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한국형 녹색 건설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특별기고-'한국형 녹색 건설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 국토일보
  • 승인 2009.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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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홍 박사(현대건설기술개발원 수석연구원)

신재생에너지 활용 등 도로포장 기술 검토시급

차세대녹색도로기술시장 대비 연구역량 집중

 

@이석홍 현대건설기술개발원 수석연구원(공학박사)

2007년도 봄에 세계도로협회(World Road Association, 또는 PIARC)차기총회를 유치하기 위해 국토해양부 대표단과 함께 프랑스 파리에 갔었다.


PIARC 측에서는 세계총회를 유치하겠다는 한국의 조금은 엉뚱한 한국식 도전정신에 상당히 당황했지만, 우리에게는 유럽을 중심으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세계도로협회라는 기관을 정식으로 이해하고 회원으로서 데뷔하는 무대였다.


물론 PIARC는 주로 각국의 도로분야 공무원이 모여서 각국의 도로분야의 정책과 기술을 토론하는 자리이다.

 

물론 학계나 연구계에서도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경우에도 대부분이 국가연구소의 책임자급이 그 나라를 대표하여 참석한다.


2007년에 있었던 PIARC총회는 하계올림픽처럼 4년마다 있는 가장 큰 행사로 100주년을 기념, 맨 처음 이 협회가 창시됐던 파리에서 다시 개최하게 됐다. 한국의 대표단도 업계를 포함하여 약 40명이 참석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 당시 전시장에서 전시된 유럽을 중심으로 한 도로포장 전시제품과 기술에 상당한 관심이 있었다.

 

놀랍게도 전시된 대부분의 도로관련 기술은 아스팔트 포장이 대부분이었고 그나마도 일반적인 가열아스팔트 포장(hot mix asphalt pavement)기술은 거의 볼 수가 없었고 가열이 없이 사용하는(그래서 CO2 배출이 거의 없는) 常溫아스팔트포장(Microsurfacing)기술이나 foamed 아스팔트를 이용한 中溫형 아스팔트 포장기술을 활용하여 CO2를 절감할 수 있는 녹색 도로포장공법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이러한 기술이 도로포장의 예방적 유지보수공법(preventive maintenance technique)의 차원이 아니라 신규포장공사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수준으로 발전했다.


또한 화석원료의 모체인 아스팔트 자체를 부정하고, 식물에서 추출한 바인더(binder)를 활용한 도로포장 공법이 시험시공이 끝나서 평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최근에 국내에서도 식물성 바인더가 개발되어 혼합물 시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스팔트 플랜트도 골재나 아스팔트혼합물의 생산온도를 저감하여 emission control이나 냄새 또는 fume을 완전히 극복할 수 있는 화학적 또는 기계적인 생산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었다.


물론 우리도 해외의 이런 연구사례를 보고 학계나 연구기관에서 약간의 연구사례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국가적인(국토해양부) 차원에서 전 세계의 모든 건설분야의 전문가들이 모두가 외치고 있는 ‘에너지 절감형’ 아니면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아니면 ‘녹색성장이나 환경 친화적인’ 도로 포장기술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국내 도로관련시장에 선도적으로 사업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인 현실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해외 현장이나 국제적인 도로분야의 전시회를 방문하면서 우리가 느끼는 걱정은 뭔가 국내의 상황이 상당히 늦게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특히 도로포장분야에서는 더욱 그런 막막함을 느낀다.


그나마 지난 10년 정도의 KPRP(한국형 도로포장 설계법 개발과 포장성능 개선연구/Korea Pavement Research Program)연구나 최근의 대형국책과제를 통하여 많은 해외선진기술이 국내에 소개되고 있지만 이들이 연구차원에서 소개되고 극소수가 현장으로 연결을 모색하고(그나마 연구자와 투자자의 연결이 쉽지 않음) 그중에 아주 극소수가 국내현장에 정착하게 된다.
이러는 가운데 국가적인 용광로와 같은 기술을 집약하고 장기적인 활로를 모색해줄 수 있는 incubator 와 같은 기관의 존재가 필요하고 그 기술들을 받을 수 있는 국내기관들이나 계약제도를 포함한 제도적인 장치(특히 인센티브)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국내 또는 해외의 선진기술이 국내에 올 수도 정착할 수도 없게 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적어도 10개 이상의 외국의 건설공무원의 도로분야 교육에 참여하였다.

