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CO2 저감 '발등의 불'
건설업계 CO2 저감 '발등의 불'
  • 강완협 기자
  • 승인 2008.03.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설산업 미래 화두는 '온실가스'

세계적 저감 운동 감축의무화 적용땐 타격

국내업계 기후변화 대응 전담조직 등 전무

설계부터 전생애주기 배출량 개념 도입을

 

전세계가 CO2 줄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서도 최근 CO2 문제가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CO2 배출국 세계 10위, 1인당 CO2 배출증가율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는 에너지다소비업종 가운데 발전,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대책마련이 서 있지 않아 향후 국가적인 문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특히 건물이 우리나라 전체 CO2 배출량 가운데 42%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CO2 저감문제가 당장 건설업계의 수주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건설업계의 경우 일부 대형업체외에는 이렇다 할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이들 업체마저도 지열 및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시범사업 정도에 한정돼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금처럼 아무런 대책도 세워 놓지 않다가는 정작 CO2 감축의무화로 인해 건설업체들이 공사때마다 막대한 돈을 주고 CO2 배출권을 사서 공사를 해야 하는 상황도 가정해 볼 수 있다.

 

국내 한 전문가는 “CO2 줄이기를 에너지 절약에 치중했던 것에서 벗어나 설계와 시공, 자재 생산과 운송, 건설과정에서의 폐기물 발생 등 건축의 전 생산과정의 CO2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며 “건축전 기획단계에서부터 CO2 배출량 개념을 도입해 건축 전생애주기(Life Cycle)에 걸쳐 CO2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국내 건설업계의 현실

 

국내 대형건설업체인 S사의 한 관계자에 CO2 저감 계획에 대해 묻자 “CO2와 건설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오히려 반문한다.

 

아직도 많은 건설업체들이 CO2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이는 올해 초 대한상공회의소의 에너지다소비업종을 대상으로 한 ‘국내 산업계 기후변화 대응’ 조사 결과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조사결과를 건설업계만을 놓고 봤을 때 전체 응답자의 33.3%가 2013년부터 온실가스 의무무담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전담조직을 갖추고 있는 기업은 단 하나도 없었다.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DB구축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구축중이거나 구축을 완료했다는 응답이 12.5%에 불과했고, 나머지 87.5%는 구축할 필요가 없거나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기후변화 대응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서도 전체 29.2%는 불필요하다고 답해 건설업계의 CO2 저감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건설사인 H사의 J 부장은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업계가 CO2 저감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지만 아직은 CO2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는 일부 대형업체들을 중심으로 태양광발전이나 지열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건축물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초기 투자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커뮤니티센터 등 극히 한정된 건물에만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J 부장은 “신재생에너지를 적용할 경우 경제성이 떨어져 정부 지원이 없이는 설치가 불가능하다”며 “CO2 저감이 신재생에너지에 치중하기보다 기존 에너지를 절감하는 등의 노력, 즉 현장에서의 폐기물 배출을 줄이고, 건축물의 내구성 연한을 크게 높이는 등의 기술 개발이 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 CO2 저감 왜 중요한가

 

CO2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만이 아닌 현재 전지구적 차원의 문제로 각국의 최대 관심사다. 기후변화협약으로 인해 올해 2월부터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38개국)은 1차 공약기간(2008~2012년) 동안 1990년 대비 CO2 배출을 의무적으로 평균 5.2% 감축하도록 했다.

 

우리나라는 연간 약 5억9,000만톤의 CO2를 배출, 규모면에서는 세계 10위의 배출국이다. 1차 공약기간중에는 개도국이라는 점 때문에 의무감축국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1차 공약기간이 끝나는 2013년부터는 의무감축 대상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CO2 저감은 당장의 시급한 현안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CO2 배출 저감이 곧 기업의 경쟁력, 나아가 국가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현재 전세계는 산업혁명이래 대기중으로 쏟아 부은 CO2로 인해 해수면 상승은 물론 지구 곳곳이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앙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 EPA(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환경보호청)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건물에서 배출되는 CO2가 공장이나 발전소,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CO2보다 많다. 이 보고서는 산업이나 자동차 등 운송분야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우리의 예상을 뒤엎는 것이어서 다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이 보고서에서는 상업용·일반용 건물에서 배출되는 CO2가 2030년까지 매년 1.8%씩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경우 상업용·일반용 건물이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68%를 차지하고 있고, 총 배출되는 CO2의 38%가 건물에서 나온다고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업용?일반용 건물에서 배출되는 CO2의 양이 전체 산업배출량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차원에서 CO2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건설업계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 국내 건설업체별 대응

 

