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M, 원가 절감·공기 단축 효과 '탁월‘
BIM, 원가 절감·공기 단축 효과 '탁월‘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6.05.3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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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M프로젝트 '이천 두산베어스 공사' BIM 1억 투자해 21억 절감 '주목'해야

3차원(3D) 모델링에 익숙치 않은 건설업계 인식 ‘전환’ 필요
아랍에미리트 內 부르츠 할리파 RFID 적용··· 1만명 문제없이 노무 관리

 

   
▲ 두올테크가 BIM을 활용해 LH 신사옥 시공도를 제시했다. 두올테크는 BIM을 통해 시공 전 문제를 파악, 원가절감 및 공기 단축을 이끌어 냈다.

정부부처가 건설업계의 ICT 기술 활용을 촉진시키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달 초 국토교통부가 민간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도입을 가속화하고 활용을 늘리기 위한 조치로 ‘한국형 BIM 표준 라이브러리’와 ‘활용 애플리케이션’ 등을 전격 공개, 무료로 배포한 것이다.

■ 건설업계 BIM 활용도 수준 ‘미미’
정부부처들은 대표적 ICT 기술인 BIM을 확산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안을 발표했다. 포문은 조달청이 열었다. 앞선 2009년 BIM을 적용한 ‘용인시민체육공원 조성사업’을 발주한 것이다. 이후 7년이 흘렀음에도 BIM 도입 확산 속도는 예상보다 느린 수준 미달인 상황이다. 이는 BIM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인식에서 빚어진 현상으로 볼 수 있다.

BIM은 설계 시 2D 설계도를 3차원으로 진행해 실제 시공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모의실험을 통해 즉각적으로 파악이 가능해 비용 절감을 이끌어 내는 기술이다.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는 BIM이 지출 증가를 우려한 업계의 모순된 인식에 얽매여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특히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현장에서 BIM 활용은 종합건설업체가 직접 수행하지 않고 ‘하청’을 주는 행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상은 BIM 투자와 동시에 성과가 발생해야 단기적 인식에서 비롯된다. 즉, 단기간에 거둘 수 있는 성과에 기업들이 집중하다 보니 미래지향적인 관점이 발생되는 편익을 무시해 결과론적으로 신기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조달청은 2013년부터 공사비 500억원 이상의 사업에, 올해부터는 모든 맞춤형서비스 사업에 확대했다. 실제로 공공 건축물에 BIM을 도입한 결과, 시공성 검토가 가능해지고 설계 오류가 상당부분 감소돼 건축물 품질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 BIM, 시공 전 문제점 사전 파악 ‘탁월’
국내에서 첨단 건설 ICT 기술이 동원된 대표적 건축물 중 하나가 바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옥이다. 특히 모의실험을 거쳐 건축물을 모의 시공해 사전에 문제점을 해결하는 등 원가를 절감하고 공정을 최적화했다.

LH 진주신사옥은 입찰단계부터 준공까지 전체 공정에 걸쳐 별도 편성된 예산을 통한 BIM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특히 공기 단축 및 원가 절감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는 사례를 남기는 데도 성공했다.

공기 단축에 성공한 배경은 BIM 데이터와 현장사무소에 마련된 전용공간을 적극 활용해 발주처·시공사·협력사 간 의사결정에 소요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데 있다. 또 시공 오류 및 설계 오류에 관한 문제를 BIM을 통해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즉시 해결한 점도 맥락을 같이 한다. 그 결과 LH 신사옥 건축 과정에서 발생한 비형정이 요구되는 이슈들을 포함해 전체 공사비의 최대 15%에 달하는 340여건의 문제점을 사전에 확인하고 효과적인 시공에 일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BIM을 통한 건설 생산성이 높아진 사례는 다수 존재했다.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의 2군 경기장 ‘이천 베어스파크 공사’에서 1억1,000만원의 BIM 비용을 투입해 21억원 규모의 공사비 절감을 달성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BIM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설계오류의 사전 차단, 재시공이 줄어들어 공기가 약 50일 단축됐다.

■ RFID, 건설업계 경쟁력 강화 도구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도 건설업계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ICT 기술 중 하나다. RFID를 건설현장에 접목하면 생산성 및 효율성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첨단 기술을 확보해야 치열한 경쟁구도가 펼쳐지는 글로벌 건설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 RFID 기술은 건축자재 재고 및 유통관리에 적용할 수 있는 대표적 ICT 기술이다. 사진은 피에스테크가 RFID를 통해 실제 구축한 자재관리시스템 구조도.

RFID 기술을 활용하면 건설 자재에 각종 정보를 입력하고 활용하는 데 수월해진다. RFID 기반의 칩에 자재 규격, 제조일자, 현장별 사용내역 등을 상세하게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체 개발한 자재관리 프로그램을 통한 현장별 반출·입 상황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자재 재고현황을 관리할 수 있는 장점도 확보할 수 있으며, 사용 횟수에 따라 폐기할지, 다시 사용할지를 엄격히 구분할 수 있어 품질 강화도 기대할 수 있다.

이밖에 RFID는 노무관리에도 적용 가능한 장점을 갖고 있다. RFID 기술을 노무관리에 적용한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들어선 162층, 828m 규모의 세계 최고층 건물인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다. 이 프로젝트는 일일 출역인원만 최대 1만여명에 달하는 메가프로젝트였다.

그만큼 노무관리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RFID 기반의 노무관리시스템이 채택됐다. 특히 현장 ERP 시스템과 연계한 노무비 자동 산정 기반 데이터를 생성하는 등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을 갖춘 인터페이스까지 제공해 RFID의 활용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음이 확인됐다.

■ 업계 ICT 활용, 정부 역할 중요
BIM과 RFID 등 ICT 기술이 접목된 건설현장에서는 결과론적으로 ▲비용 절감 ▲공기 단축 ▲품질 향상이라는 건설업계의 최대 화두를 모두 충족시키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럼에도 건설업계 분위기는 ‘건설사는 IT기업이 아닌데 굳이 ICT분야에 직접 뛰어들 이유가 없다’는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향후 건설업계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최근 산업계의 화두인 빅데이터를 건설현장에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ICT 기술의 장점은 데이터를 축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적된 데이터를 가동해 빅데이터 확보가 가능해지지만 현재로써는 빅데이터를 통한 종합적인 공정관리를 시도조차 할 수 없다. 특히 IT 분야를 외주업체에 맡기고 있는 현실은 이런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건설ICT기업들은 종합건설기업이 현장 데이터를 직접 확보해 건설현장을 진두지휘하지 못할 경우 ICT전문기업에 건설관련 업무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즉, 종합건설사가 ICT기업에게 수주를 받는 하도급업체로 전락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앞으로 한국은 급격한 경제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경제 전문가들의 조언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건설업계가 과거와 같은 호황을 누리기 힘들다는 뜻이다. 따라서 건설업계는 이제라도 ICT 기술과의 융·복합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시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건설업계는 하루아침에 기업의 존폐가 흔들리고 있는 조선업계를 교훈삼아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업체 규모와 상관없이 특화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업체만이 살아남는 시장 구조를 인지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건설업계는 ICT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신기술 확보를 위한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해야 할 때인 것이다.

한편 정부도 건설업계에 ICT 기술 접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실현할 환경 조성에도 앞장설 필요가 있다. BIM 등 ICT 기술을 적용한 국내 프로젝트가 아직 소규모에 불과하다는 업계의 지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BIM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건설업계의 고민을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