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설산업 선진화의 계기로
[사설] 건설산업 선진화의 계기로
  • 국토일보
  • 승인 2009.06.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년 6월18일은 건설 가족의 생일임을 상기시키면서 아울러 반성과 새로운 분발을 촉구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때 만은 웬만한 고충이나 고민도 축하 및 기념행사의 분위기 속으로 녹아드는 게 상례였고 오히려 이런 생일 기운을 바탕으로 새로운 의욕과 희망을 분출시키는 모양세를 띠어 왔다.


 각종 관련 세미나가 성대히 개최되고 미래 건설 산업의 발전 방향이 구체적으로 모색되는 등의 이벤트가 풍성했던 것도 앞날의 밝은 청사진에 대한 기대가 컸던 탓이었음은 물론이다. 사실 이런 기대감은 건설 산업의 지난 60여년을 돌아보면 더욱 분명해 진다.


 이 기간은 건설 산업 발전의 역정(歷程)이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성장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60년대 이후 30여년의 고도 압축 성장의 배경에는 분명 건설인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스며있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 만큼 생일인 ‘건설의 날’을 맞는 건설인들의 자부심은 클 수밖에 없고 미래 궤적에 대한 기대 역시 부풀 수박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맥락의 분위기와는 달리 기대에 부풀어야 할 올해 ‘건설의 날’은 오히려 산업 자체가 존망의 위기의식 속에 사면초가의 궁지에 몰리면서 자탄(自歎)에 빠지는 망연자실한 형국이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건설 기업의 부도와 도산이 가장 극심했던 데다 정부와 금융권이라는 타율에 의한 건설기업의 구조조정 또한 전례 없는 강도로 몰아치면서 건설업계엔 비명만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 이런 분위기를 극명하게 대변해 준다.


 사상 최대의 아파트 미분양 사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문에 의한 세계적인 금융위기, 원자재 가격 폭등의 가세 등 악재란 악재는 일거에 몰아닥치면서 건설업계를 한계상황으로 내 몰은 탓이다. 그야말로 망연자실한 ‘건설의 날’일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정도로 각종 악재에 시달리면서 경기여건마저 바닥을 모를 정도로 내리막만 걷게 되자 건설기업에 대한 신뢰도까지 최악의 수렁으로 추락, 그야말로 기대난망의 업종으로 치부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정부도 건설부동산 부문의 경기 부양이 경제회복의 견인이라는 정책 기조 아래 각종 부동산 규제를 잇달아 철폐하는 등의 열의를 보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건설부동산 업종에 대한 신뢰 측면에서는 오히려 부정적 역할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불만도 지울 수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이는 이제까지의, 그리고 현실의 건설생산 체계나 산업구조가 시장의 힘이 아니라 과도한 정부 규제에 의해 형성되어 있다는 비효율성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기야 냉정히 따져들면 건설기업 신뢰 추락의 원죄는 건설업계에서 짊어져야 마땅하다는 게 우리의 시각이다. 아울러 아직도 신뢰를 회복하려는 건설업계의 노력에 미흡한 점이 한 둘이 아님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의 건설업계만큼 국민경제적 시각에서 그 신뢰도가 바닥을 기게 하는 경우는 없었다는 점에서 위기감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정부, 기업, 가계라는 3각 경제주체들 사이에서 건설업에 대한 불신이 지금처럼 심했던 경우를 우리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배경의 일단에는 정부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제부터라도 건설업의 신뢰회복에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 당국이 나서 줄 것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동일한 경기위축선상에 있는데도 유독 건설업에 대한 금융권의 대출만이 크게 둔화되고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건설업을 가장 먼저 손봐야 할 업종으로 부각시킨 정책 당국의 처사와 무관치 않은 사례 등을 유의할 필요가 있을 듯싶다.


 자율과 경쟁을 기치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라면 건설 산업을 ‘경쟁 패러다임’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라도 건설 산업의 신뢰회복에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믿는다.

 

이른바 건설 산업 수준에서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거시적인 규제 완화로 접근하는 것이 곧 건설 산업 선진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