건설업은 발전, 자동차 등과 함께 대표적인 에너지다소비업종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선진국들의 경우 건설분야에서의 CO2 저감을 위해 에너지 저소비형 건축물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실제로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생태도시 조성 등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부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의 형태로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주택을 보급하고 있는 게 현재까지 국내 건설분야에서의 CO2 저감 계획의 전부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CO2 저감에 대한 인식은 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감축안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안이 나오면 그때 각사별로 대응 전략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건설사중에는 대림산업이 그나마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 2003년 아파트로는 국내 최초로 에너지 절약 1등급을 받는 등 ‘초에너지 절약 공동주택’ 분야에서 국내 업체가운데는 가장 앞서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 4월 분양한 ‘원주 무실 e-편한세상’ 단지내 커뮤니티센터에 태양광을 이용해 난방뿐만 아니라 전기를 생산해 내는 시스템을 적용한다. 이를 이용할 경우 추가적인 에너지 공급없이 커뮤니티 센터내 샤워실 운영 및 헬스장 난방이 가능하고, 낮동안 생성된 전기를 저장했다가 저녁에 어린이놀이터 등 단지내 보안등을 켤 수 있다.

 

또 6월 분양한 ‘오산 세마 e-편한세상’의 커뮤니티센터에 업계에서는 최초로 수직형 냉난방 지열시스템을 적용한다. 이 시스템은 지하 150m에 파이프를 연결해 연중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지중열을 이용한 것으로 여름과 겨울철 냉?난방 비용을 5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지난 4월에 입주한 대구 수성 e-편한세상은 3리터하우스로 건설했다. 3리터 하우스란 1㎡당 연간 3리터의 연료만으로 냉난방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주택으로 일반공동주택과 비교할 때 80% 이상의 에너지 절감효과가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3월 입주한 목포 옥암 푸르지오에 민간 아파트로는 최초로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하루 최대 600㎾의 전력을 생산, 아파트 복도와 주차장 등 공용이용 시설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대우건설은 9월중 신재생에너지 TF팀을 발족해 태양광 발전, 소형열병합 발전 및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에너지절약형 주택 보급 확대 등 향후 구체적인 CO2 저감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삼성건설은 지난 4월 자사의 미래주택을 시연하는 자리를 가졌다. 삼성은 향후 자사의 주택에 지중열시스템과 태양광시스템, 수질시스템과 쓰레기 이송설비, 환기시스템 등 첨단과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주택을 보급하겠다고 밝혀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삼성건설은 현재 목동에 짓고 있는 주상복합 트라팰리스에 빗물을 이용한 ‘중수도 활용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다. 이는 빗물을 정수한 뒤 샤워나 세면용수로 공급하고 다시 여과 작업을 통해 화장실 및 조경 용수로 활용하는 자원재활용 시스템으로 수돗물 사용량의 30% 이상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도 GS건설이 지난해 분양한 광장동 자이에 태양열족욕장을 설치했고, 풍림산업도 인천 용현?학익 엑슬루타워에 소형열병합 발전과 자가발전 시스템을 적용했다. 쌍용건설도 성남보건소에 지열과 태양광 설비를 설치했고, 대구 유천동 ‘월배 쌍용 예가’에 태양열을 이용한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고 있다.

 

 

◆ 향후 과제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이 건물에서의 CO2 저감을 위해 신재생에너지는 물론 녹지조성, 현장에서의 폐기물 재활용, 친환경자재 사용, 친환경 공법 등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현재 국내 건설업계는 대부분 지열과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주택 보급에 치중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성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도 작용하고 있어 대형건설사를 제외하고는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건설은 도시를 만들고, 각종 건축물을 짓는 등 개발이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업종이다. 건설의 전 과정에서 CO2가 발생한다. 물론 개발이 종료된 이후에도 CO2 발생은 지속된다. 따라서 대기중의 CO2 증감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탄소 중립(Carbon Neutral)’ 형태의 건물을 개발하는 업계의 노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자원 절감의 설계 기술은 물론 친환경 시공과 에너지 사용, 폐기물 발생에 이르기까지 건축 전생애주기에 걸쳐 CO2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건물의 짧은 수명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재건축 건물의 평균 수명은 17년 정도. 아시아 국가중에서 가장 짧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건축물의 수명을 40년에서 80년으로 늘릴 경우 CO2 발생량을 7% 정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내구성 높은 건축자재의 개발도 필수적이다.

 

CO2 저감은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넘어 이제는 생존과 밀접한 문제로 다가서고 있다. 건물은 우리나라 전체 CO2 배출량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CO2 문제가 당장 건설업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강건너 불구경’만 할 게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업계 차원에서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