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공· 토공 통합취지 살리도록
[사설]주공· 토공 통합취지 살리도록
  • 국토일보
  • 승인 2009.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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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를 통합하는 내용의 법안(한국토지주택공사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10년 넘게 끌어 온  두 거대 공기업 문제가 새로운 궤도에 올랐다. 30여 년간 나뉘어져 운영된  공공주택 건설과 토지개발 업무가 하나로 합쳐지는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두 회사의 자산을 더하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무려 105조원에 달하는 거대 공기업이 새로 탄생하게 되는데다 양 기관의 통합 자체가 곧 공공기관 선진화의 상징으로 부각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제 중요한 것은 오는 10월1일 출범할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어떤 모습으로 탄생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그동안 통합에 강력 반발해온 토공 노조까지 “아무 조건 없이 정부와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이상  양 기관의 통합은 그야말로 공기업 선진화의 모범사례가 되도록 연착륙에 우선 총력을 쏟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자면 조직의 조기안정과 내실 있는 업무처리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이는 두 기관이 단순히 몸만 합쳐 이름만 바뀌는 이른바 ‘무늬만 통합’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주공과 토공의 통합 목적은 업무중복에 따른 과잉경쟁 및 중복투자의 낭비를 없애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데 있다. 그렇다면 이에 걸맞은 공기업으로 거듭나야 마땅하다. 그리고 이런 취지에 부합하자면 공사의 기능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와 분석을 통해 민간에 넘길 수 있는 부문은 과감히 넘기는 용단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우리는 본다.

 

아울러 업무에 중복성을 지닌 조직은 통폐합해 슬림화하는 등의 과감한 조직개편이 필수적일 것이다. 겉모양만이 아니라 실제 기능과 조직 등 내용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화학적 통합으로 생산성과 경쟁력을 가진 새로운 공기업으로 출범해야 한다는 주문인 셈이다.

 

이런 맥락에 부응하자면 중복자산의 매각, 지사통합, 운영비 절감 등은 필연적이며 이를 통해 양사의 부채규모를 줄이고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이끌어 내는 일이 선결 작업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는 중복되는 기능을 해소하고,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양 기관 통합의 핵심 취지를 살리는 필요 요건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런 당위에 접근하자면 해결해야 할 난제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가장 큰 난제는 역시 지방이전과 막대한 부채 문제다. 참여정부의 혁신도시 건설계획에 따라 주공은 경남진주, 토공은 전북 전주로 가게 돼 있다. 그러나 통합으로 본사는 하나가 되는데 두 곳 모두 본사의 자기지역을 요구하고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자칫하면 지역싸움으로 번져 통합 작업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정부는 아직 통합공사 이전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보통 고민스러운 일이 아닌 탓이다. 그래서 더욱 신중한 접근과 조정이 필요한 사안인지도 모른다.

 

두 기관 합쳐 86조원에 이르는 부채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책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자를 지불하는 부채만도 55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빚을  안고서는 통합공사가 제대로 굴러갈리 만무다. 자산매각 등의 자구노력이 필수적이지만 정부차원의 지원 방안이 그래서 함께 강구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기야 30년 이상 병존해온 기업을 통합하다 보면 크고 작은 문제가 따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 서로가 고통을 분담하고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으로 받아들인다면 문제점도 빨리 풀려나갈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이런 난제들을 빨리 해소해 나가는 데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추진의지 또한 필수적이라고 믿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양 기관의 개혁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도 용두사미에 그친 것도 개혁의 방향을 몰라서가 아니라 추진의지가 흔들렸기 때문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재삼 강조하건대 양사는 통합의 취지와 원칙에 부응하여 내재된 갈등을 하루빨리 치유하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모범적 공기업이 재탄생하는 과정이 될 수 있도록 지혜와 총력을 쏟아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