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축계, 한반도 통일준비는 하고 있는가?
[기고] 건축계, 한반도 통일준비는 하고 있는가?
  • 국토일보
  • 승인 2016.02.2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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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애드건축 대표이사

   
▲ 이종석 애드건축 대표이사.

현실에 맞춘 재정투입·통일대비 인프라 개선 필요
통일 전후 필요한 건축 관련 사업·기술개발 절실


2014년 1월 6일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에서 우연인 듯 터져 나온 “통일은 대박입니다” 즉, ‘통일대박론’은 우리 한국사회에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동안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로 불러보긴 했어도 말 그대로 소원일 뿐, 어떠한 의지도 담기지 않은 공허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분야별로 ‘창조’ 또는 ‘통일’의 키워드를 달지 않고는 내세우기 어려운 만큼 이 두 단어는 현 정부의 유행어가 돼 버렸다.

특히 북한관련이나 통일관련 소식은 최근처럼 언론이나 방송에서 자주 다룬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도 일종의 포퓰리즘으로 봐야하나 할 정도로 이제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통일관련 준비하는 모습이 분주해 보인다.

다행히도 현재 국토교통부 주도하에 ‘통일대비 북한 건축산업 인프라 개선을 위한 기술개발 기획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필자는 파고 들어가면 갈수록 건축계가 준비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그동안 왜 이렇게 관심이 없었던 것일까?

그냥 몰랐다는 것은 어이없는 핑계이고 분명 무관심이 낳은 결과로 보인다. 이제부터라도 부지런히 준비한다면 통일에 의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통일비용을 줄이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

■ 통일준비는 북한현실에 눈높이를 맞추는 일부터
북한은 남한에 비해 도시, 주택 등 생활관련 인프라 수준이 매우 낙후돼 통일시기에 남과 북의 수준을 맞춰나가는데 있어 무척 많은 재정투입이 불가피하다.

독일의 경우 동독지역의 생활 및 소득수준을 서독의 70~8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25년이 걸렸다.

우리도 통일 이후 한반도 전체가 균형발전토록 북한을 개발하고 지원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간혹 “우리에게는 세계적 수준의 막강한 대형 건설사들이 얼마든지 있는데 그깟 북한 개발하는 거야 시간문제지”라고 쉽게 이야기 하는 분들이 있다.

지극히 자기중심적 시각에서 바라본 이야기인 것이다. 이에 대해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남한의 40분의 1수준으로 살아온 북한주민들에게 지금 남한수준의 수억 짜리 아파트를 제공할 수 있는지? 대부분 가스, 전기, 통신,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북한 소도시에 남한식 주택을 제공할 수 있는지?

어떤 자본으로든 발전소, 댐, 도로, 철도 등을 공급해 주고 남한수준의 주거공간을 제공할 경우 북한주민들이 자신의 경제력으로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 이 질문에 대해 어느 정도 실현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은 통일이후 약 20년 정도가 흐른 뒤의 일일 것이다. 우리가 통일을 준비한다는 것은 북한주민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즉, 상대에 대한 배려와 함께 그들의 눈높이에서 서로 불행하지 않도록 하기위해 최소한의 것을 준비하는 것이다.

■ “통일은 대박”, 맞지만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재앙이다
국내 건설경기는 양적 성장시대의 종말과 함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마침 북한과의 통일이 남아있는 현 시점에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통일 이후를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통일이전과 통일과정에서 필요한 건축 관련 사업과 기술개발은 무척 절실하다. 만일 필요한 시기에 국내에서 준비가 미흡하다면 우리는 모든 기회를 중국이나 미국, 일본 등의 주변국가에게 넘겨주게 된다.

좀 더 와 닿을 수 있도록 건축과 관련해 준비해야 할 일을 몇 가지 예를 들어 이야기하고 싶다.

