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년 칼럼] 어느 공기업 CEO의 ‘멋’과 ‘소신’
[김광년 칼럼] 어느 공기업 CEO의 ‘멋’과 ‘소신’
  • 김광년 기자
  • 승인 2009.04.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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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편집국장

   전문기자 20여년 현장을 뛰면서 실로 오랫만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1,500여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어느 공기업 최고경영자의 선진 마인드와 의지를 보면서 정말 오랜만에 기관장의 ‘멋’과 ‘소신’을 읽을 수 있어 오늘 쾌청한 날씨만큼이나 기분이 꽤 산뜻하다.


소위 조직을 거느리는 수장은 인사권 행사가 가장 중요한 업무이며 그 업무를 어떻게 집행하느냐에 따라 CEO로서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매우 중대한 잣대로 판단하게 된다.


즉 인사권이야말로 크고 작은 규모를 떠나 최고의 매력이자 흥망성쇠의 키워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오늘 국내 철도건설 산업의 선진화를 리드하고 있는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자신의 인사권을 모두 임원 및 해당 본부장들에게 위임하고 조직의 인사행정에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의아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이유인즉 어느 누가 자신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을 남에게 넘긴다는 자체가 선뜻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人事는 萬事’라 했는데 기관장이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과연 무슨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에 답은 명확했다는 것이다.


사실 철도공단은 지난 2004년 과거 두 개의 조직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그 동안 내부적으로 출신별 파벌싸움이 팽배했던 것을 기억하면 이번 인사권 위임으로 인한 조직운영 정상화(?)는 신선한 충격을 준 성공케이스다.


그래서인지 여타 공기업에서 철도시설공단의 파격적인 경영기법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물밑작업이 한창이라는 뒷 얘기가 들리고 있다.


공직을 거쳐 자동차, 철도 등 교통산업에서 40년 인생을 보낸 산증인으로서 희노애락을 두루 섭렵한 장본인지라 CEO가 해야 할 일과 부서 기능 및 개인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도 정확한 분석아래 나온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철도공단은 정부가 최대 핵심 아젠다로 추진중인 경기활성화 정책 즉 공공예산의 효율적 집행에 앞장 선 기관이다.


전국 300개가 넘는 공기업이 예산집행한 지난 1사분기 13조원 가운데 20%가 넘는 2조7천여억원을 집행, 놀라운 실적을 발휘했다.


특히 정부가 내려 준 돈이 아니라 자체 채권을 발행해서 중소기업들의 연쇄부도를 막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한 업적이다.


과연 어느 기관장이 전국 지방을 돌며 원도급에서 하도급 그리고 인부들에게까지 돈이 제대로 집행이 됐는지 확인하는 등의 관심과 배려를 할 수 있겠는가!


진정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아마도 투철한 국가관이 선행되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부도 직전에서 철도공단이 무려 70%에 이르는 선수금을 집행해 줬기에 살아났습니다.” “정말 생명의 은인이 아닐 수 없지요. 철도건설의 품질 및 안전관리에 혼신을 다 해 발주처의 고마움에 보답할 것입니다.”


예산의 조기 및 대폭적인 지원에 화답하는 일반 및 전문건설업자들의 목소리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21세기가 원하는 사회, 미래건설이 희망하는 선진화의 진면목을 보는 듯 해 가슴이 뿌듯하다.


민간기업이든 공기업이든 조직은 최고경영자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오늘 만난 한국철도시설공단 CEO의 풍부한 선진 경영감각을 바탕으로 한 공단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nk@cdail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