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개탄을 금치 못할 공인중개사법
[논단] 개탄을 금치 못할 공인중개사법
  • 국토일보
  • 승인 2008.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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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 웅 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요즘 대부분의 국민들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것 같다. 세간에서는 전 국민의 공인중개사화라는 말이 나돌 정도이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소지자 현황을 보면, 충분히 이러한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매년 20여만 명이 공인중개사 시험에 응시하여 약 3만 여명의 합격자를 배출하고 있고, 현재 공인중개사 자격증 소지자는 총 25만2,286명에 이르고 있다.


이 중에서 약 7만 여명만이 부동산중개업에 종사하고 나머지는 단순 자격증 소지자들이다. 그래서 세간에서는 이들을 두고 장롱 면허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자동차 운전면허증과 같이 반드시 있어야 할 자격증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 없으면 불편한 자격증으로 생각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 시점에서 부동산거래의 전문가인 공인중개사의 사회적인 위치 및 공인중개사법의 역할과 기능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부동산 및 부동산거래에는 공법, 사법 등 다양하고 복잡한 법률관계로 규율되어 있어 거래리스크가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대체로 부동산은 일반인, 즉 일반소비자들에게 있어 평생 한 두 번의 거래에 그치고 있는 상품이며, 또 일반가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산 중의 하나이다.


그와 더불어 부동산에 대한 정보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어 특정한 집단에 의해 독점되고 있는 독점적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복잡하고 다양한 법률관계 및 거래정보의 비공개성 때문에 부동산거래는 리스크를 직접 안고 거래당사자간에 직접 이루어지기 보다는 부동산거래에 있어 전문가인 공인중개사인 중개업자를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서 일차적으로 부동산거래의 전문가인 공인중개사인 중개업자를 양성하고 육성하여야 한다는 사회적인 요구가 있었고, 이에 따라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이하 공인중개사법이라 한다)을 제정하게 됐다.


또한, 부동산중개업을 건전하게 지도?육성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부동산거래질서를 확립하고자 하는데 공인중개사법의 제정목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인중개사법은 그 역할과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무력한 법률로서 존재하는 것 같아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공인중개사법은 규제법으로서 부동산거래질서의 확립을 위해 부동산중개업자를 규율하여야 하는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법에 의해 배출한 공인중개사를 건전하게 육성하고, 그들의 업권을 보호하는 기능도 동시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공인중개사법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건전하게 부동산중개업을 영위하는 부동산중개업자에게 족쇄와 같은 역할을 한다면, 그것은 분명 개탄할 일이고, 공인중개사법을 개정하지 하지 않으면 안 될 내용이라 생각한다.


최근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소지 않은 자들이 세법에 따라 부동산매매사업자로서 세무서에 등록하여 부동산매매업을 전업으로 하고 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시중에서는 부동산매매사업자 양성 프로그램까지 운영되면서 개인이 과다하게 보유한 주택이나 토지에 대해 양도소득세의 중과세를 회피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현재 부동산매매사업자로 등록된 자의 수가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인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이 제도는 결국 과다하게 보유한 주택이나 토지소유자가 양도소득세의 중과세를 회피하는 탈법적인 수단의 하나로서 또 부동산전매를 합법화해 부동산거래질서를 혼란하게 하는 수단으로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여서는 안 될 사항이라 생각한다.


이 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거론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세법에 의한 부동산매매사업자 등록제도는 공인중개사법과도 충돌되는 부분이기도 하기 때문에 새로운 해결책이 논의되어야 할 것 같다.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1호의 규정에서 부동산중개업자는 부동산매매업을 금지하고 있고,  또 부동산중개업자가 부동산매매업을 업으로 할 경우에는 매우 무거운 형량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을 두게 된 배경에는 부동산시장에서 투기의 원천이 되고 있는 전매행위에 의한 과다한 차익을 금지하고, 건전한 부동산거래질서를 확립하고자 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은 일반인은 부동산매매사업자로 등록하여 합법적으로 영업을 행할 수 있는 반면에 공인중개사를 취득하여 부동산거래질서를 확립하고자 책무를 다하는 부동산중개업자는 그 업무를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된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부동산거래질서의 확립을 위해서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부동산중개업을 영위하는 자에게는 부동산매매업을 허용하고 부동산거래에 있어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은 전문자격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금지하는 것이 이치와 법도에 타당하고, 부동산거래에 있어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인가.


전후가 어떠하든 간에 현실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부동산중개업을 영위하는 것이 족쇄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세법에서 부동산매매업이 일반인 모두에게 합법화되는 것이라면, 당연히 공인중개사법을 개정하여 부동산중개업자에게도 부동산매매업을 등록하여 중개사무소에서 합법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개정하여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비단 공인중개사법을 무력화하는 것이 이 문제만이 아닐 것이다. 정책당국은 공인중개사법을 정비하여 공인중개사법이 부동산중개업자만을 규제하는 법이 아니라, 일본의 경우와 같이 부동산거래에 있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반법으로서의 재정립을 논의하여야 할 단계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공인중개사가 부동산거래시장에서 소비자보호를 위한 사회적인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육성하는 정책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더욱이 부동산중개업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협회는 지금부터라도 회원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깊은 고뇌가 있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