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벌써 규제의 칼날을 세우는가
[사설]벌써 규제의 칼날을 세우는가
  • 국토일보
  • 승인 2009.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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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담보대출 시장을 놓고 은행들의 경쟁이 심해질 조짐이 나타나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 움직임이다. 최근 금융위원회의 고위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은행들의 자산 확대 경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무리한 대출 확대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단계별로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아직 공식화된 것은 아니지만 이런 기류에 편승해 벌써부터 현재 서울 강남3구에만 적용되는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등의 소문이 무성하다. 그리고 이런 규제 관리설 만으로 가뜩이나 침체되어 있는 지방 부동산 시장은 더욱 얼어붙는 냉기류에 휩싸이는 형국이다.

 

더구나 경제가 확실히 회복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은행대출을 죌 경우 결국 그 고통은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온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까지 높아가고 있다.

 

물론 부동산 투기의 폐해가 워낙 심대하다는 점에서 사전적 대응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부동산 때문에 입은 피해가 너무나 크기에 그렇다. 그렇기에 어떤 경우에도 부동산 가격이 버블로 가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조명해 보면 최근 서울 강남과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거래량이 늘어나고 청약 과열 조짐이 나타나면서 집값이 다소 불안스런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은 주시의 대상이 될 만하다.

 

뿐만 아니라 현재 시중에 풀린 800조원 규모의 엄청난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릴 경우 집값과 땅값이 오를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도 우려스런 요인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사전적 대응에 신경을 쏟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결코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고 우리 또한 걱정스럽게 여기는 것은 정책 대응 방식의 경직성 때문이다.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규제 강화와 완화를 반복한 이른바 ‘냉· 온탕식 정책’이 결정적 작용을 했음을 우리 모두는 기억할 것이다. 이런 행태는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켜 경제 발전에까지 많은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게 전문가들 대부분의 평가다.

 

현 정부로 시선을 돌려보면 출범한 지 1년 남짓 만에 건설·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종부세· 양도세 완화, 전매제한 완화. 재건축· 재개발 규제완화 등으로 법적· 제도적 빗장을 거의 풀었다. 그러자 일부 여론으로부터 이것이 부동산투기를 부추겨 경제 운영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정치적 딜레마에 빠지고 부동산 시장의 불안조짐이 가세하자 돌연 규제의 기세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분명한 조언이지만, 이제 정부는 일부 지역에 투기 조짐이 있다고 해서 과거 정부와 같이 전국적이고 무차별적인 거래 규제나 세금 강화에 나서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역대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면서 무차별적으로 규제를 강화한 결과가 어떻게 됐는가. 부동산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왜곡시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았는가.

 

특히 지방 부동산 시장의 타격은 치명적이었다. 현 정부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금 우려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만 해도 많이 늘고는 있지만 상당액이 생활비 충당이나 금리가 높은 2금융권 대출을 갚기 위한 용도인 것으로 나타난 점도 이런 신중성을 요하는 대목일 수 있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짧아지고 있는 현상 등은 집값 급락 때 부실 위험이 높다는 점에서 대응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는 곧 부동산 시장에 대한 대응이라기보다는 은행 등 금융권의 건전성을 높이는 차원에서의 정책적 구사로 접근해야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차제에 우리가 기대하는 부동산투기 억제책은 전국적이고 무차별적인 냉· 온탕식 정책을 지양하면서 투기 조짐이 있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적· 신축적으로 대응했으면 하는 것이다. 이것이 경제에 주름살을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잡을 수 있는 정책이라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