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도급직불제 시행의 득실
[사설] 하도급직불제 시행의 득실
  • 국토일보
  • 승인 2009.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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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 대금의 직불제를 전면적으로 확대 시행하려는 움직임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하도급 대금 직불제는 말 그대로 계약상 약자인 하도급업체들을 원도급업체의 하도급 대금 지연지급 등의 부당행위로부터 보호해 경영안정을 도모하려는 취지다. 그만큼 겉으로 표방되는 취지와 의지는 나무랄 데가 없다.


 문제는 제도나 시스템의 변화가 몰고 올 득실(得失)에 대한 계량에 철저하지 않을 때 우려되는 부작용과 왜곡 현상의 폐해다.

 

 어떤 사안이건 변화의 메스에는 제로섬의 득실이 수반된다. 어느 한 쪽에 플러스가 된다면 반대로 어느 한 편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원리다. 결국 거시적이고 공익적인 측면에서 실(失)보다 득(得)이 더 크게 작용하는 제도나 시스템의 변화를 택해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제도 변화에는 이해 당사자, 관계 전문가 등으로부터의 충분한 의견수렴은 물론 시행 시기의 적합성 등 외생 변수에도 각별한 관심과 신경을 쏟아야 하는 신중함이 요청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직불제 전면 확대의 움직임을 조명해 본다면 우선 타이밍에서 공감을 얻기가 어렵지 않은가 하는 게 우리의 시각이다. 건설업계에 가장 심각한 경기의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경제나 경기 상황이 나쁠 때 시도한 제도적 변화치고 효험 보다는 부담으로 작용한 사례를 적잖게 보아 온 탓이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의원입법으로 추진 중인 하도급직불제 도입에 대해 의견수렴 등 충분한 검토를 거쳐 신중히 추진할 입장임을 밝힌 것은 이런 맥락에서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우리가 보기에 하도급직불제 문제가 제기된 것은 제도상의 미비 보다는 악화된 경제 사정 탓인 듯싶다. 현재도 건설산업기본법이나 하도급법에는 하도급 대금을 2회이상 지체한 경우나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서 미교부 등의 파행적인 면모가 발생할 경우 직접 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의원입법 형태로 전면 시행 안이 제기되기에 이른 것은 제도적 미비라기보다는 건설업계의 자금사정 악화. 다시 말해 전반적인 유동성 악화로 인해 하도급 대금 지급의 지연 사태 등이 빈발하면서 비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결국 문제를 푸는 핵심적 변수는 경기 회복과 유동성 악화 해소로 귀결될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의 하도급 대금 지급의 파행적 행태 등은 기존 규제제도 및 감독체계의 운용 강화로 대응해 나가는 게 더 실효성을 담보할 것이란 생각이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감독 시스템이 강한 나라도 드물다. 특히 경제부문의 감독체계와 감독능력은 정평이 나있을 정도로 우수하다. 그렇다면 사전적 규제를 추가로 강화하기보다는 사후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을 듯싶다.

 

예컨대 현행 제도 내에서도 발주자의 관리나 감독부분을 좀더 철저히 할 경우에는 하도급 지급에 대한 실효성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실적으로도 다양한 주체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힌 건설공사에서 직불제를 시행하기란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등장한다.

 

건설업체, 건설현장마다 기성처리 또는 하도급 대금 지급 방식이 제각각인가 하면 건설공사에는 원-하도급 건설업자만이 아니라 자재 및 장비업자, 현장근로자까지 다양하게 참여하는 복잡다단한 구조로 얽혀 있는 게 실상이다. 즉 하도급직불제로 보호해야 할 주체가 하도급 전문업자만이 아니란 것이다.


 이는 자칫 직불제가 정상적인 공사관리를 어렵게 만들고 이에 따른 시공차질 등 부작용을 다양하게 파생시킬 우려를 수반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직불제 전면 시행에 따른 발주기관의 관련업무 수행비용의 추가 부담 등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직불제 전면 시행의 장점을 가볍게 여길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이 제도 변화가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부작용보다는 실효성을 더 크게 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출발한다면 신중한 대응은 역시 유효한 수단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