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암초만난 대운하 해법 찾자
<이슈분석> 암초만난 대운하 해법 찾자
  • 선병규 기자
  • 승인 2008.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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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 공방 스톱, 생산적 협의 모색 시급

물환경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대안 급부상


대선부터 촉발된 한반도 대운하 건설 찬반 공방은 지난 9일 총선이 끝났지만 여전히 여야간 쟁점은 물론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MB 노믹스의 핵심축인 대운하 사업은 경제성 논란, 환경성 문제 등을 놓고 찬반이 확연히 나뉘어져 극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지난 총선에서 대운하 전도사로 불리는 이재오 의원, 원내 실무추진을 전담해 온 박승환 의원, 경제학자 윤건영 의원 등 대운하 삼총사가 줄줄이 낙마하면서 대운하 사업추진에 암초가 걸린 상황이다.


더욱이 대운하에 대한 최근 국민의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대운하 사업이  진행될 지에 대한 물음도 적지 않다.


그러나 과천이나 여의도 시각을 보면 암초를 거둬내고 대운하를 추진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의지는 불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이 대운하 사업을 대선 최대 공약으로 내걸어 승부수를 띄운만큼 대운하는 대통령의 추진력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로 작용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대운하 사업은 경부운하를 중심으로 총연장 3,100km 구간의 물길을 연결해 국토의 균형 개발과 수자원 보호, 물류 및 관광산업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추진중이다.

 


경제성 논란도 큰 벽이지만 환경단체나 환경전문가, 서울대를 비롯해 전국의 수천여명의 교수들은 대운하 추진시 유발된 환경문제에 대해 '환경재앙이 닥칠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 사회문제 전문가는 "대운하를 둘러싼 논란이 점점 악화될 경우 국론 분열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국민의 의견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뒤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추진해야 만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김귀곤 서울대 교수는 한 언론 기고를 통해 "대운하의 환경이슈를 둘러싼 찬.반 편가르기를 멈추고 환경공동체를 중심으로 생산적인 대안모색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한 대목이 설득을 얻고 있다.  


 현 시점에서 대운한 찬반 공방의 경우 소모적인 논리싸움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한편에서는 대운하가 추진될 경우를 대비하자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


동아대 토목공학과 환경공학연구소 강용태.송근관.한상윤 교수는 지난 11일 열린 한국수처리학회 심포지엄에서 대운하 추진시 우려되는 상수원의 수질악화 문제 등 수질오염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우리나라 상수원은 하천 표류수에 의존하기 때문에 대운하가 건설될 경우 기존의 상수원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 특히 선박운항과 운하 인근도시에서의 오염원 유입으로 식수가 위험에 노출된다는 지적이다.


대운하 건설에 따른 수질오염 악화 문제에 봉착했을 때 수질개선 및 수질오염 사고를 사전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자는 것이 환경전문가들의 주문이다.


특히 우려되는 수질문제에 대한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물환경 통합관리체계의 정비'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환경 통합관리체계 서두르자


대운하 건설 및 운영관리 필수요소로 대두

 

물환경 통합관리체계 정비를 주도해야 할 정부 부처는 환경부다.


환경부는 지난달 12일 김천 코오롱 유화화재로 인한 낙동강 포르말린, 페놀유입사고 후 첫 공식 업무보고를 가졌다.


하지만 수질오염과 관련된 환경부의 보고내용은 유독물 목록의 전산화, 불특정 오염원.가축분뇨 관리강화 등 형식적인 내용을 언급하는데 그쳤다.


이는 제3의 낙동강 페놀유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1993년부터 2007년까지 국내 물 환경 분야에 33조 4,000억원(환경부, 2008)의 투자가 이뤄졌지만, 수질개선 및 수질오염사고방지 효과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등 4대강은 여전히 갈수기 수량부족 및 수질악화의 문제를 안고 있으며, 지난 1990년대 초 낙동강 페놀유입사고와 같은 각종오염사고에도 취약하다.


