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권의 이기적 행태
[사설] 금융권의 이기적 행태
  • 국토일보
  • 승인 2009.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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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의 속 다르고 겉 다른 이기적 행태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그 파편의 가장 큰 피해 상대로 가뜩이나 곤경에 처해 있는 건설업체들이 꼽히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 준다.

 

이로 인해 집 잘 짓기로 소문났던 업체들마저 하루아침에 도산 위기에 몰리는 등 그 수난이 이만저만 아니다.


 최근 건실 업체로 평가 받았던 월드건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자청하고 나선 것도 따지고 보면 금융권의 이율배반적 영업 행태 탓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건실 업체로 평가를 해 놓고도 실상 금융지원은 나몰라라는 식으로 외면해 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워크아웃 대상 업체에는 채권행사의 유예는 물론 신규자금까지 긴급 수혈해 주는 혜택(?)이 주어지는 상황이다 보니 대내외적인 기업 이미지보다는 살아남고 아울러 내실을 기하는 실속 있는 길을 택하게 된 셈이다.


 기업의 옥석 가리기는 채권단이 구조조정 대상을 정할 때만 필요한 게 아니다. 회생하려는 의지와 진정성이 있다면 우선 금융기관부터 이들의 재기 노력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렵게 성가(聲價)를 쌓아온 건실한 전문업체들의 공력을 쉽게 무너지게 한다면 그 후유증은 분명 나중에 부메랑이 되어 주택 수요자들의 몫으로 돌아올지 모른다.


 사실 월드건설(메르디앙)을 비롯해 동문건설, 동일토건(동일하이빌) 등은 아파트를 잘 짓기로 소문난 회사들이다. 이런 명성을 쌓을 만큼 아파트 건설에 특화했다가 부동산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일 때도 다른 사업에 한 눈 팔지 않고 오로지 수준 높은 아파트를 짓는 데 전력투구한 주택건설 전문의 중견업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금융회사들의 체력 보강을 위해 20조원의 자본확충펀드, 40조원의 구조조정기금 등 이중삼중의 공적자금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는 것도 결국은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옥석을 가리고 살릴 기업들의 회생에도 적극 나서라는 의미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작금 벌어지고 있는 금융권의 자기보신적 행태는 정말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다.


 이런 소극적 자세로 인해 건실한 기업마저 도산사태를 맞는 등으로 부실 파도가 몰려온다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사태로 비화될 수 있으며 그것은 곧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는 경제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본란을 통해 기업구조조정 작업에 대한 정부차원의 적극적 개입을 촉구한 것도 이런 부작용과 왜곡 현상을 우려한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나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기업 신용위험 평가가 ‘무늬만 구조조정’이 되지 않도록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방치한다면 경제회복도 그만큼 불투명질 수밖에 없다.

 

이미 최근 단행된 2차 기업 구조조정 결과에 대해 실망의 목소리가 높고 심지어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를 각별히 유념해야할 듯싶다.


 결국은 건실 기업을 살리고 더 나아가 경제를 살리는 일에는 금융권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동참이 관건이라는 의미다. 최근 정부가 ‘민간자금 활용 및 주택수요 보완을 통한 미분양 해소방안’을 내놓은 것도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 내놓은 미분양 해소처방의 약발이 듣지 않게 되자 금융 부문의 대책을 추가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 역시 금융권의 적극적인 동참이 과제인 셈이다. 지난해에도 공공 부문의 직접매입 방안과 미분양펀드 지원방안을 마련했으나 금융지원 등이 뒷받침되지 않아 투자자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유명무실해 진바 있다.

 

이는 금융권의 불합리한 대출제한이나 가산금리 인상, 일방적 계약파기 등 부적절한 행위 등을 근절할 때, 다시 말해 금융권의 전향적이고 긍정적인 동참을 이끌어낼 때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 미분양으로 인한 경제적 파행 사태는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니다. 미분양 적체에 따른 자금난으로 사업장이 부실화되고 이것이 하도급업체 연쇄부도와 실업자 양산 및 PF 부실 등으로 이어지면서 일파만파의 경제적 폐해를 일으키고 있다. 그만큼 주택시장의 활성화가 절박하며 금융권의 동참이 절대적이라는 경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