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 空約의 폐해
[사설] 정치 空約의 폐해
  • 국토일보
  • 승인 2008.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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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기 일쑤라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특히 선거를 치르는 정치의 계절이면 그 폐해는 더욱 심각해 진다. 대선과 총선을 잇달아 치른 요즘 허구의 뉴타운 개발공약으로 표를 긁어모은 정치인들의 기망의 극치가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한국 선거 문화의 후진적 행태는 거짓과 기망이 난무하면서 경제적 폐해만 키워가는 데 문제의 심각성을 지닌다. 예컨대 총선에서 서울에 출마한 각당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뉴타운 건설 공약을 내걸었다.

 

평소 부동산 가격 안정을 강조해 온 민주당 후보까지 여기에 가세하긴 했지만 여당 후보들의 뉴타운 공약 약발이 훨씬 강했다. 그리고 뉴타운 공약의 덕을 적잖게 봤다.
 결국 정치권은 이 공약으로 ‘플러스 섬’ 게임을 했으나 경제적인 면에서는 집값 상승의 기대감만 한껒 부풀리며 허망한 투기심리를 부채질하는‘마이너스 섬’ 게임으로 이어졌다.

 

올들어 서울 강북을 중심으로 집값이 들먹이기 시작한 것은 정치권의 무책임한 뉴타운 개발공약과 표를 의식한 중앙정부의 도심 재개발 심리 자극 등이 결정적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앙정부가 도심 재개발을 통한 주택공급을, 정치권과 지자체는 뉴타운과 역세권 개발을 외쳐왔는데 그간 소외됐던 강북지역 집값이 움직이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총선이 끝나자마자 서울 강북과 경기북부지역 집값을 잡겠다며 내놓은 정부의 강북지역 집값 안정대책은 치졸하기 짝이 없다는 폄하의 반응으로 비웃음을 사고만 있다. 이번 정부의 집값 안정대책에 대해 “뒷북행정, 정치행정, 전시행정”이란 비난이 퍼부어지고 있는데 대해 정치권과 당국자들은 섬뜩하게 받아들여야 마땅할 것이다.


 이처럼 반응이 격할 수밖에 없는 것은 정부가 강북의 요동치는 주택가격 동향을 사전에 감지하고도 총선을 의식해 대책 발표를 미뤘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기 때문이다. 뉴타운 공약에 대해 규제책을 내놓을 경우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했음직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교롭게도 총선이 끝난 뒤 뉴타운의 추가 개발을 단정적으로 부인한 사례가 정치권과 중앙정부의 정략적 의도를 읽게 하면서 ‘거짓 뉴타운 공약’에 의한 후폭풍을 예고케 하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의 신뢰도 추락은 심각한 부정적 파장을 몰고 온다. 선거의 계절에 여당은 경제 살리기 깃발을 치켜들고 전쟁터를 누볐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주가 폭락, 수출 하락, 물가 폭등, 유가 상승, 원화 절하 등으로 경제가 추락하고 있다. 그런데도 거짓 공약까지 서슴치 않았으니 경제 살리기의 의미나 신뢰감은 퇴색될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한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는 한국적 병폐는 하루 빨리 치유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경제 살리기’라는 희망적 메시지에 전폭적 성원을 보낸 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 차원에서라도 이명박 정부는 정략적 행태와의 단절을 선언해야 한다.


 최근 참여정부 혁신도시 계획의 경제적 효과가 뻥튀기로 드러난 사실도 따지고 보면 정치 편향적인 발상과 정략적 성향에 경도된 탓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적 프로젝트가 선전 내지 전시적 효과에 치우친 나머지 엉터리 분석 보고서를 기초로 진행된 셈이다.


 민간기업에선 몇 억원짜리 사업도 수십 번씩 이모저모를 따지는데 무려 43조원이나 투입되는 거대한 국가사업이 이렇게 허술할 수는 없다.

 

혁신도시의 경제적 효과를 3배나 뻥튀기 한것도 그렇고 혁신도시 조성원가 등에서 터무니 없는 비용이 산출돼 기업들이 들어갈 엄두를 낼 수 없고, 이 곳의 아파트 분양가 역시 워낙 높아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우려되는 등의 비현실적인 사례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한마디로 혁신도시는 사업타당성이 빈약하고 엄청난 후유증만 남길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금 미국발 부동산 거품붕괴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 우리의 건설, 부동산 분야에서의 부실한 개발계획과 정략적 선전 행태는 세계적 악재 속에 화를 더 키우는 일일 뿐이다. 더 이상 정치적 목적의 경제왜곡 현상을 용납하지 않는 결단이 그래서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