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의 세상만사]<42>너무에게 너무하다
[안동유의 세상만사]<42>너무에게 너무하다
  • 국토일보
  • 승인 2015.07.2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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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유 부지점장 /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지점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씨(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부지점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부지점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부지점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너무에게 너무하다

‘너무’를 긍정적인 뜻에도 쓸 수 있다고 국립 국어원의 정의가 얼마전에 바뀌었다고 한다.

오래전 아는 이하고 말을 나누며 너무도 꼭 부정적인 뜻에만 쓸 수 있다는 것은 아닌 듯하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생각해 보면 영어의 too를 옮겨 쓰며 부정적인 뜻으로 받아들인 듯하다.

말뿌리가 넘다의 넘이란 걸 생각하면 경계를 넘어서란 뜻으로 쓰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국어원의 정의가 바뀌자 다들 혼란스러워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말의 주인은 말무리다. 말에대한 주권을 포기하고 누가 정해 줘야 말을 쓰는 건 너무한 행동이다.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
‘너무’를 사전에서 정의한 것이다.

지나치게를 독립된 부사로 쓰면 부정적인 뜻이다. 하지만 여기선 동사다. 말그대로 ‘한계를 지나서 그 정도로’ 이런 뜻이다.

국립국어원에서 이 말뜻을 풀이하면서 부정적인 뜻에 주로 쓴다고 했고 지나치게를 부사로 본 듯하다. 국어원이라 하지만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자기 생각으로 질문에 답한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부사와 동사를 구분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그런 곳에서 일하고 답을 맡아서 했다는 것이다.

사전에서 풀이를 ‘정도나 한계를 넘어서’로 바꾸었다고 긍정적인 뜻으로도 쓸 수 있다고 답을 바꾸었다고 한다. 풀이가 바뀐 게 아니다. 같은 뜻을 다르게 나타낸 것일 뿐.

지나치게란 말로 인해서 잘못 이해할 수도 있어 바꾼 듯하다.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고 국어원이나 학자 같은 이들이 정해 주면 무조건 따라가야 하는가?

안타깝게도 이런 이들이 너무 많다. 어제까지 짜장면이라고 하면 잘못된 말이라고 입에 거품을 물던 사람들이 오늘부터 갑자기 짜장면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들에겐 국어원의 결정이 금과옥조다.

짜장면이 절대 써선 안될 말에서 하루만에 권장사항이 된 거다. 웃지못할 코메디다.

말은 가치중립적이다. 선악이 없는 것이다. 약속된 기호일 뿐이므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고 그 힘은 말무리들의 것이다. 학자는 뒷정리를 이론적으로 할 뿐이다.

다음은 누군가와 나눈 ‘너무’에 대한 이런 물음의 내 답이다.

“표준말이나 맞춤법 규정에 딱히 정해 놓은 게 없고 기껏 사전에 풀이한 걸 답변하며 그렇게 풀이한 거라 몇몇의 생각일 뿐 원래 부정적인 쓰임새란 건 딱히 근거가 없습니다.

가끔 방송에 아나운서들이 말을 이렇게 써야 한다고 하는 건 직업적 자부심에 다름아닌 경우라고 보입니다. 그들이 정하는 게 아니죠.

더구나 말무리들의 합의가 바뀌면 따라가야 하는 게 언어학자들의 일이죠. 학자들이 말을 만든 게 아니니 주인노릇하면 안됩니다.

설사 잘못된 쓰임새가 유행해도 힘을 얻으면 놔둘 필요가 있습니다. 오분석은 중요한 말의 발전요소입니다. 말이 교조적인 틀에 갇혀서 발전하지 못하면 안되죠.

영어의 심판 엄파이어는 원래 언엄파이어지만 사람들이 부정관사 ‘언’이라 생각해서 엄파이어로 썼죠. 지금은 엄파이어가 쓰입니다. 틀린 게 바른 게 됐죠.

이렇게 말을 풀어 놓아야 합니다. 맘껏 뛰놀게. 제주도서만이 아니라.”

생각해 보면 그동안 ‘너무’에게 다들 너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