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의 세상만사]<45>말과 수학
[안동유의 세상만사]<45>말과 수학
  • 국토일보
  • 승인 2015.09.14 0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동유 부지점장 /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지점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씨(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부지점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부지점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부지점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말과 수학

“역시 당신 뿐이 없어.”
가족을 칭찬하거나 동료의 능력이나 수고를 알아 줄 때 자주 쓰는 말이다.
하지만 무심코 쓰는 이 말이 잘못된 말이다.

평소 말은 자유롭게 쓰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표준말 규정이나 문법으로 얽어매는 걸 반대해 왔다.
맞다. 말은 물흐르듯 자연스레 발전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고 발전하고 생기고 없어진다.

독일의 역사법학파인 사비니가 ‘법은 말처럼 역사와 더불어 발전한다’고 한 말은 이런 점에서 지론이다.

비록 오분석이라 하더라도 말의 발전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뿐이 없다’라는 말은 논리적 모순을 스스로 안고 있기에 좀 다르게 생각된다.(물론 이런 말도 많은 말무리들의 동의를 얻으면 바른 말로 인정될 수 있다. 현재의 시점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뿐은 그것만’ 이런 뜻이다. 그런데 ‘없다’란 말을 붙이면 ‘그것이 없다’란 뜻이 된다. 맞게 쓰려면 “너 뿐이다”라고 하든지 아니면 “너밖에 없다”라고 해야 한다. 말 그대로 ‘밖에는 없고 너만 있다’는 뜻이 된다.

간단한 집합론이다. 언어는 기본적으로 범주 개념이다. 그래서 논리를 만들어 낸다. 집합은 논리와 표리 관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범주를 극명하게 나타내는 전형적인 말이 또 하나 있는데 ‘우리’란 말이다.
어떤 정기적인 모임에서 자주 ‘저희 모임을 방문한 분들을 소개하겠습니다.’라고 해서 참 불편했던 적이 있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한 무리에 속할 땐 ‘우리’라고 하는 것이 맞다. 존대법에 어긋난 게 아니다. 존대법을 너무 지나치게 의식해서 무리한 결과다.
‘우리나라’란 말을 ‘저희 나라’라고 말하는 경우가 자주 있어서 방송에서 여러번 지적하고 잘못 됐다고 비판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많이 고쳐진 것 같다.

요즘은 방송에서 실수로 ‘저희 나라’라고 하면 바로 사회자가 고쳐 주고 본인도 머쓱해 한다.

며칠 전 토론 방송에서 어떤 여자 국회의원이 박 대통령의 방중 수행 결과를 이야기하면서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내용을 말하면서 계속 ‘저희가, 저희가’를 남발해서 보기 딱 했다.

‘저희 나라’는 고쳐 쓰면서 ‘저희’는 왜 고치지 않는지…?

거기 다 우리나라 사람만 있어서 저희라고 하는 것이 논리에도 맞지 않고 국가 주권에도 맞지 않다.

자기네 당의 입장을 이야기하면 저희라고 해도 상관 없지만 우리나라를 얘기하면서 저희라고 하는 것은 저희나라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일찌기 누구보다도 똑똑하고 뛰어난 재원으로 인정됐던 사람이 모르고 그런 것은 아니다. 지나친 존대법이 어릴 때부터 강요된 탓에 입에 밴 것이다.

현대 사회는 평등 사회이고 우리말에 존대법이 발달한 것은 신분사회의 유습이기도 하다. 존대법을 억지로 없앨 수도 없으니 참 난감하다.

지나친 존대법도 문제지만 범주 개념을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것이니 어릴 때부터 말하는 법을 바르게 가르치자.

모든 것이 그렇지만 언어도 기본적인 수학 개념을 벗어나서 존재할 수 없다. 생각을 어떻게 정리하는 것도 수학이다. 입시에서만 수학을 가르치지 말고 생활 가운데 바른 범주를 구분하는 초보적인 생각부터 길러 주자.

그게 참 수학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