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살릴 길은 없는가
주택시장 살릴 길은 없는가
  • 국토일보
  • 승인 2009.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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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시장이 아사 직전의 상황을 방불케 하고 있다. 전반적인 건설경기의 불황여파로 주택건설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로 이어지고 여기에 금융위기까지 가세하면서 시장 붕괴의 갖가지 단초 현상들이 돌출하기 시작했다.

 

정말 특단의 대책이 따르지 않을 경우 심각한 사태를 야기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선 심각성을 대변하는 징표로 지난 1월중 주택건설 허가면적이 꼽힌다. 1년 전보다 무려 48.4%나 줄어들어 20년래 가장 저조한 기록을 세웠다. 같은 맥락에서 올들어 공공주택용지 분양률 또한 제로 수준을 기록했다.


 미분양 주택도 수도권 일부지역에서 반짝하다가 고개를 숙였고, 지방에선 결빙상태가 지속될 뿐이다.

 

주택거래 자체가 실종된 듯한 위기감마저 들 정도다. 이 바람에 전국 아파트값은 6개월 연속 하락세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1일 기준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4.5% 떨어지는 진기록을 보였다. 주택시장은 이렇듯 건설· 거래· 가격 모두 내리막길로만 치닫고 있다.

 

우리가 특히 눈여겨 보아야할 주택시장의 선행지표인 착공· 허가 실적의 부진은 2~3년 후의 공급부족과 이로 인한 집값 급등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는 지표다.


 이렇다 보니 건설업체들로선 집을 지으면 지을수록 손해만 쌓이는 딜레마에 빠져 아예 투자의욕을 잃은 분위기다. 투자여건을 그래도 나아지게 할 것으로 기대했던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나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등도 2월 국회에서 무산되면서 투자의욕은 더욱 움츠러든 형국이다.


 이른바 살릴 기업은 살리겠다던 구조조정도 정부당국과 일선 금융기관간의 이기적 마찰로 손발이 맞지 않아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주택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하기까지 한다.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중견 건설업체 신창건설의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 신청이 그 좋은 사례다.


 건설업계 구조조정에서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 업체로 판정(B등급)받아 살릴 기업의 대상에 오른 지 두 달도 안 돼 무너져버렸으니 구조조정 자체에 대한 불신만 키운 꼴이다. 한마디로 금융권의 기업 옥석 가리기와 지원 체제에 큰 허점이 드러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B등급으로 분류된 업체들조차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니 건설업계는 물론이고 주택건설 시장 전반에 불안의 도미노가 확산될 수밖에 없다. 악재만 한층 쌓여가는 형국인 셈이다.


 건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야 실물 전반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경험칙이다.

 

주택시장이 가위 결빙된 상태에서 건설업계의 줄도산마저 이어진다면 국가 경제 전체가 마비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시급한 대응이 요구된다.


 지금으로선 건설사들의 줄도산을 막을 이른바 불안 요인 해소가 시급한 실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은행들이 건설기업을 못 믿고 은행끼리도 상호 불신의 덫에 걸려 돈이 돌지 않는 게 원인인 이상 살릴 기업들에게는 기업 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는 토양이 제공되어야 마땅하다.

 

그러자면 역시 근본 대책은 참여정부 시절의 과잉 규제를 하루빨리 철폐해 죽어 버린 주택시장을 되살리는 일일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현 상황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다 동원해도 시원치 않게 반응하는 시점인 만큼, 주택의 건설과 거래를 사실상 막고 있는 제반 규제· 세제에 대한 개편이 가장 시급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예컨대 정부로서는 양도세 체제를 신속· 과감하게 다시 다듬고, 국회 역시 탈규제 입법으로 주택경기 회복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냉정히 따져보면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침체는 가격 거품과 같은 내재적 원인 때문에 주저앉았다기보다 국제경제 악화, 금융시장 경색, 실물경제 침체의 파편을 맞은 결과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세계 경제의 회복이 가시화하지 않고는 주택경기도 침체에 머무를 가능성이 짙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아니 그럴수록 주택경기의 회복에 정책적 노력이 더해져야 마땅하다. 워낙 위급하고 그 파장이 심대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