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 세상만사]<56>다윈과 지렁이
[안동유 세상만사]<56>다윈과 지렁이
  • 하종숙 기자
  • 승인 2016.01.26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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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유 팀장 /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정보지원팀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씨(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정보지원팀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팀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팀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다윈과 지렁이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이 유명하게 만든 동물이 몇 있다. 갈라파고스의 거북이와 이구아나가 그렇고 부리가 다르게 진화한 핀치새가 그렇다.

생물의 종이 어떻게 다르게 진화하는지 이런 동물들을 통해 입증했고 비슷한 시기에 인도네시아에서 알프레드 월러스가 진화론과 비슷한 착상을 하고 생물들을 연구한 것이 다윈을 자극gi 연구를 분발하게 했고 그래서 오히려 그의 이론이 다윈에 의해 묻히고 말았다는 사실 등이 다윈과 관련해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많지 않은 사람들이 다윈에 의해 지렁이가 유명해졌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소수에 의해 유명해져 봐야 얼마나 유명해지겠나 하겠지만 질적으로 따지면 지적으로 좀 더 뛰어난 사람들에게 알려진 거라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일찌기 다윈은 지렁이의 생물학적 가치에 주목하여 이 동물이 아니었으면 우리가 누리는 이런 풍요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렁이가 먹고 뱉어내는 똥, 이를 분변토라고 그럴싸하게 말하지만 본질은 똥이다. 하긴 효모의 똥이 술이고 유산균의 똥이 요구르트다. 이 숨막혀 썩어가는 이 지구의 땅을 비옥하게 만들고 다양한 식물을 자라게 하여 이 푸른 지구가 풍요롭게 된 것이다.

다윈이 연구하기 전엔 한낱 쓸모없는 동물로 치부했지만 지금은 이런 지렁이를 애지중지하며 그 가치를 알아 보고 그 쓸모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곳곳에 지렁이를 분양한다고 하고 분변토도 팔고 있다. 친환경 농업을 하거나 주말 농장, 텃밭을 가꾸는 사람도 지렁이를 이용하는 일이 많다. 심지어 음식물 찌꺼기를 처리하는 사람들까지 지렁이를 이용하는 등 그 쓰임새가 다양하게 적용된다.

지렁이는 이른바 환형동물이다. 손도 발도 없이 몸통만 있고 만지면 피부가 매끈하고 물렁한 느낌이 들어 뼈가 없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그런 지렁이가 어떻게 앞으로 나가는지 궁금하고 신기하다. 땅을 파고 다니기도 하고 비올 땐 밖으로 나와 잘도 기어다닌다.

비슷한 모양의 뱀은 몸통의 비늘을 이용해 기어 다니지만 지렁이는 어떻게 기어다닐까? 비밀은 몸통의 체액에 있다. 지렁이가 앞으로 나갈 때 뒷쪽의 체액을 앞으로 밀고 피부를 당겨 뒷몸통을 줄이고 앞몸통을 늘이는 방법을 쓴다.

요즘 기업마다 구조조정을 하느라 아우성을 친다. 경제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불필요한 부서나 인원을 감축하는데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정부의 노동개혁 법안도 이른바 고용의 유연성을 핵심으로 한다. 쉽게 해고하고 인원을 줄일 수 있도록 해서 기업과 소유주는 살 수 있도록 하여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조조정이 인원을 감축하는 것만 능사는 아니다. 누군가 비유했듯 뚱뚱한 사람이 건강해지려면 운동을 통해 군살을 빼고 근육을 강화해야지 손발을 잘라내서 체중을 줄여서는 안되는 것이다.

제행무상이고 제법무아라 했던가?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모든 것이 영원할 수는 없다.

조직이 발전하면서 불필요한 부문이 생기고 그것을 정리해야 할 필요성이 어쩔 수 없이 생긴다. 하지만 불필요한 분야를 무조건 잘라내기 시작하면 마침내 조직은 쪼그라들어 초라한 모습으로 시들어갈 것이다.

하등동물인 지렁이도 뒷쪽의 불필요한 체액을 앞으로 밀어 나아간다. 조직도 이런 지렁이의 슬기를 배워야 할 듯하다. 그래도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만든 조직 아닌가?

조직의 불필요한 부분을 정리해 그 인원과 물적 자본을 새로운 분야에 투입,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불가피한 인원 감축은 어쩔 수 없다. 마치 지렁이가 기어가듯 그렇게 조직은 앞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기업의 진화 과정이다.

지렁이가 이 삭막한 지구의 흙을 기름지게 바꾸어 놓듯 환골탈태한 기업은 이 땅의 경제 토양을 비옥하게 할 것이다. 다윈이 아니라도 이 정도는 상식인 시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