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전문, 하도급 직불제 확대 도입 ‘반대’ 한 목소리
종합·전문, 하도급 직불제 확대 도입 ‘반대’ 한 목소리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6.06.2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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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委, 건설 대금 관련 규제 강화… 박근혜 정부 기조 역주행

[이슈] 하도급 직불제 무엇이 문제인가
공사대금 체불문제 해결 부실·부적격 업체 퇴출 방안이 선행돼야

■ 종합건설업-원만한 공사현장 운영 위해 대금지급시스템 철회해야
■ 전문건설업-대금지급보증 면책조항… 하청업체 ‘불안 가중’

공정거래위원회가 확대 도입키로 한 ‘하도급 대금 직접 지불 제도’, 일명 ‘하도급 직불제’가 건설관련 업체들의 반대에 표류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와 전문건설업체 등 건설관련 단체들이 한목소리로 ‘하도급 직불제’를 반대하고 나선 것. 무엇보다 당초 하도급 직불제 확대를 찬성하던 전문건설협회 마저 돌연 반대 입장으로 선회했다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확대 도입키로 한 ‘하도급 대금 직접 지불 제도’를 놓고 건설업계가 강력 반대입장을 고수하며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어 향후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토일보 김주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부터 16조원 규모의 공공발주 공사에 적용하기로 한 ‘하도급 직불제’를 두고 건설업계의 반대가 심상치 않다. 원청업체인 종합건설업계뿐 아니라 실질적인 수혜자로 여겨졌던 전문건설업도 반대 입장을 내비치면서 하도급 직불제가 안착될 것이란 공정위의 주장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이를 두고 공정위는 건설업계가 잘못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공공발주 공사에 한해 적용키로 한 만큼 하도급 직불제는 광역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제도로 도입키로 했기에 직불제를 둘러싼 논쟁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할 것이 없다는 덧붙였다.

사실 공정위가 지난 4월 원청사업자의 상습적이고 고의적인 임금 체불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하도급대금 직불제 추진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는 광역지자체 17곳과 공공기관 20곳이 참여했다. 당초 이 같은 공정위의 정책 발표에 전문건설업계는 열악한 환경에 처한 하도급업체를 돕는 제도라며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얼마 못간 현재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에 대해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근로자, 자재업자, 기계대여업자 등 2차 협력자에게 지불하는 대금까지 '온라인 공사대금 지급 시스템' 이용으로 확대되는 방안이 담겨있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사대금 지급 시스템이 온라인으로 확대되면 하도급 대금 지급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는데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난색을 표한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조달청의 ‘하도급 지킴이’를 포함한 '공사대금 지급 시스템'이 핵심이다.

특히 하도급업체들을 비롯한 건설업계는 자금 유동성도 급격히 경색될 문제점이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건설업체들이 동시에 여러 건설현장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금을 효율적으로 융통하던 기존 방식에 제약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건설업체들은 한 사업장에 투자를 실시할 때 다른 현장의 잔금을 융통하는 등의 방식으로 전체 건설현장을 원활하게 운영해 나간다. 다시 말해 여러 현장의 자금이 모아 전체 공사를 원활하게 이끌어 가는 것이다. 하지만 공사대금 지급 시스템이 확대 적용되면 지금과 같은 방식의 자금 융통은 불가능해진다. 바로 공사대금 지급 시스템에는 ‘인출제한’ 기능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공사대금 지급관리 시스템의 기능이 드러나면서 건설관련 단체들이 국토부의 확대 적용 방침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달 7일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등 5개 건설 및 주택 관련 단체가 공동명의로 국토부에 공사대금 지급시스템 강제 적용 철회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에 내용을 보면, 온라인 대금지급 관리시스템은 건설업계의 부담과 건설현장의 비효율성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하고자 하는 박근혜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행위란 지적이다.

