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로운 건축시장 준비··· 공업화건축이 미래다
[기고] 새로운 건축시장 준비··· 공업화건축이 미래다
  • 국토일보
  • 승인 2016.01.25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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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애드건축 대표이사

   
▲ 이종석 애드건축 대표이사.

우리의 건축문화는 질적 성장동력이 돼야 하고, 건축산업과 시장은 양적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맡아 상호 보완적 관계에서 발전해 나갈 때 이상적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축문화와 산업은 나아가야 할방향을 잃고 표류중인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 고급화돼야 하고 명품건축을 추구해야 할 필요도 있지만 우리에게 당장 먹거리를 제공해야 할 건축산업과 시장을 먼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 주택시장을 짚어볼 필요가 있어 잠시 언급하고자 한다.

우리의 주거환경은 그 시대의 부동산 정책에 따라 개발된 새로운 상품이 주도해 온 경향이 있다. 대표적으로 1980년대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서민의 주거안정 대책으로 다세대주택이 대거 공급되기도 했고, 1990년대에는 200만호 주택건설과 함께 수도권지역에 신도시가 속속 건설됐으며, 최근에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전세난이 심각해지자 ‘도시형 생활주택’이란 이름의 새로운 주거형태가 생겨났다.

지금 우리의 도시 속에는 80년대에 유행했던 다세대주택과 최근 지어진 도시형 생활주택이 공존하고 있다. 마치 도시의 좁은 땅을 놓고 서로 다투기라도 하듯 어색한 공존을 하고 있는 것이다.

콘크리트와 벽돌구조가 내구성에서 수명이 100년 이상 간다고는 하지만, 실제 건축물의 기능적 수명은 매우 짧아진 상태이다. 그러나 이미 지어진 건축물은 그 수명을 다했다 해도 쉽게 다음 주인에게 자리를 내주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의 도시를 급속하게 노후화 시키고 있다.

■ 노령화시대는 도시도 마찬가지

많은 국가가 인구의 급격한 노령화로 인해 시급한 해결과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출산율은 낮고 수명은 길어짐에 따라 사회의 노령화가 진행 중이다.


그럼 인간의 노령화만이 문제인가? 현대도시는 노령화로 더 오래전부터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도시를 구성하는 각 건축물과 구조물은 물리적 수명만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시대에 건설된 후 그들은 변화하는 사회구조와 사람들의 라이프사이클을 따라가지 못함에 따라 실제 수명은 생각보다 훨씬 짧아졌으며 그 결과 도시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만 것이다. 이로 인해 재개발이다 재건축이다 도시재생사업이다 등등 사회가 부담해야하는 비용과 각종 규제와 이해관계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만만치 않다보니 도시의 노령화를 극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 도시의 탄생과 도시건축의 역사

인류는 탄생과 함께 종족을 보존하기위한 수단으로 먹거리 다음으로 거주할 공간의 확보가 가장 중요한 과제였을 것이다. 지역에 따라 환경은 다르겠지만 수렵과 자연식물의 채집으로 이곳저곳을 떠돌며 다니던 시기를 거쳐 일정지역에 정착해 작물을 재배하는 즉, 농업이 시작된 것이다.


농업은 드넓은 지역을 이동하면서 식량을 구하던 수렵시기와는 달리 일정한 장소에서 좁은 면적으로도 많은 사람의 식량을 조달할 수 있는 인류 역사상 획기적인 발명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시대에 필요했던 거주공간이란 장소의 이동이 필요 없는 대대손손 물려줄 수 있는 튼튼한 건축물이었을 것이다. 여기서 잠시 국내 건축법에서 명시한 ‘건축물’의 정의를 살펴보면, ‘건축물’이란 토지에 정착(定着)하는 공작물 중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는 것과 ~라고 돼 있다.

이처럼 건축물을 ‘토지에 정착하는’ 구조물로 인식하는 것은 농경시대의 영구정착 개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라고 추측할 수 있다.

또한 건축계획 이론에서는 ‘건축물’을 인간의 몸과 마음을 보호할 수 있는 ‘쉘터(shelter)’로 규정하고 있어 건축가는 건축물을 설계할 때 석재, 벽돌, 콘크리트와 같은 육중한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막연한 신뢰를 얻어 왔다.

