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의 세상만사]<52>대인배!
[안동유의 세상만사]<52>대인배!
  • 국토일보
  • 승인 2015.12.07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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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유 부지점장 /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지점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씨(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부지점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부지점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부지점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대인배!

요즘 흔히 쓰는 말중에 대인배란 말이 있다. 방송을 타며 유행어가 됐다.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손쉽게 쓰는 말이다.

아다시피 표준말은 아니다. 소인배에 대칭해 통큰 사람을 일컬으며 만들어낸 말로 보인다.

원래 배란 좋은 뜻에서는 쓰이지 않는다. 부정적인 내용을 표현한다. 불량배나 무뢰배 같이 행동이나 맘 씀씀이가 좋지 않은 사람을 낮추어 부를 때 쓰는 말이다.

모리배도 마찬가지!

하지만 표준어가 아니면 어떠랴? 그런 뜻을 나타낼 때 잘 어울리면 쓸 수도 있다. 사람들이 쓰면 그게 말이 된다.

세상이 좋아져서 한국에서도 일본 방송을 볼 수 있게 됐다. 일본 방송을 통해 잠깐씩 일본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군신이라 불리던 다케다 신겐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인 풍림화산, 가케무샤를 비롯해서 여러 편.

그 중에서도 일본 근대국가 건국의 세 영웅을 다룬 대망을 각색한 것으로 보이는 드라마가 수작 이었다.

널리 알려진대로 일본은 오다 노부나가와 토요토미 히데요시, 도꾸가와 이에야스를 통해 근대국가의 기틀을 잡았다. 처음 오다 노부나가가 일본 통일의 야심을 품고 각지의 제후들을 통합하고 정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다 노부나가가 부하의 반란으로 죽고 실권은 반란을 평정한 토요토미에게 넘어갔다.

토요토미가 다시 천하를 통일하려는 대업(쇼군)을 꿈꾸며 제후(다이묘)를 정벌했으나 도꾸가와 이에야스만큼은 쉽게 제압하지 못했다.

노회한 도꾸가와는 영주 가문으로 신분도 토요토미보다 위였고 독자적인 영역을 확고히 구축하고 있었다.

전쟁을 멈추고 적당히 타협한 둘은 불안한 평화와 동거를 시작했다. 외형으론 통일을 이룬 것이다.

이제 대업 완수를 천하에 선포하는 일만 남았는데 토요토미는 단신으로 도꾸가와의 집을 찾아간다. 후원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토요토미가 등을 보이고 오줌을 누는데 도꾸가와의 부장이 칼을 잡는다.

적을 제거할 절호의 기회다. 도꾸가와는 눈짓으로 급히 막았다. 그리고 ‘그럼 나도’하고 같이 옆에 서서 오줌을 눈다.

밉지만 그들은 일본 근대의 영웅들이다. 도꾸가와에게 등을 보인 토요토미나 이를 진정한 포용의 악수로 받아들인 도꾸가와나 큰 인물들이다.

등을 보임으로써 모든 걸 걸고 가슴을 연 토요토미. 정적을 해치울 수 있지만 더 크게 보고 같이 가슴을 연 도꾸가와.

우린 왜 이런 인물들이 없을까? 작은 이익에도 갈라지고 다투는 모습을 많이 본다.

대의는 없다. 얄팍한 명분만 앞세워 각자 이익을 도모하기 바쁘다. 의혹을 제기하고 파헤치면서 사실을 검증하자고 흠집을 내고 명예훼손죄니 모욕죄니 서로 고소, 고발이 난무한다.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억되는 16대 대통령 링컨은 노예 해방을 위해 헌신하고 남북전쟁을 통해서까지 뜻을 이룬 사람으로 평가된다.

아니다. 그는 노예 해방론자보다는 연방주의자라고 보는 것이 맞다. 노예 해방은 중요한 관심사가 아니었다. 분열되려는 미국을 통합해 세계의 강대국으로 우뚝 서게 만든 점에서 미국인의 존경을 받는다.

남부 여러 주들은 자유주의, 자치권 확립을 주장하며 북부의 주들과 그 이해가 부딪히니까 분리 독립하려 한 것이다. 그 분열을 막은 것이 남북전쟁이다.

멋있는 남부 대농장의 풍경을 배경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진 모든 것에는 남부 귀족주의적인 우아함과 낭만이 있었다.

노예제도. 노예제는 단지 남부 문화의 일부일 뿐이었고 그것이 분리 독립하려는 남부의 제도였기 때문에 폐지된 것이다.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지만 링컨은 타협과 조정의 명수였다. 정반대의 정적이 비난을 퍼부어도 그를 포용했다.

설득과 이해의 조정. 대인배는 그런 사람이다. 더 큰 것을 위해 양보할 줄 알고 품을 줄 아는 사람.

최근 김영삼 전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화합과 통합의 정치를 얘기하기 시작한 것은 바람직하다.

표준말이면 어떻고 아니면 또 어떤가?

빨리 대인배란 개념이 모든 사람의 가슴에 진정으로 자리잡고 실천으로 옮겨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