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폭되는 가계채무 불안
증폭되는 가계채무 불안
  • 국토일보
  • 승인 2009.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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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물경제가 엄청난 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우리 경제전망에 대한 하향 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평균 -2.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부 투자은행의 경우 -4.8%~-5%라는 최악의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경기회복도 하반기에서 내년으로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 배경은 세계 실물경제 하강에 따른 수출급감에 기인한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오히려 경기하강을 부채질하는 꼴이다. 여기에다 실물경제 침체, 물가상승, 대량실업 등에 의한 내수경기 악화까지 가세하면서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그런가 하면 때가 때인 만큼 흔들리는 경제에 조그마한 악재만 가세해도 그 파장이 심대해질 수밖에 없는 취약한 경제내성(耐性) 또한 경험해보지 못한 불안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대책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악재를 발생시키지 않는 사전적 대응 노력 역시 긴요한 때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경고음이 높아만 가는 가계 빚의 누증 현상은 가장 결정적인 불안 요인으로 등장한 형국이다. 이미 우리가 본란을 통해 여러 차례 지적한 가계 빚의 위험도는 이제 대처가 여의치 않은 단계로까지 진전된 모습이다.


 그 핵심적인 실체는 한국은행의 최근 ‘자금순환통계’를 통한 분석으로 실감나게 드러났다. 한마디로 부채 증가로 국내 가계의 재무 건전성이 2003년 신용카드 위기 때의 수준으로 악화된 것이다. 은행부실, 기업실적 악화에 이어 가계의 빚 급증이 금융 불안 더 나아가 국가경제 불안의 새 뇌관으로 떠오른 셈이다.


 더욱 불안스런 것은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이 경기위축과 고용 불안 등으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을 보면 작년 3분기 149%에 달해 신용카드 부실사태가 심각했던 2003년(129%)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 마치 폭발직전 상황을 맞은 격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 하락까지 겹칠 경우 금융 불안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그동안 부동산 경기의 연착륙과 가계의 채무 경감 대책을 강조해 왔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한국노동패널의 ‘가계부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의 부채는 부동산 가격 하락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부동산 대출을 받은 가계 중 약 15%가 은행에서 대출 상환을 요구할 경우 당장 보유 주택을 처분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런 판에 가계 빚은 늘어나고 부동산 가격까지 하락하면 대출부실 증가→신용경색→자산가격 추가하락의 악순환으로 경제는 요동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택시장의 경착륙을 막는 게 중요하며 가계채무의 재조정 등 특단의 대책들이 강구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가 저소득 계층으로 갈수록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사실은 그만큼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을 시사해 주는 징표라 할 수 있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의 밀접한 상관관계 때문에서라도 부동산 규제 완화를 통한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가 그 당위성을 지니게 되며 대출만기에 대한 연장 및 시중 실세금리의 부동산 대출에 대한 반영 등으로 가계의 부담을 덜어주는 조치들이 가속화되어야 할 줄로 여겨진다.


 물론 근본적인 해법은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을 키워주는 데 있다. 그러자면 정부로서는 실질소득 감소를 막기 위해 전력투구해야 하며 그것은 역시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확대로 모아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워낙 화급하다는 점에서 대출자에 대한 채무 재조정 조치 등과 같은 긴급 처방을 조기에 그리고 그 대상도 확대하는 용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사상 유례없는 경제위기에서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가계 대출자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