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기업 -배수설비 자재 전문 (주)청완산업
화제의 기업 -배수설비 자재 전문 (주)청완산업
  • 강완협 기자
  • 승인 2008.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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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상 이중배관 시공 ‘화장실 소음’ 분쟁 ‘끝’

시설 설치·보수 간편 건설업계 주문 쇄도

지속적 R&D 투자 제품 개발 8년만에 출시

업계 최고 연구소 설립···경쟁력 강화 매진

 

사례 # - 지난 1993년 S공사가 분양한 아파트에 입주한 767세대 주민들은 입주 초기부터 아래·위층의 화장실 소음으로 인해 숙면 방해 등 생활에 큰 불편을 겪어 왔다며 분양업자와 시공사를 상대로 하자 비용 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서울지방법원은 아파트의 건축구조상의 하자를 인정해 보수 비용 상당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에서 층간 소음이 가장 큰 곳 가운데 하나가 화장실과 욕실이다. 실제로 한밤중에 위층 욕실에서 물 내리는 소리에 놀라 깨거나, 위층 욕실 소음으로 인해 서로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화장실 소음으로 인한 시공사와 입주자 또는 아래·위층간의 마찰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 최해권 대표이사.
국내 한 중소기업이 이러한 화장실과 욕실에서의 물내림으로 인한 소음문제를 완벽히 해결해 화제가 되고 있다.

 

다름 아닌 배수설비 자재 전문업체인 (주)청완산업(대표이사 최해권)이 바로 그 곳. 이 업체는 최근 세계 최초로 ‘층상 이중배관’(Double Up System)을 개발, 욕조, 세면대, 화장실 변기 등에서의 물내림으로 인한 소음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

 

기존의 천정배관방식은 아래층 천장에 욕실 배관이 설치돼 있어 배수에 따른 소음피해가 컸다. 또한 건축물 골조 공사시에 함께 설치해야 하는 이유로 바닥(슬래브) 공사가 마감된 뒤 장기간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파손이나 훼손의 우려가 컸다. 시공시 여러번의 작업 공정이 발생해 공사비 및 관리비용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된 층상 이중배관 시스템은 욕실 배관을 아래층이 아닌 해당층의 바닥 슬래브 위에 설치함으로써 화장실 소음이 아래층에 그대로 전달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또한 골조공사 완료후에 마감공정에서 배관을 일괄 시공해 타 공정에 의한 파손이나 훼손을 방지할 수 있다.

 

이 제품이 개발된 데는 최 대표의 고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 대표는 이 제품을 개발하는 데 꼬박 8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 제품을 개발하는 동안에도 최 대표는 국내 왠만한 1군업체 건설사 담당자들을 다 만나면서 신제품을 알리고 다녔다. 드디어 신제품이 나왔을 때 한 건설사 담당자는 “왜 ‘고집하면 최씨’라고 얘기하는 지 이제야 알겠다”면서 그 집념에 혀를 내둘렀단다.

 

소음 차단효과외에도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유지 보수가 간단해 관리비용이 크게 절감된다는 데 있다.

 

기존 천정방식의 경우 배관이 막히거나 노후에 따른 누수 등 하자가 발생했을 때 바닥을 뜯어내고 공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아래·위층 아파트 입주자간 마찰이 끊이질 않았다. 이 제품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바닥 배수구 상판에 있는 점검구를 통해 간단한 부속 교체(주름호스 등)만으로 완벽하게 보수가 가능하다.

 

이 제품은 화장실 소음과 구조부분 수리 용이성에서 1등급을 획득했다. 실제로 국내 대형 건설사와의 목업(Mock-up) 시험에서 기존 천정배관방식에 비해 25dB 가량 소음이 크게 저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 청완산업이 개발한‘층상 이중배관’시공 사례

 

사실 국내 건설사들이 화장실 소음문제는 가장 큰 고민거리중의 하나였다. 이 제품이 개발됐을 때 계속 관심있게 지켜봤던 국내의 한 대형건설사가 손을 내밀었고, 이 회사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모든 성능 테스트 등을 마쳤다. 테스트 결과, 지금까지의 건설사 고민이 말끔히 해결됐다. 화장실 소음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더불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정부의 주택성능등급제에서도 소음부문에서의 1등급 가능성이 커졌다.

 

배관을 위로 올림으로써 나타나는 부수 효과도 크다. 아래층의 배관이 해당층에 설치됨으로써 층고가 30㎝ 가량 높아졌다. 공간이 넓어지면서 쾌적한 실내 분위기 조성은 물론 넓어진 만큼 사용자 취향에 맞는 다양한 인테리어가 가능해 졌다.

 

배수 성능도 크게 개선됐다. 기존 천정배관 방식이 욕조 만수(160리터)시 4분17초인 것에 비해 이중배관시스템 적용시 1분 이상 배수 시간이 줄어 들었고, 배수량도 기존에 비해 2배나 증가했다.

 

최 대표는 직장생활을 건설사에서 출발했다. 건설사 건축기사로 재직하던 시절, 현장근무를 하면서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깔끔하지 않은 마감처리에 항상 불만이 있었다. 결국 다니던 건설사를 그만두고, 평소 관심이 있던 배수관련 분야에 취직, 5년동안 경험을 쌓은 뒤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사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지난 93년.

 

제품이 개발되고 난 이후 최 대표는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바쁘다. 제품이 개발되자 마자 업계에 소문이 퍼져 대우건설, 삼성건설, 대림건설, 롯데건설, 쌍용건설, 벽산건설, 풍림건설, 경남기업, SH공사, 주택공사 등 국내 30여개 이상의 대형건설사에서 제품 설명 요청이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마음만은 너무 행복하다는 게 최 대표의 솔직한 심정이다. 아무리 바빠도 전혀 피곤하지 않단다.

 

최해권 대표는 “이전에는 건설사 담당자에게 어렵게 제품 설명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고 직접 찾아가 브리핑했으나, 지금은 오히려 반대로 건설사에서 만나자는 요청이 먼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품에 대한 반응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전에는 삼성건설에 납품하기로 하고 계약까지 마쳤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중소기업으로서는 드물게 R&D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기술개발만이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최대의 경쟁력이라는 생각에서다.

 

매출액의 15%는 항상 R&D에 재투자 한다. 이는 회사 설립이후 아직까지도 확고한 신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중소기업으로서 이처럼 R&D에 투자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최 대표는 이를 경영의 철칙으로 삼고 지금까지도 실천하고 있다.

 

앞으로 최 대표의 바램은 업계 최고의 기술연구소를 만드는 일. “회사 성장의 원동력은 쉼없는 도전과 기술개발에 있다”며 “회사 규모를 더욱 키워 업계에서 최고의 인력과 시설을 갖춘 연구소를 갖추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내년부터 주택성능등급표시제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각 부문별로 1등급을 받기 위한 건설사의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따라서 화장실 소음분야와 구조부분 수리용이성에서 1등급이 확실한 ‘층상 이중배관’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배수설비 자재 분야에서 업계 5위인 청완산업, 1위를 탈환할 날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