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의 세상만사]<63>천재의 노력
[안동유의 세상만사]<63>천재의 노력
  • 국토일보
  • 승인 2016.04.2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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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유 팀장 /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정보지원팀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씨(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정보지원팀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팀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팀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천재의 노력

우리가 흔히 듣는 말 중 명백한 오류가 천재가 노력을 못이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분법은 명백한 오류다. 이 말은 천재는 아무 노력도 안 하고 가만있는 사람이고 천재가 아닌 사람은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임을 전제로 한 것이다.

세상에 그런 경우가 있을까? 물론 이 말을 한 의도는 머리가 좋다고 노력을 게을리하면 다소 머리가 좋지 않아도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 뒤쳐질 수 있으므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라는 것임을 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무심코 이 말을 쓰면서 천재를 폄하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 문제가 있다.

천재도 노력을 한다. 다만 그 노력을 다른 사람과 다른 방법으로 한다는 데 뜻이 있을 것이다. 천재는 보통사람보다 훨씬 더 쉽고 재밌고 즐거운 방법으로 노력한다.

그걸 하도록 만드는 것이 영감이다. 그래서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루진다고 말한다. 그 1%의 영감이 보통사람에겐 없을 뿐이다.

말하자면 1%의 영감은 수치에 상관없이 나머지 노력에 불을 붙이는 에너지원이다.

살리에리가 죽도록 악보와 씨름하고 있을 때 모짜르트는 새소리와 바람소리, 시장의 시끄러운 소음조차도 음악으로 승화시키고 즐기고 있었다.

범인의 눈에는 이런 천재의 노력이 우스꽝스럽거나 노력하지 않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영화라서 과장이 있겠지만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보이는 천재 모짜르트의 모습은 모범적인 시민으로 보기엔 곤란한 점이 많다.

“dirty minded crawling creature!” 모짜르트를 처음 본 살리에리의 독백이다.

항용 천재는 예의와 상식을 벗어나는 기행을 할 때가 많다. 일본 바둑의 어느 명인은 엄청남 상금이 걸려있는 바둑대회에서 바둑을 두다가 양말을 벗어 손으로 흔들곤 하는 버릇이 있었다고 한다. 나름대로 초조함을 이기는 방법일 터다.

알파고와 대국을 벌인 이세돌도 연신 머리를 긁고 초조해하는 버릇이 여실히 보인다. 줄담배를 피워대기도 하고….

바둑에선 천재란 이름을 과감히 붙일 수 있는 이세돌이다. 그가 한국 기원의 전통을 고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세계 대회에 몇번이나 우승한 그를 승단 대회에 참석하라고 한 건 차라리 넌센스였다.

그가 승단 시험을 거부하자 할 수없이 규칙을 바꾸었다고 한다. 유례없는 파격적인 승단을 허용했단다.

보통 하는 말로 싸가지가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신의 한 수를 두고 알파고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에 희망의 빛을 비추었다.

천재는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지치지 않는 자기만의 방법으로…. 그래서 그 과정은 훨씬 효율적이고 쉽게 결과를 내는 듯이 보인다.

따라서 이젠 천재에 대한 정의를 바꾸어야 할 듯하다. 천재는 다른 사람과 다른 방법으로 노력하는 사람, 더 즐겁고 행복한 방법으로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자.

대만의 영화 로빙화엔 이런 말이 나온다. “천재는 태어나는 것이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억지로 열심히 노력한다고 천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은 자기의 천재를 타고 나고 그런 자기의 적성을 잘 살리면 천재성을 발휘하게 된다.

이건희 회장이 한 사람의 천재가 십만 명을 먹여살린다고 했다.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요즘 같은 지식 경영의 시대에선….

많은 경우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말로 천재를 죽이고 있다.

천재를 허용하자. 천재의 기행과 파격, 규칙 불준수는 그의 영감을 퍼내는 두레박과 같은 것이다.

우리 사회가 더 발전하기 위해선 많은 천재가 나와야 한다. 단순한 성실성과 이른바 착실함만으론 경쟁력이 처지는 글로벌 사회가 됐다.

천재들의 즐거운 노력 방법에 대한 몰이해로 불성실로 폄하하고 예의범절에 얽어매어 십만 명의 먹거리를 봉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