여기에 '인출제한' 기능이 적용되면 자금 유동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 정상적인 기업도 ‘흑자 도산’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빈대를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란 지적이다. 이 밖에 건설관련 단체들은 하도급 대금 지급보증제, 장비대금 지급보증제, 하도급대금 직불제, 노무비 구분관리제, 발주기관의 자재ㆍ장비대금 수령 확인 제도 등 이미 대금체불을 막기 위한 제도들이 마련됐음에도 규제만 늘리는 탁상행정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국토부의 '공사대금 지급관리 시스템' 도입 확대 정책은 건설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사안임을 충분히 감안해 기업경영의 효율성과 건설현장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즉시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도 "자금 여력이 없는 하도급 업체들이 공사대금 지급관리 시스템을 사용하면 자금이 필요할 때 돈을 구할 수가 없어 흑자 도산할 가능성도 있다"며 "기존 제도만 잘 활용해도 대금 체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건설단체들의 반발에 국토부는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인출제한’ 기능을 원청사업자와 하도급업체 간 계약 체결 시 협의해 사용하도록 제도를 완화키로 한 것. 국토부의 입장 변화에 따라 불똥은 공정위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하도급 직불제’로 옮겨 붙는 모양새다. 직불제 확산에 힘을 보태줄 가장 큰 추진동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건설업계의 강력한 반발과 국토부의 입장 변화에도 불구하고 하도급 직불제를 확산시키기 위해 ‘하도급 대금 지급보증 면제’란 타개책을 꺼내들었다. 하도급 직불제를 도입한 건설업체에게 보증 수수료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지난 달 26일 공정위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발주자로부터 하도급 대금이 수급사업자에게 직접 지급되거나 사실상 직접 지급과 동일하다고 판단될 때 원사업자의 하도급 대금 지급 보증의무 면제 요건으로 추가하고, 발주자로부터 수급사업자로의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에 참여한 원사업자에 대한 벌점을 경감하는 기준을 신설하는 등 현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 보완했다 것이다.

공정위의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하도급 대금 지급 보증의무 면제 요건을 확대한 것이 핵심 골자다. 공정위측은 하도급대금이 발주자로부터 직접 지급될 경우 수급사업자에 대한 원사업자의 하도급대금 지급 보증은 불필요하고,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수급사업자에게 직접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발주한 뒤 공사를 이행하면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하도급대금 지급 보증제도는 원사업자가 사업이 어려워져 부도나 가압류 등이 발생할 때 건설사 대신 공제조합에서 하도급 업체에 공사비 등을 지급해주는 일종의 보험제도로, 공정위는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원청업체가 공사대금 지급 시스템을 사용하면 하도급대금 지급 보증을 면제하는 조항에 따라 원청업체가 부담할 수수료 등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하도급대금 지급 보증을 면제 받은 원청사가 부도날 경우 해당 건설사업에 참여한 협력업체들은 공사비를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즉, 원청업체에게 대금 지금과 관련된 면책조항을 마련, 대금 지급을 받지 못할 위험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공정위의 건설 하도급 직불제 확대 방안이 대금 체불 문제를 개선하는 효과가 없다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연구결과도 주목받고 있다. 공정위가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를 주장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조사다.

건산연이 발표한 '하도급 대금 직접지급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하도급 대금 체불은 원도급자와 하도급자가 아니라 하도급자와 건설 근로나 자재.장비업체 간에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원도급자가 하도급자에게 하도급 대금을 직접 지불을 강화한다 해도 임금 체불은 개선효과가 없을 것이라 내다 봤다.

그 근거로 앞선 4월 건설업계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앞세웠다. 설문조사 결과, 하도급 대금 체불 원인은 '하도급 업체의 귀책'이라는 응답이 56.9%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서울시 하도급 부조리신고센터에서 집계한 공사대금 체불 문제의 경우 하도급자와 재하도급자 및 근로자 간에 발생한 비율이 92.9%에 달했다. 나머지 원도급자와 하도급자 사이에 체불 발생 비율은 6.3%에 불과했다.

여기에 하도급 직불제 확대 도입에 따른 '공사대금 체불 개선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답변이 60%에 육박했다. 특히 건설노조도 “대금 체불업체에 대한 처벌 강화가 오히려 효율적”이라는 의견을 제시, 실질적 수혜자로 볼수 있는 근로자도 해당 제도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가감 없이 지적하고 나섰다. 즉, 현재 국내 건설현장에 맞지 않는 제도로 하도급 직불제 확대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박용석 건산연 산업정책연구실장은 "하도급대금 직불은 원도급자의 파산과 같은 명백한 사유가 있을 때 제한적으로 실시하는 제도"라며 "공정위가 모든 건설현장에 직불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사적 자치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불제도가 확대 시행될 경우 공사관리의 비효율도 우려 된다"며 "공정위는 관련 방침을 철회하고 공사대금 체불을 막기 위해 부실·부적격 업체에 대한 퇴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직불제와 함께 우려하는 온라인 대금지급 관리시스템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계약 당사자 간 협의에 따라 활용하지 않아도 돼 지금처럼 여러사업장의 자금을 융통해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자금 유동성 문제를 비켜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