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 세상만사]<71>브렉시트의 정치학
[안동유 세상만사]<71>브렉시트의 정치학
  • 국토일보
  • 승인 2016.07.11 08: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동유 팀장 /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기획전략팀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씨(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기획전략팀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팀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팀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브렉시트의 정치학

인간인 우리에겐 잘못된 인식이 많다. 일반화의 오류와 같은 건 잘 알려진 것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빠지는 것이다.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흔히 민주주의로 일컬어지는 그리스의 Democracism도 사실 민주주의라기 보다는 대중정치로 번역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삼권분립과 의회주의, 법치주의 및 적정절차 보장 등을 내용으로 하는 오늘날의 민주주의완 전혀 다른 모습을 띠기 때문이다.

심지어 소크라테스는 중우정치라고 표현했다.

그러니 현대를 넘어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민주주의란 단어가 주는 마술에서 풀려나야 당시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많은 선거를 치러 보며 느끼는 건 오늘날의 민주정도 본질적으로 중우정치에 다름없다는 느낌이 강하다.)

소크라테스의 제자 플라톤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정치학에서 이리 표현했다.

“Democracy is the worst political system without other political systems.”

30여 년 전 교양 과목인 정치학 교수님의 고집으로 영어 원서라는 어려운 과정을 맞게 된 법대생 새내기들은 부분별로 해석을 나눠 맡았는데 이 부분을 제일 난감해 했다. 중론이 “민주주의는 다른 정치 제도를 제외하면 가장 나쁜 정치제도, 곧 가장 좋은 정치제도”라고 했다는 것이다.

노장사상에 푹 빠져있던 당시라 이는 민주주의가 가장 좋은 정치제도지만 정치 자체는 나쁜 것이라고 한참 핏대를 세웠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나중에 소크라테스가 대중정치를 경멸했음을 알게 되고 이 말은 민주정(이른바 그리스의)이 중우정치로 흐를 수밖에 없음을 나타낸 말로 이해됐다.


(우리나라 어떤 책에도 안 나오고 어떤 선생님도 안 가르쳐 준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대한 죄명은 위험한 사상을 젊은이들에게 전파한 것이고 그 사상이 뭔지는 더더욱이 가르쳐 주는 학자 하나 없었지만 혼자 책을 보다가 깨달은 것이 소크라테스가 민주정을 반대하고 귀족정을 옹호했다는 것이 그 위험한 사상의 실체였다는 것이다. 참 어이없는 나라다. 분명히 형벌을 받을 땐 죄명이 있을텐데 아무 설명도 없이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들고 죽으며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했다고만 아무 근거도 없이 말해지는 이 나라는. 왜 죽었는지는 의문을 가질 수가 없었다. 수천만 학생이 수십년 배출됐지만.)

대중은 현명하기도 하지만 어리석다. 그런 대중들이 다른 대중을 상대로 정치를 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

바보 같은 사람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더 바보 같은 많은 사람들을 선동하면 제대로 된 판단 없이 휩쓸려 가서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문제는 그 잘못을 전혀 깨닫지 못하거나 그 원인을 전혀 깨닫지 못하는 것이고 더 문제는 그런 잘못을 매번 반복한다는 것이다.

진리는 다수결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회사의 야유회를 산으로 갈 건지 바다로 갈 건지는 다수결로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소금을 물에 넣으면 녹는지 아닌지는 다수결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얘기해도 아닌 건 아니다.

최근 영국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보면 전형적인 중우정치라고 보인다. 여러가지 사정이야 있을 터이고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그 결정 과정은 제대로 된 이성이 아니라 격정적인 훌리건의 난동 같은 느낌이다.

나라가 갈라져 팽팽하게 싸우고 의원이 살해되기도 했다. 차분한 이성적 토론과 협의가 아니라 감정과 국수주의의 광기가 지배했다. 브렉시트는 영국이 EU뿐만 아니라 이성에서 빠져 나온 듯이 보인다.

중우정치의 어리석음이 소크라테스의 그리스 이래 지금까지 유령처럼 우리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