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게 사는 생활법률 상식] <57>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똑똑하게 사는 생활법률 상식] <57>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 국토일보
  • 승인 2016.07.1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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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호 변호사 / 법무법인 열림

 
똑똑하게 사는 생활법률 상식

결혼, 부동산 거래, 금전 대차 등 우리의 일상생활은 모두 법률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법을 잘 모르면 살아가면서 손해를 보기 쉽습니다.  이에 本報는 알아두면 많은 도움이 되는 법률상식들을 담은 ‘똑똑하게 사는 생활법률 상식’ 코너를 신설, 매주 게재합니다.
칼럼니스트 박신호 변호사는 법무법인 열림의 대표변호사이자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겸임교수로 상속, 이혼, 부동산 등의 다양한 생활법률문제에 대한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박신호 변호사 / 법무법인 열림 / legallife@naver.com 

■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명예훼손죄,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사실 적시해 명예 훼손한 죄
모욕죄는 추상적 판단이나 욕설 등으로 명예 훼손한 죄

“발 없는 말이 천리간다”,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 “말이 씨가 된다”, “남아일언중천금” 등 우리나라에는 말의 중요성을 담고 있는 속담이나 격언이 참 많다.
그만큼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말이 중요하고,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인데, 최근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말의 중요성을 잊어버린 공직자들의 망언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일차적으로는 공직사회의 기강이 흐트러진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공직사회의 기강이 흐트러진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나라가 사회 전반적으로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있는 것에 근본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망언은 단순히 파면 등의 조직상 문제 및 도의적인 차원의 문제만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형사적으로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도 있다. 명예훼손죄와 모욕죄가 그것이다.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는 근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말하는 ‘명예’를 공연히 훼손하는 범죄인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명예훼손죄는 그것이 사실이든 허위이든 ‘구체적 사실관계’를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인데 반하여, 모욕죄는 그러한 구체적 사실관계를 적시하지 않고 추상적 판단이나 욕설 등으로 명예를 훼손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에서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공연히’라는 구성요건은 가해자와 피해자 단 둘만 있는 공간에서 비밀스럽게 이루어진 행위가 아닌 공개적으로 이루어진 행위를 처벌한다는 의미인데, 이에 대해 대법원은 “명예훼손죄에서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더라도 이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하지만, 이와 달리 전파될 가능성이 없다면 특정한 한 사람에 대한 사실의 유포는 공연성이 없다(대법원 2011.09.08. 선고 2010도7497 판결).”라고 판시하여 이른바 “전파성의 이론”에 따라 여러사람의 다중이 있는 공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한 사람 또는 소수의 사람들만 있는 곳에서 명예훼손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이러한 사실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명예훼손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른바 ‘사이버 명예훼손’이라고 해서 인터넷의 카페나 블로그 등에 올린 글 또는 그에 대한 댓글을 통한 명예훼손이 문제되는 경우가 많은데, 자기 혼자만 볼 수 있는 비공개 글이 아닌 한은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처음부터 다중이 접속할 수 있는 공간이므로 공연성 요건이 충족되는 행위임은 물론이다.

그런데, 최근에 한 공직자가 민중을 개·돼지로 표현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러한 경우 이를 국민들에 대한 명예훼손죄 또는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있다.

우선 민중(국민)이 개·돼지라고 표현한 것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적시한 것이 아니므로 이는 명예훼손죄가 아니라 일응 모욕죄의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특정이 되지 않고 집합적 명사를 사용한 경우에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인데, 이와 유사한 사례가 얼마 전에 대법원의 판단을 받은 적이 있다.

그것은 한 국회의원이 공개석상에서 “아나운서를 하려면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 ○○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하더라.”라고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된 사례인데, 이에 대해 제1심 법원과 제2심 법원은 모욕죄 성립을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이른바 집단표시에 의한 모욕은, 모욕의 내용이 집단에 속한 특정인에 대한 것이라고는 해석되기 힘들고, 집단표시에 의한 비난이 개별구성원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어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모욕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봄이 원칙이고,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지 않아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으로 평가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모욕이 성립할 수 있다. 한편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구성원 수가 적거나 당시의 주위 정황 등으로 보아 집단 내 개별구성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때에는 집단 내 개별구성원이 피해자로서 특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구체적인 기준으로는 집단의 크기, 집단의 성격과 집단 내에서의 피해자의 지위 등을 들 수 있다(대법원 2014.03.27. 선고 2011도15631 판결).”라고 판시하면서 이와 같은 발언은 피해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까지는 이르지 아니하므로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례에 비추어 볼 때, 문제의 공직자의 발언은 ‘민중’이라는 피해자가 너무 광범위해 형법상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올 수도 있으나, 아나운서 발언 보다도 그 모욕의 수위가 훨씬 높다는 점에서 보면 모욕죄 성립이 가능할 수도 있는 사례라고 보인다.

물론 이는 순수한 형사적인 처벌이 가능한가의 문제이고 국민을 개·돼지에 비유한 공직자가 그에 합당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결론에는 누구도 이론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