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의 세상만사]<50>아! MBO
[안동유의 세상만사]<50>아! MBO
  • 국토일보
  • 승인 2015.11.2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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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유 부지점장 /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지점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씨(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부지점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부지점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부지점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아! MBO.(목표관리제)


경영의 출발은 인류의 기원과 같이 했으나 경영학의 출발점은 테일러의 과업관리부터라고들 한다. 현실은 언제나 상존하나 그것을 학문적으로 체계를 잡는 건 나중의 일이다. 조직 관리나 그 연장선인 경영학도 그렇게 나중에 정립되기 시작한 것이다.

테일러의 과업 관리를 다른 말로 과학적 관리라고 한다. 과학적이란 말이 붙는 건 그 전에 비합리적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체계적인 적용을 못해 왔기 때문이다.

테일러의 관리 시스템부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접근이 가능하게 됐다.

아무리 그럴싸한 말로 덧칠을 해도 경영학과 조직 관리기법은 인간 착취의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본질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테일러는 노동력을 짜내기 위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서 동작 연구과 시간 연구를 통해 성과 평가에 의한 차별 성과급 제도를 만들었다. 과업을 주고 그것을 달성하는지 여부와 달성도를 측정해 임금을 차별하고 해고의 빌미로 삼은 것이다.

노동력을 쥐어짜는 잔인한 자본주의의 극치를 달려서 노동 문제를 일으킨 그는 자주 비판의 뭇매를 맞았다.(하지만 사회주의 국가로 출발한 소련도 그의 경영기법을 도입한 것은 아이러니다.)

우리나라도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예외없이 이런 노동력 착취 기법들이 도입됐다. 시테크니 분테크니 하여 직원들이 조금의 딴짓도 못하게 감시하는 것이 한때 유행했었다.

스크루지처럼 직원을 현장에, 생산 라인에, 책상에 붙들어 앉혀야 직성이 풀렸다.

하지만…. 그런다고 성과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흔히 하는 말로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는 할 수 없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 봐야 물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경영기법상 이런 방법은 조직과 직원의 피로도만 높이지 성과와는 별 상관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 출발에 있어서는 과학적이었던 과학적(과업) 관리가 결과에 있어서는 참혹한 실패로 이어졌다. 과학적 관리는 가학적 관리로 전락했을 뿐이다.

지금은 경영학에서 하지하책으로 통하는 것이 과업관리다. 원인은 간단하다. 사람은 기계가 아닌 것이다.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계기가 주어지면 기계보다 훨씬 생산성이 높아지고 조금만 인격적 침해를 받아도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간이다. 인간에겐 기분과 감정이 아주 중요한 것이다.(군대에선 이것을 사기라고 표현한다.)

테일러는 이런 심리학적 요소를 간과했다.(이를 대체해 각광을 받은 패욜의 일반 관리는 인간 통솔의 학문으로 불리며 관리자의 솔선수범을 중요한 요소로 한다.)

비과학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과업관리의 변형 중 하나가 MBO(목표관리제)다. 성과를 측정해서 차별적 대우를 해 경쟁으로 몰아 넣어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크게 세 가지의 문제점이 있다.

첫째, 목표가 주어지면 그 목표 외엔 보지 않게 된다. 직원들은 목표에 매몰돼 창의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게 되고 목표 달성에 급급하게 돼 정작 돌발하거나 숨어 있는 조직의 중요한 문제를 도외시하고 수치상의 목표에만 매진하게 된다.

목표를 위한 목표로 끝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 할 일만 매뉴얼에 의해 다하고 나면 질적인 내용을 더 이상 신경쓰지 않는다. 공항이나 기내의 많은 방송을 못 알아 듣는 건 그래서이다. 자기 할 말만 매뉴얼에 의해 읽고 끝난다. 고객이 알아듣고 말고는 상관없는 일이다.

둘째, 직원들이 목표를 관리하게 된다. 목표관리제의 본질은 목표를 두고 일을 관리하는 것인데 그야말로 목표 자체를 관리하는 목표 관리제가 된다.

목표와 경쟁을 통해 직원과 조직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부서간에 협조가 단절돼 마찰과 긴장감이 커져서 직원들은 달성할 수 있는 쉬운 목표를 책정하려고 시도하게 된다. 올해만 직장에 근무하는 것이 아니어서 가늘고 길게 가려는 것이다.

셋째, 본질적으로 생산 현장에서 시작한 목표관리는 무형의, 수치로 측정이 불가능한 업무에 있어서는 계량화가 불가해 맞지 않는 제도다.

이런 모순을 억지로 수치화해 적당히 무마하려는 시도가 있어도 그것은 생산성의 향상을 위한 목표관리가 아닌, 목표관리를 만들어 냈다는 경영자의 자기 만족에 불과하다.

과연 무엇을 위한 목표관리인지 생각한다면 맞지도 않은 업무를 다른 조직이 하니까 억지로 목표관리란 제도로 포장한 것에 불과한 짓을 할 필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달성해야 할 것은 생산성 향상이고 훌륭한 조직으로의 환골탈태지 목표관리란 수단이 아니다.

무늬만 변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시도하다 버리고 본질적으로 인간을 도외시하는 테일러의 과업관리로부터 출발한 이런 뒤떨어진 기법은 폐기돼야 한다.

아직도 이런 시대착오적인 낡은 경영기법을 도입하려고 많은 돈을 주고 용역을 의뢰하는 조직이 종종 있다. 서랍 구석에서 먼지 앉은 보고서를 끄집어내어 말이나 몇 개 바꾸어 내놓으며 컨설팅 업체는 쾌재를 부르며 앉아서 거저먹기로 용역비를 받아 가게 된다.

경영학의 초보만 알아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제도를 스스로 무식해서 시대에 뒤떨어진 줄도 모르고 신기한 기법이나 되는 듯 용역 보고서를 받아들고도 깨닫지 못한다면 그것은 배임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