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환의 세상만사] 럼주(Rum)
[안종환의 세상만사] 럼주(Rum)
  • 국토일보
  • 승인 2009.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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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삼미 대표이사 / 공학박사 / APEC 공인컨설턴트 / 기계기술사

  럼주는 대부분 병에 붙여진 라벨이 돗단배 또는 애꾸눈 선장이다. 이 술은 16세기초, 에스파냐에서 서인도제도에 있는 소(小)앤틸리스제도의 바베이도스섬으로 이주해온 사람들이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그 뒤 자메이카섬에서 설탕공업이 급속히 발달하였고, 그에 따라 사탕수수·당밀을 사용하는 증류공업도 발달하여 자메이카 럼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서인도제도에서 만들어진 럼은 18세기에 영국 해군의 보급품이 됐으며 18세기 중엽 미국에서는 뉴잉글랜드의 매사추세츠주 등지에 많은 럼 제조공장이 있었다.

 

럼주의 종류로는 럼주는 산지나 제조법에 따라 헤비·미디엄·라이트의 3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헤비럼은 색깔이 짙고 향미가 강한 술이며, 자메이카 럼이 대표적이다.

 

미디엄럼은 헤비럼보다 색깔이 엷고 향기도 약하다. 남아메리카의 가이아나지방에서 생산되는 데메라라 럼, 서인도제도의 마르티니크섬에서 생산되는 마르티니크 럼이 유명하다. 미국산인 뉴잉글랜드 럼도 이 타입이다.

 

라이트럼은 색깔이 엷고 향미가 원만하다. 서인도제도 쿠바섬의 쿠반 럼, 푸에르토리코섬의 푸에르토리칸 럼이 알려져 있다.
오늘날 럼주는 과거처럼 화려한 명성은 없지만 꾸준히 생산되고 있으며 많은 일화들이 전해 내려온다.

 

영국해군이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무찌르는데 럼주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설이 있다. 그 당시 배는 노예들의 힘으로 노를 저어 추진하는 수준으로 노예들의 건강과 배의 기동성은 비례관계에 있었다.

 

그런데 몇 달씩 바다한가운데서 중노동을 하던 노예들은 갑자기 피를 토하고 죽는 경우가 많아 군 당국이나 노예나 모두 두려워하고 있었다.

 

영국해군은 이 원인을 밝혀냈는데 오늘날 각기병으로 불리는 병으로 비타민C의 결핍에서 온다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거친 해상생활을 견딜 수 있도록 비타민C를 주기적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연구하던 군 당국은 럼주가 비타민C의 덩어리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이를 전 해군에 공급함으로 건강한 노예를 통한 기동력 향상으로 무적함대와의 해전에서 승리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일화로 서부개척 영화에 등장하는 크린트이스트 같은 주인공들이 노을지는 석양을 바라보면서 담배갑보다 조금 큰 휴대용 술통을 입에 대고 마시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이 또한 서부개척을 위해 들판을 달리다보면 부족해지기 쉬운 비타민C를 공급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나에게도 럼주의 경험이 있다. 필리핀 출장 중에 태풍을 만나 꼼짝못하고 이틀을 호텔에서 지낸적이 있다. 그때 현지인이 냉동 참치와 함께 가지고 온 술이 럼주였다.

 

처음에는 우리나라 럼주처럼 마시고나면 머리가 쑤시듯이 아픈 술로 기억되어 사양하였다. 그때 현지인이 럼주의 역사를 대강 알려주었고 럼주의 진가와 돗단배와 해적이 그려져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좋은 럼주는 머리가 아프지도 않고 개운한 좋은 술이라는 결론을 얻게 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리나라가 1인당 연간 14.4ℓ의 알코올을 마셔 세계에서 2번째로 술 소비량이 많은 나라라고 발표하여 온 국민을 경악하게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자료는 잘못된 것이란다.

 

who가 세계 각국별 알코올 소비량을 집계하는 과정에서 한국에 대해서는 소주의 원료인 주정까지 주류로 분류하여 포함시킴으로써 그만큼 2중으로 과대 계산하였기 때문이란다.

 

인터넷을 검색해 본 바 우리나라의 1인당 술소비량은 6.9ℓ로 세계순위 20위쯤에 해당된다. 이 순위가 지속된다면 국민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

 

이제 술도 기능성 술로 발전시켜 몸에 좋은 보약이 될 수 있도록 개발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 마치 비타민 C를 공급해주는 럼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