오늘날의 도시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한번 살펴보면, 다수 노동력과 인력이 필요한 농경사회는 집단 거주지 즉, 마을을 탄생시키게 되었고 농사기술의 발달로 인구가 증가하게 됐으며, 좀 더 합리적인 농업기술의 요구로 치수와 관개를 함으로써 새로운 농지를 확보하게 됐다.

이러한 개척을 추진하는 중심지로 도시가 형성됨으로써 스스로 식량을 생산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으로 도시의 역할이 시작된 것이다.

도시민은 주변의 농촌에 치안유지, 신앙, 교역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식량을 확보했다.

도시의 구조는 농경사회 때부터 신뢰받아왔던 건축개념을 이어받게 됨에 따라 콘크리트, 벽돌, 석재 등의 건축요소로 구성될 수 밖에 없었다.

이렇듯 오늘날의 도시건축은 농경사회에서 이룩한 건축적인 관습과 개념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으며, 현재 어떻게 작용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새로운 사고의 변화가 절실한 때

철저하게 농업에 기반을 둔 우리나라는 농경사회 마을중심의 공동체가 단일민족으로 묶는 중요한 요체로서 고유의 민족성과 도덕, 문화 및 전통 등을 생산해 왔다.


전통건축을 살펴보면 지역적 다른 특성에도 불구하고 농경사회의 문화와 관념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건축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여기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며, 이것은 현재 도시건축의 기본이 되어 도시인의 생활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어떻게 현대 도시건축과 전통건축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는가? 그것은 건축의 외형이나 내용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의 건축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현대사회는 과거 농경시대처럼 한곳에 머물며 수십년 또는 대를 이어 사는 시대가 아니고 몇 년 또는 몇 개월만에도 수시로 자기의 거처를 옮겨 사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도시속의 건축물은 그 자리에서 그 모습을 몇십년 이상 유지하고 있다.

이제 도시는 빡빡한 인구밀도에 밀려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더욱 빨라지는 라이프사이클과 사회구조의 변화로 인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좀 유연하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건축모델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 공업화건축에서 미래를 발견하다

‘공업화건축’이라 하면 우선 가볍고 값싸고 내구적이지 않고 예쁘지 않다는 등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는 게 현실이다. 아직 국내 공업화건축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아마도 기술수준과 디자인적 해결의지 부족, 그리고 무엇보다도 앞서 말한 현대인들의 건축적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와 환경의 변화 속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는 요즈음 이에 대해 보다 진지하고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공업화건축은 이제 시험 또는 시도 단계를 지나 실용화 단계에 와 있다. 현재 일부 군사시설, 학교, 주택 등에 적용하고 있으며 현장의 부족한 노동력을 극복하기위해 공장 중심의 공업화건축은 현대건축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럼 공업화 건축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현장의 노동력을 최소화하고 신속하게 시공하여 균질한 품질의 건축물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일정기간이 경과해 사회적 요구나 기능의 한계로 인해 철거할 시점이 왔을 때 손쉽게 철거해 재사용 또는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적 공법이라는 점이다.

이로 인해 토지의 활용성이 극대화돼 토지주의 새로운 이익창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도시발전에 매우 용이한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환경파괴와 건설폐기물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녹색환경을 꿈꾸는 요즈음 시의적절한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건설현장을 가보게 되면 상당수의 건설근로자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문성과 숙련도도 그렇지만 열악한 현장시공여건상 적정품질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비용 역시 공장 근로자보다 현장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비용이 몇 배 이상 차이나기도 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공장 제작비율이 높거나 현장공정이 적은 공업화 건축은 품질이나 가격적인 측면에서 소비자나 투자자에게 매우 매력적일 수 있다.

최근 DIY족의 확산과 더불어 일반인들의 건설참여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기술적 전문영역이 붕괴되고 있으며, 기존의 삶의 방식을 벋어나 귀농, 귀촌, 캠핑 등 자연주의적인 생활을 선호하는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는 요즈음 이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건축자재 및 공법의 개발도 시급하다.

아울러 공업화 건축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기존의 공법에 비해 저렴하게 공급될 수 있고, 시장 확보, 사업모델의 개발 등으로 폭넓게 공급될 수 있다면 지금까지 걱정했던 도시 노후화 문제, 임계점에 와있는 농어촌의 주거환경 등의 해결이 보다 쉬워질 것으로 보이며, 그동안 나갈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건축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