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감지 제대로 못하는 한국방재협회 사옥
화재 감지 제대로 못하는 한국방재협회 사옥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6.05.1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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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방재협회 사옥 1층에 설치된 P형 1급 수신기. 사진은 지난 12일 오후 1시께 수신기 화재 전구에 불이 점등됐음에도 주경종 및 지구경종이 울리지 않도록 스위치가 임의 조작돼 있는 모습.

전국민이 참여하는 ‘안전한국훈련’이 16일부터 닷새간 대대적으로 펼쳐진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우리 사회상을 반영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듯 안전에 대한 뿌리 깊은 불감증도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국민 방재 역량을 드높이기 위한 비전을 갖고 있는 한국방재협회 마저 ‘P형 화재 수신기’의 경보(警報) 기능을 꺼 놓고 생활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2일 오후 1시께 한국방재협회 내 설치된 수신기는 불이 났음을 의미하는 ‘화재’에 붉은 전구가 켜져 있었다. 그것도 현재 방재협회가 근무 중인 ‘4층’에서 말이다.

이는 분명한 '비화재보(非火災報)'로 유지·관리에 불편을 겪는 건물 관리자나 방화관리자가 화재감지기 버튼을 수동으로 조절한 탓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즉 결함 없는 정상적인 기기가 실제로 불이 나지 않았음에도 화재로 인식하는 오류가 잦아지면서 아예 기능을 꺼버린 셈이다.

사실 이런 현상은 방재협회뿐 아니라 다른 건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비화재보가 지겨워 경보 자체를 들을 수 없게 중지하는 일을 마치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수신기의 핵심 기능을 꺼 놓은 ‘바보 화재 수신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방심이 경기 고양터미널,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갔다. 그럼에도 내가 사고를 당한 것도 아니고, 화재경보기 주경종의 날카로운 소리가 듣기 싫다고 외면만 한다면 결코 안전한 사회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방재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힘쓰는 방재협회가 이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고 방치한다면 더 이상 국민 안전과 직결된 실질적인 방재 정책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재해 예방은커녕 국민의 방재 의식도 제고하기 힘들다.

만약 방재협회 건물에서 P형 수신기가 오작동하는 경우가 많다면, 이러한 오류를 줄일 수 있는 검증 절차를 강화토록 국민안전처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추진해 나가는 게 순서일 것이다. 또 주경종, 지구경종 기능 등을 임의로 조작한 기록이 초단위로 기록되는 R형 수신기를 전체 건물로 확산시킨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거리에선 안전한국훈련이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지만, 몇몇 건물은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이 분명하다. 문제는 아직도 일부 국민들은 위험이 내재된 건물 내부에서 생활한다는 것이다. 대대적인 방재 제도 및 안전 인식 개선이 필요한 시점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