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의 세상만사]<37>대한민국이 춥다
[안동유의 세상만사]<37>대한민국이 춥다
  • 국토일보
  • 승인 2015.05.1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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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유 부지점장 /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지점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씨(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부지점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부지점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부지점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춥다


5월이다. 비온 뒤나 아침 저녁엔 날씨가 쌀쌀해도 낮엔 제법 여름 흉내를 내고 있어 적잖이 덥고 뉴스엔 시원한 분수에 뛰노는 아이들을 비추기도 한다. 해서 방에 불때기 적잖이 애매한 시절이다.

온돌이라는 우수한 문화를 가진 우리 한민족은 등을 지지며 하루의 피로를 풀고 일생을 찜질방에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오죽하면 우리 한옥을 뜯어 간 일본에서 그 집을 재조립해서 보존하겠는가? 거기서 자 본 미국인이 아침에 몸이 너무 개운해 세계 최고의 난방 시스템이라고 감탄을 연발하며 일본 것인 줄 알고 물어 봤더니 한국집이라고 해서 한옥에 푹 빠져버린 사실도 있다.

나무를 때다가 연탄을 때고 지금은 가스나 기름으로 난방을 하지만 온돌의 기본 얼개는 변함없이 우리의 삶을 지키고 있다.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연탄을 때던 어머니가 여름이 다가와도 4월까진 난방을 하고 5월도 완전히 불을 빼진 않았던 것 같다.

6월 장마철이면 누긋하고 습내 나는 방에 가끔 불을 피워 연탄을 때면 방의 습기도 없어지고 등을 따뜻하게 지지는 것이 원적외선이니 근적외선이니 과학을 들먹이지 않아도 몸이 기분 좋아지고 뭔가 좋은 것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우리 현대인들은 그 찜질방과 황토방을 없애고 상업적으로 따로 만들어서 돈을 내고 피로를 풀고 즐기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있지만….)

예전에 식당을 가면 따뜻한 엽차가 나오고 어디든 보리차를 내왔다. 뜨거운 물을 후후 불어 가며 마시면 온도가 아닌 기로 뜨거운 것도 시원한 것인 줄 알게 되고 그러면 어른이 되는 거란 농담도 해댔었다.

그 뜨거운 물이 건강에 좋은 줄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잘 알았는지 모르겠으나 어머니나 어른들은 늘 따뜻한 물이나 국물로 속을 채우라고 가르쳤고, 여름에도 뜨거운 보리차나 설렁탕 같은 국물로 우리 속을 따뜻하게 하기를 권했다.

학교선 여름 방학전엔 물을 끓여 마시라고 권하고 풋과일이나 찬 음식으로 배탈이 나지 않도록 홍보했다.

어느새 너무 편한 세상이 돼 버렸다.

어릴 때 은행이나 가야 겨우 맛보던 에어콘이 방마다 있고 곳곳마다 있어 우리 대신 지구가 더워져도 우리는 너무 시원하게 여름을 난다.

선풍기 바람이 건강에 안 좋다고 여름엔 적당히 땀흘리고 더워야 겨울에 감기가 안 걸린다고 근거도 약한 소릴 해댔지만 몸이 따뜻하면 각종 질병이 예방되고 특히 끊임없이 우리 몸 속에서 생기는 암세포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죽는다고 현대 과학이 입증하는 걸로 봐서 전혀 근거 없는 얘긴 아닐 듯싶다.

이를 아는 일본에선 체온 1℃ 올리기 운동이 오래 전부터 벌어지고 있다. 늘 따뜻한 차를 마시고 온천욕을 자주 하여 국민들이 따뜻한 몸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즈음이면 버스나 지하철에 에어컨을 틀기 시작한다. 낮에 덥기도 하지만 승객의 체온으로 서로 열이 올라가 덥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관지나 호흡기가 약한 사람들은 사방에서 기침을 한다. 출퇴근 시간이 아니면 굳이 에어컨을 그렇게 세게 틀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시월의 심야 고속버스에 에어컨을 틀어 감기로 한참을 고생한 적도 있다.

적당히 냉기를 유지해 적정한 활동 온도를 유지하는 것은 좋으나 지나친 편의 추구로 대책없이 냉기를 쏟아내는 통에 참 힘들다.

어디를 가든 에어컨 바람에 대한민국은 동토의 왕국이 된 느낌이다.

국가적으로 국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의료복지비용을 투입하여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현대복지국가의 책무다.

온돌에서 잠을 자고 여름에도 뜨거운 보리차를 마시던 조상들의 지혜가 새삼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