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의 세상만사]<44>커피, 안전띠, 그리고 완장
[안동유의 세상만사]<44>커피, 안전띠, 그리고 완장
  • 국토일보
  • 승인 2015.08.2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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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유 부지점장 /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지점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씨(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부지점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부지점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부지점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커피, 안전띠, 그리고 완장

어딜 다니다가 시간이 나면 사우나에 들러 피로를 풀거나 서점에서 책을 보기도 하지만 주민센터 같은 곳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인터넷으로 정보 검색을 하거나 필요한 문서 작업을 한다.

현대 복지국가답게 주민센터 안에 주민들을 위해 적당한 공간을 만들어 책을 빌려 주거나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서 편의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자원봉사자나 알바생을 배치해 필요한 관리를 하고 있기도 하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서 세심한 배려를 해서 삶의 질이 많이 높아진 것이다.

한번은 시간을 때울 겸 주민센터 내 정보실을 이용하게 됐는데 입구에 음식물 반입 금지라고 쓰여 있었다.

손에 자판기 커피를 들고 있었지만 통상적으로 음식물이라 함은 냄새가 나서 실내에 불쾌한 냄새를 남기거나 국물 등을 흘릴 경우 벌레가 꼬일 염려가 있는 것을 말하는 거라 생각해서 그냥 들어갔다.

커피향은 대개 거부반응을 일으켜 싫어하는 경우가 드물고 환경을 쾌적하게 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향을 내기도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일반 도서관도 커피 정도는 그냥 들고 들어가 책을 보며 마시기도 한다)

그런데 정보실을 지키는 젊은 여직원이 정색을 하며 음식물이라 반입을 하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혹 엎지를 경우 끈적거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그런가 보다하고 밖에서 다 마시고 들어갔다.

혼자만 있는 정보실이라 조용했는데 소리가 나서 보니 누군가 큰 쟁반에 음식을 들고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잠시 의아해 하며 보고 있는데 그 여직원이 안으로 갖고 오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커피완 비교도 안 되게 진한 된장찌개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닌가?

혼자 근무하고 있고 점심시간은 되었고 나가서 밥을 먹지 못하는 사정은 이해가 됐지만 음식물 반입을 막는 취지와는 맞지 않은 처사였다.

음식물 반입을 막는 것이 정보실이라 (과자봉지 같은 것의)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방해되어서일 수도 있지만 앞서 얘기한대로 냄새와 벌레꼬임 때문일 경우가 더 크다.

그건 정보실을 이용하는 주민에게만 발생하는 일이 아니라 거기에 근무하는 직원이라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다시말해 직무기 때문에 면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래 전에 경찰서 입구에서 차로 출근하는 경찰들을 상대로 안전띠 착용 여부를 단속한 적이 있다. 상당수가 안전띠를 매지 않고 운전을 하고 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언론에 보도돼 떠들썩하게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자기들은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라 그 적용에서 제외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때로 경찰이 교통 사고를 수습하거나 교통정리를 위해서 또는 형사사건 처리를 위해서 교통법규를 무시하고 길을 가로 지르거나 차를 운전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는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라 법 적용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 있다. 법을 집행하는 목적이 어떤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어서 필요에 따라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이 법 위에 있는 것이 아님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사고는 경찰이라고 해서 피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법적용은 요행히 피해 갈 수 있어도 사고의 결과까지 피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동료 경찰관이야 제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여 주든지 경찰 신분증을 보여 주면 양해하겠지만 불행의 신까지 경찰관 배지로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 개의 예를 들었지만 공통적인 것은 우리나라 공무원들 생각에 그 일을 관리하라고 권한을 준 것이 뭐든지 해도 된다는 것으로 비치는 듯하다는 것이다.

맡은 일을 관리하기 위해 법을 초월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이지 그 본질을 넘어서 아무 일이나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직권 남용을 하는 건 단순히 눈살 찌푸리는 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시설을 이용하는데 불편을 끼치고 나아가 스스로와 타인에게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이 되기도 한다.

부디 본질을 생각해서 처신하자. 그게 완장을 채워 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