환경전문가들은 이러한 성과 없는 투자는 물이라는 하나의 관리대상을 행정상의 편의를 위해 상수, 하수, 유역, 수자원 등으로 구분, 관리하는 관행에서 비롯됐다는 견해다.


 그동안의 투자로 구축된 시스템들은 수량, 수질, 유역, 생태 중 어느 한 쪽에 치우친 시스템들이 대부분이다.


그 예를 보면 수량관련 시스템들은 수량감시, 치수 및 이수 등에 중점을 두고 수질, 유역, 생태 등의 다른 요소들은 간과했다.


하지만 단순히 수량만을 감시해서 나오는 결과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스템을 고도화하면서 다른 요소들을 감시하는 기능을 추가해 왔다.


 이 과정에서 관리기관의 상이, 업무의 편의성 등을 이유로 기존의 관련시스템을 이용하기보다는 새로 구축함으로써 중복투자와 과잉투자를 야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같은 문제를 방지하고, 효율적인 물 환경 관리를 위해서는 4대강을 중심으로 상.하수, 유역, 수자원 등의 ‘물 관련 시스템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는 상수도수운영시스템, 폐수종말처리시스템, 수질감시시스템, 오염원 관리시스템 등 수십 개의 물 관련 시스템들이 제각기 독립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시스템들을 통합한 유역단위 통합관리체계는 수량, 수질, 유역, 생태 등 상호 유기적인 정보들을 종합해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체계적인 물 환경 개선계획을 수립토록 하는 것이다.


유역단위 통합관리체계는 실시간 수량 및 유속, 수질, 생태 등의 물 관련 자료를 공유할 수 있다.


지난 3월 1일에 발생한 코오롱 유화화재로 인한 낙동강 페놀유입사고는 현재 운영 중인 예측시스템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드러낸 좋은 사례다.


당시 실제 페놀이 대구까지 도달한 시각은 대구시와 대구지방 환경청의 예측을 약 11시간 빗나갔다.


실시간 유속을 고려하지 않고, 과거의 유속만을 고려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한 오염물질의 도달시간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실시간 수량, 유속, 수질 등의 정보를 종합해 분석할 수 있는 통합체계의 마련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4대강을 각각 하나의 개체로 통합해 관리하면, 상류에서 하류까지 종합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기 용이하다.


이 정보를 토대로 오염원과 오염물질 도달시간을 추정하고, 유역의 상하수 및 관련 시스템들의 신속한 대응을 지시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유역단위 통합 관리가 구축된다면 각 하천의 강수량, 유량, 오염원 등을 고려한 실질적인 수자원 확보전략과, 각 하천의 홍수위, 유역환경, 불특정오염원 등을 감안한 구체적인 홍수대응전략 수립으로 각 하천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집중호우, 홍수 등의 자연재해 및 수질오염사고 시 관련기관들의 신속한 대응과 협조도 유역단위의 통합관리를 통해 도모할 수 있다.

 

환경부 업무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환경정책과 관련해, “물 관리 문제를 일원화 한다면 법을 바꿔야 하지만, 어려운 문제일수록 초기에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한다”면서 “과거 관습은 참고만 하고 미래를 위해서는 새 방법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 관리 기관의 일원화는 노무현 정권에서도 추진된 바 있지만 당시 건교부, 환경부 등의 관련기관의 이해관계, 관련 법 개정 등의 이유로 미뤄졌다.


 물관리 일원화 기관을 통합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면, 기존 시스템들의 시너지화를 통해 유역단위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계획적인 물 환경을 조성하는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 추진된다면 지금까지의 중앙부처에서 일괄 수립, 집행돼 온 물관리 정책이 이제 4대강 유역의 각각의 특성에 맞는 정책으로 전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유역 단위로의 데이터의 수집, 분석, 관리, 그리고 예측모델링을 통한 정책의 수립, 집행 및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각 유역 특성을 고려한 수질사고 위기관리 및 대응체계가 또한 마련될 수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대운하 건설과 운영관리에도 적절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게 대다수 환경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나아가 물관리 문제의 핵심중 하나인 수리권 분쟁을 비롯한 사회갈등 조정의 기반 마련도 가능해 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