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의 세상만사]<39>어떤 판결과 인권 불감증
[안동유의 세상만사]<39>어떤 판결과 인권 불감증
  • 국토일보
  • 승인 2015.06.1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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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유 부지점장 /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지점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씨(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부지점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부지점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부지점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어떤 판결과 인권 불감증

[여중생 성희롱 30대 항소심서 풀려나… “법조문만 매달려” 비판

10대 소녀를 집앞까지 따라가 자신의 성기를 만지며 성희롱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30대 남성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피해자가 직접 법정에 나와 경찰에서 한 진술을 확인하도록 구인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여성변호사회 ○○○ 이사는 “나이 어린 피해자의 법정 증언으로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인데도 법원이 법조문만 지나치게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해석했다”며 “아쉬움이 남는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비합리성의 극치를 보는 기분이다. 변호사회의 이사면 변호사일텐데 명색이 변호사란 사람이 법에서 절차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

이런 인권 불감증이 이런 사회를 만들었다.

한국사회는 괴물이다. 전혀 이성이 작동하지 않는다. 이 판결의 의미는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지 이 사람이 잘못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몇 해 전 수도 이전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같은 것이다. 헌재의 판결로 당장 수도 이전을 못하게 되자 끓는 냄비처럼 우리 국민들은 헌재가 수도 이전을 막았다고 흥분했다.

지성을 자랑하는 도올도 입에 거품을 물고 마구 비판했다. 헌재는 수도 이전을 하라마라한 것이 아니다. 헌법상의 문제이니 헌법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하위 법인 법률을 바꾸어서 수도 이전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정당한 절차를 밟기까지는 수도 이전이 불가하다는 것이지 수도 이전 자체를 막은 것이 아니다. 너무나 아쉽게도 이런 걸 읽고 파악할 능력이 우리 국민 대다수에겐 없다.(법을 하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마찬가지로 이 사건에서 무죄로 판결난 것은 절차에 문제가 있어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지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다.

죄가 있기만 하면 절차를 무시하고 처벌할 수 있다면 히틀러의 독재가 바로 가능하다. 박정희 때의 유신 정권이 마구 사람의 인권을 짓밟아도 어쩔 수 없었다.

아! 이런 무지의 극치가 사회 곳곳에 뼛속 깊이 박혀 있어 어찌할 수가 없다.

인권불감증!

그래서 가짜 살인범을 만들어 교도소에 집어넣고 나중에 진범을 잡아도 쉬쉬한다. 한 사람의 인권 따윈 안중에 없다. 자기들의 잘못이 드러날까 당시의 판사, 검사, 경찰들이 한 통속이 되어 묻어 두고 넘어 가려한다.

그 한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다.

인터넷에 진범을 끝까지 잡으려던 황상만 前 군산 경찰서 형사반장 이야기가 떠돌아 다닌다.

모두 잘못을 묻어 두고 쉬쉬하는 게 조직을 보호하는 거라고 착각한다. 한 사람의 처절한 피해자의 인권은 어디로 갔는가?

드레퓌스 사건을 통해 성숙한 인권국가로 재탄생한 프랑스가 부럽다.

이런 건 누구 탓이 아니다.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우리 모두의 무식과 무지의 소치고 불감증 탓이다.

못 느끼면 그 좋은 쾌감을 평생 맛 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