 

그들이 국내의 교육과정을 통하여 대형 교량공사 현장에 놀라고 서울의 복잡함에서 놀라고, 고속도로를 보고 놀라고 우리의 자연의 아름다움에 놀라고는 하지만 정작 외국어가 자연스런 우리 강사들은 그들의 국제적인 감각과 언어능력 그리고 공학적인 이해정도에 놀라고 그리고 그들에게 도로분야의 포장기술을 전할 한국 자체의 공법이나 재료가 없음이 너무나 우리자신을 놀라게 한다.


이제는 잊혀져가는 2002년 월드컵의 함성을 기억해보면서, 서울의 상암 월드컵 경기장 주변에 적용되었던 최초의 상온아스팔트 혼합물에 대하여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국내 최초의 가열이 필요 없는(아스팔트, 골재 모두) 아스팔트 혼합물 기술은 유화아스팔트(emulsion)의 개발과 함께 성공적으로 1996년도에 국산화 되었고 모든 시험과정을 통하여 벌써 10년이 넘는 공용성능 평가기간을 넘겼지만,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공법이 됐고, 일반 아스팔트 혼합물 보다 단가를 싸게 해야만 현장 적용이 가능하다는 이상한 논리가 현장적용을 방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정부기관이, 국책기관이, 대통령께서 매일 언급하는 녹색건설기술은 우리 주변에 있으며, 이러한 녹색건설기술 개발자들의 어려움은 한국형 녹색건설기술의 개발을 요원하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온아스팔트 혼합물에 재생(순환)골재를 섞어서 사용한다면 이중녹색건설기술(double green technology)이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이제 전 세계는 Global Warming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대처하는가? 라는 숙제에 국가의 생사를 걸고 있는 느낌이다.


내가 소속돼 있는 PIARC의 아스팔트 포장 기술위원회에서 4년의 임기기간 동안에 준비하고 있는 PIARC 보고서의 key word는 ‘Climate Change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의 도로정책이나 개발중인 도로기술’을 정리, 발간하는 일이다.


특히 아시아지역의 모든 국가의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보고해야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개인적인 입장에서 우리나라의 정부의 전략적인 도로분야 대응논리가 궁금해진다. 또한 우리 연구자들은 무엇을 위해 어떤 목표를 위하여 어떤 방향으로 연구하고 있는지 자문할 때  2009년도 새해를 맞이하며 미래가 있는 한 해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약 12년 전인 1996년에 국내 첫 구스아스팔트 포장을 위해 덴마크와 독일을 방문한 적이 있다.


2008년 여름 일본에서 있었던 ICPT 컨퍼런스에서 구스아스팔트 공법의 10년 역사를 발표했다.

 

구스아스팔트는 국내에서는 특히 일본의 경우처럼 강상판 교량의 교면포장으로 주로 사용됐다. 두께는 표층과 기층을 합하여 8cm를 사용하였다. 최근의 몇몇 강상판 교량에 5cm 두께의 에폭시 아스팔트포장의 교면포장 공법이 설계에 적용됐다.


2008년 10월 10차 한미도로협력회의에 미국 측 대표로 참석한 Transpo社의 Arthur Dinitz 회장은 1.2cm 두께의 polysulfide 에폭시를 상온에서 다짐없이 사용하는 강상판교량의 교면포장공법(T-48공법)을 소개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Poplar Street Bridge의 T-48 시공현장을 방문한 필자(사진 왼쪽에서 첫번째)와 관계자들.

 

 미국에서 약 20년 전부터 진행 중이던 이러한 polymer concrete의 강상판 교면포장의 기술의 변화는 앞으로 많은 연구와 시장개발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기술, 재료의 개발 분야에 많은 의미를 보여줄 수 있다고 사료된다.


이제는 우리가 개발할 미래지향적이며 녹색성장이 가능한 도로포장분야의 기술이나 공법을 해외에 수출할 각오로 연구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남보다 먼저 외국의 인터넷에 있는 자료를 퍼오고 약간의 시험과 시험포장을 하는 ‘copy’의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 고유의 기술과 재료가 개발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렇기 위해서는 특히 국책연구의 진행과정과 결과를 한 눈에 알아보고 전 과정을 기술적으로 가이드 할 수 있는 국제적인 통찰력을 가진 감독관이 필요하다. 그런 공학적으로 훌륭한 연구자이며 또한 국제적으로 공인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국가대표적인 연구자가 배양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특히 떠오르는 차세대의 녹색 도로기술시장을 앞두고 우리의 연구역량을 집중하여 학계와 국책연구기관 그리고 연구발주기관의 상호신뢰와 미래지향적인 목표설정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