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동철위원장에게 듣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동철위원장에게 듣는다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6.01.1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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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 '비정상의 정상화'에 주력할 터"

"건설산업 '비정상의 정상화'에 주력할 터"

지역별 소규모 공사 발주 예산 확대 집행 노력
시설물 유지관리·도시재생 등 신성장 동력 유도할 때

건설 생산주체 간 의식 선진화·글로벌 경쟁력 갖춰야
고부가가치 기술 구현 위해 능력·전문성 갖춘 인력 확보 만전

▲ 김동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
“경제민주화는 성장이 근본입니다. 그야말로 분배 지상주의는 망국으로 가는 지름길일 뿐... 대한민국은 지금 중소기업의 활로를 열어 주면서 대기업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정책이 중요합니다”  19대 후반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동철 국회의원(국민의 당, 광주 광산갑, 3선)의 평소 경제철학이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경제가 장기적 침체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2016년 현실을 짚고 있는 김 위원장은 한국 건설산업의 우선과제 3가지를 지적한다. ‘페이퍼 컴퍼니 정리, 건전한 경쟁체제 도입, 저가낙찰제 개선 ’- 이것이 선결돼야 세계시장에서 경쟁우위를 바탕으로 선도적 역할을 해 나갈 수 있다는 지론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수 및 해외시장이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시장관리자 기능을 위해 성숙된 제도 및 운용의 기법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김광년 본보 편집국장

▷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19대 국회 마지막해이기도 한데요. 새해 국회 국토위 운영 방향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 2월과 4월 임시국회 정도가 위원회 활동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입니다. 이 시간마저도 20대 총선일정 때문에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국토교통위는 위원장과 여·야 간사간 협의를 통해 2월 국회와 4월 국회기간에 전체회의를 열어 산적해 있는 주거와 교통, 건설과 물류 등 긴급한 현안들을 점검하고 관련법도 심사하기로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남은 임기동안 정부의 주거대책을 꼼꼼히 살펴 ‘전·월세 난민’으로 표현되는 서민 주거 안정 방안을 입법으로 보완하는데 심혈을 기울여 나갈 계획입니다.

▷ 2016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예상보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많이 확보됐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볼 때 SOC 예산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 주십시오.
- 정부는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앞으로 SOC분야 예산을 계속 줄여나가기로 한바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SOC 예산은 23조7,000억원으로 정부안과 비교했을 때 4,000억원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예산과 비교해 보면 1조1,000억원이 줄었습니다.저는 SOC 예산은 예산의 자원배분 기능뿐 아니라 경기 조절 기능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SOC 예산의 급격한 감소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지난해 SOC 예산 심사과정에서 특정지역 편중 문제가 거론된 점에 비춰보면 이런 지적이 나오지 않도록 고른 예산 배분에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습니다.

▲ 정부는 내수 및 해외시장이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시장관리자 기능을 위해 성숙된 제도 및 운용의 기법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김 위원장.

▷ 대규모 SOC 확충이 불가능하다면 마을 안길 포장이나 노후 교량 보수와 같은 국민생활에 밀접한 분야의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 그렇습니다. 해방 이후 고속도로나 고속철도, 국제공항 등 대규모 인프라 확충에 대한 투자가 체계적으로 이뤄졌고, 질적 수준 또한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섰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택이나 생활도로, 소규모 교량, 특히 상하수도 관로와 같이 국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시설들의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안전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는 점 또한 사실입니다.

따라서 국민생활과 밀접한 시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 생활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등 여러 장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역에서 집행되는 대부분의 소규모 공사는 해당지역 업체와 지역민의 참여가 자연스럽게 늘어나기 때문이죠.2016년도 예산은 국회에서 확정됐지만 집행의 묘미를 살려 이런 분야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위원회 차원에서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 19대 국회에서 하도급 부조리를 막기 위한 대책이 다각도로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현장에서의 체감도는 예상만큼 높아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여야를 막론하고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여러 가지 공약을 제시하고 실제 법 개정이 많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법과 제도가 바뀌었다고 사람의 사고방식도 일순간에 바뀌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우리 법제를 살펴보면 ‘건설산업 기본법’과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국가계약법’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은 것 같습니다.

따라서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 못지않게 건설 생산주체들의 사고방식도 선진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건설산업은 그 어느 산업 못지않게 원·하도급자의 협력이 요긴하지 않습니까. 얼마 남지 않은 19대 국회지만 여러 차례 임시국회가 계획돼 있는 만큼 기회 있을 때마다 이 문제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건설근로자의 노임 체불 문제가 또 다른 이슈입니다. 전문건설사가 직접 근로자를 고용하다보니 모든 화살이 집중돼 다소 억울한 측면도 있는데요.
- 농부가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지 않으면 봄에 씨앗을 뿌리고 무더운 여름에 김을 매지 않듯, 근로자에게 임금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입니다. 건설현장의 임금체불 문제는 단순히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고 있는 하도급 전문건설사의 전적인 책임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발주자에게서 나간 공사대금이 원·하도급자를 거쳐 근로자나 자재업자, 장비 대여업자에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돼야 하는데, 이 흐름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원도급사가 제대로 공사대금을 주지 않고 심지어 전자어음으로 공사대금을 지급한 후 법정관리를 신청해 버리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근로자의 생활 안정이 중요한 만큼 제도적으로 미비한 점을 보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현재 국내 건설산업을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가요? 발전방안이 있다면 제언 부탁드리겠습니다.
- 국내 건설업계는 변변한 장비조차 없던 1960년대부터 해외 건설공사을 연이어 수주한 덕분에 해외건설 강국의 기초를 닦았습니다. 또한 국내 경제위기 때마다 해외로 진출해 외화를 획득함으로써 경제 성장엔진으로서의 역할을 든든히 해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건설업계가 처한 사회적, 경제적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2014년 건설업 이직률이 11.9%로, 전체 산업 이직률의 두 배가 넘습니다. 자부심과 긍지로 가득해야 할 건설업계가 스스로 위축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하지만 낙담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건설 산업이 예전과 같은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지는 않겠지만, 국민 안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설물 유지·보수 시장이 성장기에 진입하면서 주택 리모델링과 도심재생, SOC 시설물 유지 보수 등과 같은 새로운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죠.

건설기술인들은 지금까지 우리 국토를 비롯한 대한민국을 ‘재건’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이제는 재건이 아닌 대한민국을 새롭게 ‘재생’하는 기회가 찾아온 만큼 건설기술인의 역할은 또 한 번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변화와 혁신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건설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시야와 고부가가치 기술을 구현해 낼 수 있는 능력과 전문성을 두루 갖춘 인력 확보가 필수입니다.

물론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도 반드시 수반돼야 합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급변하는 건설시장에서 건설기술인들이 전문 인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의견 수렴과 건설기술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건설업계에 당부 말씀 부탁드립니다.
건설산업은 숱한 역경을 이겨내고 한강의 기적을 이끌어온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걸어온 역사의 어느 한편도 순탄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멀고 험하기는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고, 험한 일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겁니다.

건설산업이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주역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미래를 펼쳐 나가길 기대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 흘리고 계신 우리 건설업 종사자 여러분의 노고에 격려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새해 새 날, 건강과 행복이 항상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정리=김주영 기자 kzy@ikl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