서 수립해야


하천공사는 하천법 등 법적 근거에 의해 시행돼야 하며,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은 상위계획인 유역종합치수계획과 최상위계획인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이 전제돼야 한다.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은 유역종합치수계획의 기본이 되며, 하천정비기본계획은 유역종합치수계획의 범위 안에서 수립해야 한다.


그러나 4대강 마스터플랜은 유역종합치수계획과 하천기본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한 것이어서 불법성 논란을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은 지난 2006년 수립됐지만, 유역종합치수계획이 수립된 곳은 지난해 12월에 고시된 영산강뿐이다. 한강, 금강, 낙동강의 유역종합치수계획은 아직 수립.고시되지도 않았는데 하위계획을 먼저 수립했다는데 문제가 있다.


특히 낙동강 유역종합치수계획의 경우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보완 용역을 시행했으며, 그 결과를 충실히 반영해야함은 물론이다.


정부는 이 마스터플랜은 사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신개념의 포괄적 계획이고, 이에 따라 법정계획인 유역종합 치수계획과 맞추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계획을 세우는 것이야 법률이 없어도 할 수 있지만, 막대한 예산을 쓰는 계획이라면 법률 지침과 근거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더욱이 유역종합치수계획에는 하천에 영향을 미치는 개발사업과의 문제점과 주요 지점별 홍수 할당량 등이 지정되고, 하천기본계획에는 계획홍수량과 홍수위, 홍수방어계획과 자연친화적 하천 조성계획 등이 담겨져 있다. 따라서 체계적인 홍수예방 및 치수와 이수를 위해서라도 상위계획의 준용은 필수적이다.


정부의 국가재정법 시행령 개정 위헌소지
4대강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부터 거쳐야


뿐만이 아니다. 현행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5백억원 이상 국책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막대한 국가재정을 요하는 사업임에도 이를 받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지난 3월25일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고쳐 예비타당성 조사의 면제 대상을 크게 확대, 애초 제외 대상에 ‘재해복구 지원’으로 돼 있던 조항을 ‘재해예방. 복구지원’으로 고쳐 재해예방 사업을 새로 포함시켰다.


또 ‘지역균형발전, 긴급한 경제 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으로서 기획재정부장관이 정하는 사업’도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케 했다. 실제로 지난 3월31일 총사업비 6,500억원, 건축연면적 39만6천㎡ 규모의 ‘글로벌대학 캠퍼스 건립사업’이 기획재정부장관이 정한 사업으로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됐다.


따라서 국가재정법 시행령 개정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대부분이 보설치, 강둑 보강, 하천 준설 등 재해예방을 위한 치수사업인 만큼, 개정조항에 따라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빠지게 될 것이 뻔하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국가예산을 부실하게 쓰는 것을 막기 위해 1999년에 도입한 제도로서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추진된 총 378건, 사업비 총 179.9조원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수행해 이중 43%인 162건에 대해 사업타당성이 미흡한 것으로 조사될 만큼, 이 제도는 국가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케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의 대부분이 이 제도를 비켜갈 경우 국가예산의 낭비와 비효율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에 대해 국회 예산정책처에서도 “장관의 승인만으로 법률상 의무인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지 않도록 한 것은 헌법 제75조 ‘시행령은 법률이 위임하는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헌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또한 ‘환경정책 기본법’에 의하면 대규모 토목 건축사업을 시행할 때 사전 환경성검토가 없으면 공사를 할 수 없음에도 이미 공사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사전환경성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10월까지 환경 평가를 마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환경성검토는 춘하추동 4계절에 걸쳐 실시돼야 하고, 사업의 규모와 내용이 확정된 지금의 여건에 맞추어야 하는데 6개월 두 계절로 마무리 하는 것은 무리다.

 
연말 착공, 대통령 임기내 완료목표 속도전
친환경적 민주적 4대강 사업으로 전환해야


사회적 합의도 지극히 형식적이다. 제대로 공청회 한번 열어 보지도 못하고 부랴부랴 마스터플랜을 확정지었다. 크고 어려운 일일수록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민주적 절차가 꼭 필요한데 왜 이렇게 급히 서두르고 있을까?


6개월 만에 만든 4대강 마스터플랜을 조기에 발주하여 3~4개월 후 착공, 이명박대통령 임기 내에 완료하겠다고 조급하게 서두르고 있어, 국민여론 수렴은 차지하고 전문가들이 검증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는 실정이다.


반환경적 반민주적 4대강 사업을 친환경적 민주적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난 1월 국토해양부가 실시한 4대강 유역주민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4대강 사업이 대운하와 관련이 있고,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는 응답이 대다수였다.


시간적 여유를 갖고 4대강 유역주민과의 토론과 참여를 통해 무엇이 진정으로 4대강을 살리는 길인가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 27일 ‘4대강 살리기 합동 보고대회’에서 “반대자의 의견도, 또 반대를 위한 반대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말 대통령 마음에 있는 말인지 의심스럽다.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이다. 강은 한 번 훼손하면 되돌리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