建設誤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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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토일보
  • 승인 2009.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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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환의 세상만사] (주)삼미 대표이사 / 공학박사

   연초에 모 일간신문에 게재된 내용에 따르면 미국 뉴욕의 사우스페리 지하철역은 7,200억원(5억3,000만 달러)을 들여 새로 지은 역으로 개통식을 며칠 앞두고 개통일정을 연기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뉴욕시 교통공사(MTA)측이 개통 전 점검을 하다가 역승강장과 열차사이 간격이 작게는 100분의 4인치(1cm), 크게는 1인치(2.54cm)씩 규정을 초과한 것을 발견했는데, 이는 미국장애인법(ADA)에 승강장과 열차사이의 간격이 “3인치 이상 벌어져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어긴 때문이라고 한다.


1999년쯤 나에게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 그 즈음 나는 공직에 있었는데 맡은 업무가 공사에 필요한 적정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주한 공사에 대해 부실공사를 방지하는 업무였다.


서울지역의 한 현장을 방문하게 됐는데, 때마침 타일 공사를 하던 중이었다.

 

4층 높이의 외벽을 따라 비계목을 설치하고 위에서부터 반쯤 타일을 붙인 상태였다. 그런데 좀 떨어진 곳에서 보니 타일간격이 일정치 않은 것 같았다.


특히 타일간격이 어느 곳은 좁고, 어느 곳은 넓어 건물의 미관을 해치고 있었다. 현장소장과 함께 타일간격을 재어본 결과 간격이 107~108mm 되는 곳이 몇 군데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130mm 정도로 간격이 너무 일정치 않았다. 심한곳은 150mm가 되는 곳도 있었다.


어쨌든 측정한 자료를 평균해보니 135mm로 35mm의 평균오차가 산출되었다. 우리나라 건축규정에 따르면 간격허용치 100mm에 10mm 오차를 허용하고 있어 오차범위는  90mm~110mm이므로 인정해주기는 곤란한 입장이 됐다.

 

특히 먼데서 바라보면 건물외벽 미관을 해치는 점 등을 고려하여 재시공을 지시했다.


부득이 재시공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현장소장은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변하더니 드디어 웃옷을 벗어던지고 망치를 들고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한마디로, “재시공 조치를 받는 무능한 현장소장으로 짤리게 될테니 이왕지사 아니꼽던 네놈들이라도 후려패고 짤리겠다”라는 강한 멧시지였다. 겨우겨우 설득해서 해프닝을 끝낸적이 있다. 


혹자는 건설을 종합예술이라고 표현한다. 손쉽게 풀어쓰면 디자인, 건축, 기계, 전기 및 통신 등 제각기 다른 공종과 많은 공사관리 규정에서 발생하는 불협화음을 조화롭게 극복해야만 훌륭한 건축물을 완성할 수 있다는 의미로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


그런데 건설은 시공과 감리를 엄격히 구분하는 것이 종합예술과는 약간 다르다. 예술은 각 과정이 조화와 융화를 강조하는데 반해 공사는 매 과정마다 다양한 검사를 통하여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자재검사, 중간검사 및 준공검사등과 수시검사를 무난히 통과해야 비로소 완성되는데 뉴욕지하철의 경우도 준공검사라는 최종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요즈음 고속철도 대구, 부산 간 2단계 공사에서 레일과 침목부분이 불량자재 사용에 따른 부실공사로 밝혀지고 있다. 발주관청, 레일 및 침목 제작사, 건설시공사, 감리단 모두 발뺌에 급급한 모습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협의와 견제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건설을 종합예술이라고 말한 것처럼 설계와 시공, 시공과 감리는 검사라는 견제를 통해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건설공사는 설계와 시공간의 허용된 오차를 최대한 줄임으로써 예술적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다. 뉴욕의 사우스페리 지하철역의 사례가 시금석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