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 세상만사]<57>그레샴의 법칙!
[안동유 세상만사]<57>그레샴의 법칙!
  • 국토일보
  • 승인 2016.02.0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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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유 팀장 /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정보지원팀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씨(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정보지원팀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팀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팀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그레샴의 법칙!

이미 상영시기가 몇 년 지나 고전이 되어버린 친구란 영화가 있다. 천만이 넘는 관객이 들었고 곽경택 감독의 출세작이면서 자전적 줄거리를 가진 영화다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부산의 유명한 칠성파란 조폭의 이야기라고 해 이에 질세라 호남권을 배경으로 짝패란 아류의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명화인지는 모르나 유명한 영화이기는 해서 재밌게 보았고 작품성보단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 같은 시절 고등학교를 다닌 추억의 공유자로서 공감하는 바가 많아 고개가 끄덕여지며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장면이 많은 기억이 난다.

요즘 응팔(응답하라 1988년)을 보며 흐뭇해 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비슷할 듯하다.

그런 장면 중 하나가 버스 회수권 열장짜리를 교묘하게 11장으로 잘라서 쓰는 장면이다. 한 장과 다음 장의 경계선을 교묘하게 조금씩 당겨서 조금 잘못 잘라진 듯한 회수권 11장으로 만들어 쓰려는 가벼운 사기는 그 시대 교복을 입고 고등학교를 다닌 우리 60년대 중반부에 출생한 세대 대부분의 공범의식을 자극한다.

무릎을 치며 그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던 우리들의 경험이야 가벼운 치기에 불과하지만 사회 경제적으로 적지않은 문제를 불러일으킨 비슷한 사건이 반복돼 사회 현상으로 굳어진 일도 있다.

이른바 그레샴의 법칙이다.

과거 영국은 금화를 화폐로 쓰며 금화의 가치를 그대로 돈의 가치로 통용했다. 나쁜 쪽으로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어디나 있고 그런 사악함으로 불로소득하려는 시도는 늘 있게 마련이다.

금화를 미세하게 훼손하기 시작한다. 금화의 테두리를 조금씩 갈아서 금가루를 모아 새로운 금화 한 개를 만들 수 있다

떠도는 말로는 샤일록을 전형으로 하는 유대인들이 이런 사악한 일을 만들어냈다고도 한다.

검은 천을 깔고 줄같은 걸로 미세하게 금화의 테두리를 갈아낸 함량 미달의 금화를 유통시키고 좋은 금화가 들어오면 같은 짓을 반복한다. 이래서 사회엔 함량 미달의 금화만 유통되고 좋은 금화는 모두 꽁꽁 숨겨놓게 됐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그레샴의 법칙이 완성된다. 이것을 막은 사람이 그 유명한 아이작 뉴톤이다.

금화의 테두리에 홈을 판 것이다. 금화를 갈아내면 테두리가 매끄럽게 되고 그런 화폐는 유통되지 못하게 됐다.

지금 동전은 금화가 아니라서 그런 일이 일어나기 어렵지만 그 유습으로 테두리에 홈을 갖게 됐다. 사랑은 가도 추억은 남는 것처럼….

어쨌든! 이런 현상을 조직에서도 볼 수 있다.

평소엔 능력이 부족한 악화들이 양화들을 어떻게든 몰아내고 요직을 차지하려 든다. 일하는 능력이 부족하지 아첨하고 출세하는 능력이 부족한 건 아니다. 윗사람이나 인사에 칼자루를 쥔 사람을 자기 편으로 구워 삶는 데는 귀신같은 재주를 발휘한다.

자신의 안위와 영달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죽이는 데 골몰하는 이런 사람들은 조직이 망가지는 건 안중에 없다. 그러면 조직은 어려움을 겪고 발전하지 못해 경영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레샴의 법칙은 위기에 또한번 위력을 발휘한다. 나가야 할 악화는 생존능력이 뛰어나 절대 나가지 않는다. 대개 갈 곳이 비교적 많고 선량한 양화는 이를 견디지 못하거나 너그러움을 발휘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간다.

요즘 나라 전체가 노동개혁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숙련공이 나가면 조직 혁신의 의미는 반감한다.

모쪼록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레샴의 법칙을 새삼 새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