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구조안전 제도 개선을 촉구한다
건축물 구조안전 제도 개선을 촉구한다
  • 국토일보
  • 승인 2009.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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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최 문 식 (사)한국강구조학회 회장

   IT산업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국내 산업구조는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지식에 기반을 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또한, 지식·정보의 보급이 보편화 되면서 시장주도가 공급자에서 수요자로 바뀌고 있다.


개인이나, 단체, 국가 모두가 국경이 없는 무한 경쟁시대를 맞이했고, 시장질서는 하이테크화와 함께 전문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산업의 모든 분야는 전문화 뿐만 아니라, 더욱 세분화되어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기술집약형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서 의약분업 제도, 로스쿨 제도, 건축공학과 건축학의 분리 등이다.


이러한 산업발전의 급속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인간생활의 기본요소로서 의식주 중의 하나인 건축물은 전문성을 도외시하고 무분별한 기술자의 판단에 의해 수행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 위험천만한 건축물 구조안전의 현행법과 제도

 

현대의 건축물은 초고층화, 장스팬화 및 복합재료화 되는 등 매우 다양화되고 있다. 또한 지진과 태풍 등의 천재지변에 대비한 전문적 기술력은 건축물의 안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로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요구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시대 상황에 맞지 않는 국내 건축법으로 인해 사용 중인 건축물과 건설현장에서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주는 각종 구조물 하자와 붕괴사고가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건축물의 구조안전을 규정하는 국내 건축법은 1962년에 제정됐으나, 그 당시는 분야별 전문성을 대표하는 기술사제도가 없는 건축사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건축법 제정의 배경이 된 시대에는 모든 건축물들의 기능이 단순했고 저층이었으며, 재료도 단순했다. 따라서 건축설계 업무를 총괄 조정하는 건축사 혼자서도 건축구조물의 구조설계나 구조감리업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반세기가 지난 현실은 완전히 바뀌었다. 20세의 청년에게 7세 어린아이의 옷을 입힌 것처럼 건축물의 붕괴사고를 방지하는 구조안전에 관한 법과 제도가 시대상황에 완전히 뒤떨어져 있다.


전문분야의 기술자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도록 하고 있는 기술사 제도가 1975년부터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축구조의 설계 및 시공, 유지관리 등 모든 것에 전문기술자인 건축구조기술사의 역할이 거의 배제돼 있다. 즉, 비전문가가 전문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지진에 대한 내진설계의 개념을 이해 못하는 비전문가들이 내진설계 구조도면을 작성하고, 특히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강구조물의 설계 및 감리를 하고 있다.

 

왜냐하면, 건축물 구조안전과 관련된 현행법이 전문화가 안되고 세분화가 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건축물을 사용하고 거주하는 대다수 국민들이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는 위험천만한 현행법과 제도이다.

 

■건축구조 사고방지를 위한 구조기술사의 역할 제안

 

이제는 이러한 불합리하고 소모적인 연결고리를 끊고 전문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 해결해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선진국과 같이 건축물 구조설계도 작성, 시공상세도 검토, 골조공사 감리, 공사중 안전점검 및 사용중 정밀안전진단 등에 구조기술사의 책임과 역할을 동시에 부여하여야 한다. 이를 위한 법과 제도의 개선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는 내진설계에 관한 기술을 전문적으로 익힌 기술자가 내진설계 건축물 골조의 구조설계 및 골조공사 감리를 실명제로 책임있게 수행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하루 빨리 바꾸어야 한다.

 

건축물의 구조안전에 관한 현행제도는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부담만 가중시키며,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무엇보다 건축법을 국제기준과 시대의 요구에 맞추어 개선하여야 한다.


즉, 국제기준에 따라 국가에서 건축구조의 안전에 대한 최고의 권위를 인정하는 자격을 부여한 건축구조기술사가 건축물의 구조설계를 하고, 골조공사의 구조안전을 책임지도록 하여야 한다.

 

구조기술사에게 건축물의 구조안전에 관한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부여해야 한다. 이것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헌법정신에도 부합된다.


따라서 시대적 요구사항인 전문화 정신을 살려 전문직 구조기술사가 구조물에 대한 구조설계, 감리를 할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전문기술인의 역할을 존중해 주는 것’ 그것은 우리 사회를 밝고 강하고 건강하게 이끌어주는 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