이미 알고 있듯이 북한주민의 대규모 ‘인구이동’은 우리국민에게 안보측면에서 무척 위협적인 요소이다.
독일 통일시기에 ‘급변사태’로 정의 할 만큼 엄청난 인구이동이 발생한 사례를 구태여 들지 않더라도 북한의 열악한 정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하면 최소 수십만에서 수백만 명의 인구이동이 예상된다고 한다.

이 경우 그들은 일시적으로 거쳐 가는 국제난민이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같은 공간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들에게 제공돼야 할 임시수용시설이나 주거시설과 같은 건축 관련 플랜이나 연구는 매우 시급한 과제가 됐다. 즉, 이런 상황이 발생 할 경우 며칠이내에 임시주거시설을 공급할 수 있는 대응 시나리오와 함께 기술개발이 준비하지 않는다면 남한사회는 큰 재앙을 맞게 될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북한에 이미 지어진 건축물에 대해 올바른 해석이 필요하다. 북한은 지난 70년의 세월을 사회주의국가 체제로 유지해오는 동안 산과 들, 식물마저도 그들의 방식대로 바꾸어 버렸다.

그런데 건축이라고 예외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필자는 북한건축을 ‘사회주의건축’이라 정의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북한건축이 막연한 사회주의국가에 속한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위대한 사회주의국가’를 건설한다고 하던 시기 북한의 최고지도자는 ‘건축’을 매우 유용한 도구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들어서 북한은 사회주의 헌법제정과 함께 안정적인 권력기반이 확보됨에 따라 주체사상을 확립하기위해 김일성 우상화에 더욱 힘을 쏟게 됐다. 더욱이 김정일은 후계자 계승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 필요했으며, 아버지 김일성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건축 건설사업에 몰두함은 물론, 이 과정에서 자신의 리더십과 차기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러한 경험은 김정일의 건축적 이론과 사회주의 건축개념을 낳게 했으며, 1992년 마침내‘건축예술론’을 발표하게 돼 주체사상을 건축이론에 담는 결과가 됐다.

즉 ‘주체건축’을 통해 북한 전 지역의 건축과 도시환경을 북한식 사회주의건설과 독재권력 유지를 위한 도구로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간단히 말해 북한의‘건축’은 사회주의국가 건설초기부터 사회주의건설과 독재권력 유지를 위한 사명을 받고 태어난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주체건축’에 대한 연구는 지금부터 시작되어야 할 필요가 있으며, 통일시기에 한반도에서의 북한건축에 대한 정체성 혼란기를 극복할 수 있다.

■ 남북교류 통한 지원사업 큰 의미
현재의 북한 권력층의 분위기는 3대 세습의 초기였던 북한의 상황과 비교해 보았을 때 다소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이미 북한은 경제체제의 전환기에 왔다고 할 만큼 전국이 장마당을 주축으로 시장화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최근 북핵실험의 여파로 각종 제재가 이어질 수 있지만 이미 수차례 경험에서 얻어진 학습효과로 북한 정치권에 큰 타격을 주기는 쉬워 보이지 않는다.

어느 시기가 될지 모르지만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관(官)주도에서 민(民)주도의 교류가 필요할 때,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3월 옛 동독지역의 상징적인 도시 드레스덴에서 제의했던 ‘남북한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공동구축’을 민간차원에서 교류를 통해 해결해 볼 것을 기대한다. 이것은 국가 통일정책에 담긴 중요한 의미가 있기도 하다.

북한의 낙후지역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할 수 있다면, 북한주민에게 남한에 대한 새로운 신뢰를 심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북한주민에게 통일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를 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시기에는 사회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남한에 대한 신뢰감이 증폭돼 통일을 지향하는 정책이 힘을 얻을 수 있으며, 대규모 인구이동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방향의 대북사업의 경우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개발 로드맵과 재원확보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체계적이며 구체적인 준비가 필수적이다.

‘건축’이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해결과 그들의 건강, 생활, 문화, 더 나아가 인권을 존중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므로 북한과의 신뢰회복은 물론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건축의 순수한 본질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통일준비는 통일 의지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 통일의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과 위협에도 굴복되어서는 안 된다. 한반도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일준비는 어떤 상황에서도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