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파고를 넘어 희망봉을 찾자
위기의 파고를 넘어 희망봉을 찾자
  • 국토일보
  • 승인 2009.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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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기 칼럼] 동아대학교 교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를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고 있다.

 

어려운 경제상황을 반영하는 각국의 통계수치가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다. 지금 지구촌은 유례없는 불황과 침체의 경제적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심각성은 더하다.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수출이 크게 감소하여 올 1월 수출이 2008년 동기 대비 32% 감소하는 등 최악을 기록했다. 대외의존도가 70%를 넘는 우리 경제의 특성상 수출의 급격한 감소는 경제 위기의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로 제시한 이후 -4% 성장을 전망한 국제통화기금(IMF)과 -6% 성장을 예상한 노무라증권의 전망치는 우리 경제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 정부의 예상보다 더 크게 더 빨리 무너지는 경제 상황은 아닌지 우려감이 앞선다.


 경제 위기의 파장은 건설 및 부동산 경기의 악화로 이어져 건설업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국에 미분양아파트 수가 16만 가구를 넘고 있으며, 분양된 아파트도 지방을 중심으로 입주권을 포기하고 있어 그 숫자를 합치면 미분양 아파트 수는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업도시를 비롯한 대형 랜드마크 사업들이 PF가 안되어 본 계약이 연기되는 등 줄줄이 표류하고 있다.


 국내 건설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의 수주금액(476억 달러)을 기록하면서 건설업계의 호자노릇을 했던 해외건설이 올해 들어서는 수주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국제 유가의 급락 등의 여파로 발주처들이 발주를 미루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늘면서 생긴 현상이다.


 건설업계의 당면한 위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최악의 경제 상황에서 위기의 파고를 넘어 희망봉을 찾을 대책은 없는 것일까?


 역사학자인 아놀드 토인비는 그의 유명한 저서 ‘역사의 연구’에서 인류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으로 설명하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수많은 문명이 등장했다. 그런데 잉카문명, 마야문명, 메소포타미아문명 등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반면. 중국을 중심으로 한 극동문명, 인도문명, 이집트문명 등은 지금도 건재하다.

 

이러한 결과는 재해나 외세의 침략과 같은 도전을 받지 않은 문명은 스스로 멸망해 버렸지만, 오히려 심각할 정도로 도전을 받았던 문명 등은 지금까지 찬란하게 발전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위기를 ‘생존을 위한 도전’이며, ‘또 다른 성장의 기회’라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따를지 모른다. 그러나 도전적 위기 상황에서 수동적으로 대처한 기업과 과감한 혁신을 통해 또 다른 성장의 기회로 삼은 기업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1965년도에 국내 10위 이내에 속했던 건설업체중 현재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업체는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2개 업체 뿐이다.


 IMF 구제금융 위기 때 워크아웃 대상기업이었던 현대건설은 2008년 1년간 7조2,711억원의 매출로 국내 건설사 중 최초 7조원 매출액을 넘어섰으며, 영업이익도 4,802억원으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워크아웃 대상기업이었던 대우건설 역시 최근 3년간 시공능력평가 1위 기업이 됐다.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건설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전략적 관점의 교훈이 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건설시장의 추세는 국내만의 차별성과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국내외 공동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민간투자 사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또한 지속가능한 개발과 환경친화성이 기업경쟁력의 핵심으로 대두되고 있다.


 건설사업 수행방식 측면에서도 단순한 품질보증과 성능보증 차원을 뛰어넘어 발주자의 사업가치 향상을 근간으로 하는 사업보증 요구가 일반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고기능, 고시설의 제공을 전제로 한 원가와 공기의 획기적인 감축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그 동안 불경기 때만 되면 단골메뉴로 강조해왔던 ‘공공공사 물량 확대’, ‘정부 지원강화’ 등으론 이젠 성장이 불가능하다. 전문성에 바탕을 둔 미래지향적인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주택사업 위주의 천수답 구조에서 경쟁력을 갖춘 사업구조로의 과감한 개편이 필요하다.


 아울러 해외건설 시장에서는 Post Oil Dollar시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으며, 엔지니어링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영역에 대한 선진기술력 확보 없이는 미래가 없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미꾸라지가 사는 논에 가물치를 넣으면 미꾸라지가 더 튼튼해진다고 한다.


 일 년 열두 달 꽃이 피어 있는 열대지역의 벌통에서는 꿀을 딸 수가 없다. 꿀벌은 있지만 꿀을 운반해서 저장하는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위기가 건설기업에게는 또 다른 성장의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hglee@d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