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경쟁력이다
디자인이 경쟁력이다
  • 강완협 기자
  • 승인 2008.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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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기회'…차별화된 디자인 개발 '치열'

서울시 '성냥갑' 아파트 퇴출…디자인 차별화 '대세'
대림, 삼성, GS 등 유명 디자이너 영입 디자인 강화
최근 외관 중심서 조경 및 다양한 평면 개발 움직임
 

 

1967년 개장해 폐쇄 위기에까지 몰렸다가 2000년초 경이적인 관람객 수를 기록하며 일본 최고의 동물원으로 탈바꿈한 아사히야마 동물원. 기적같은 성공의 이면에는 바로 '디자인 경영'이 있었다.


디자인 경영을 통한 성공사례는 비단 아사히야마 동물원만이 아니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푸마', 명품 브랜드 '구찌', 미국의 '애플' 등도 파산 직전에서 '디자인 경영'을 통해 지금은 성공한 기업으로 탈바꿈시켰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 가치도 한차원 끌어 올렸다.

 

전통산업시대가 기술과 품질만으로 승부했다면 지금은 디자인이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디자인 경영'이 산업계에서 최근 건설업계로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도 디자인이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성냥갑 아파트'를 시장에서 퇴출하기로 했고, 같은 해 10월 건설업계가 제출한 5건의 건축심의 중 4건을 '디자인 수준 미달'로 반려했다. 지난달에도 건축심의에서 대상사업 6건 중 1건만 조건부로 통과했고, 5건은 디자인 수준 미달로 탈락하는 등 건설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성냥갑 아파트 대신 아름다운 건축물을 유도하기 위해 '공동주택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동주택 설계심사에서 주요 주택(건물)의 형식(40점), 높이(10점), 평면형 및 단면(20점), 입면 및 벽면율(15점), 발코니(15점) 등 배점 항목을 구체화했다. 시는 전체 100점 만점에서 90점 이상을 받으면 용적률은 법정 기준의 10%, 높이는 1.2배, 지상 기본형 건축비는 10%이내에서 각각 인센티브 혜택을 준다는 방침이다. 

 

국내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양시장 침체에 따른 주택사업의 리스크가 커진 상태에서 디자인 차별화로 분양가가 올라가면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러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차별화는 이제 건설업계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이명박 정부도 신도시와 혁신도시 등 주요 국책사업 건축물에 대한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화하는 '디자인 코리아'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함에 따라 주택업체의 디자인 차별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 단지 중앙을 가로지르는 자연하천인 관문천을 살려 조경계획을 수립한 래미안 과천 에코팰리스.

 

◆ 분양가상한제 브랜드 경쟁력 변수

 

현재 주택건설업계는 분양가상한제 등 정부의 규제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 증가로 인해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분양가가 정부의 규제속에 놓이게 되는 분양가상한제의 본격 시행으로 건설업계는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 하락을 고민하고 있다.

 

IMF이후 그동안 차별화된 브랜드에 역량을 기울여 왔던 건설업체로서는 분양가상한제로 품질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자칫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소비자의 눈높이가 이미 높아진 만큼 브랜드 이미지를 생각하면 저가 마감재 등으로 품질을 낮추기도 어렵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따라서 가격이 고정돼 있는 만큼 같은 비용으로 얼마나 더 차별화된 디자인의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가가 분양가상한제 시대의 브랜드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도 이러한 점을 인식, 향후 아파트 브랜드는 '디자인 경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한제하에서 비용부담에 따라 신소재 등 마감재의 차별화가 쉽지 않은 만큼 얼마나 아름다운 디자인 상품인가가 소비자의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될 것이란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톡톡 튀는 자사만의 디자인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 소비자 마음을 잡아라

 

IMF이후 친환경 명품을 콘셉으로 하는 자사만의  브랜드 경쟁을 펼쳐온 주택건설업체들은 최근 디자인 경영이라는 새로운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주택건설업체들의 브랜드 경영은 일단 성공적이었다. 브랜드에 이어 최근에는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자사만의 고유한 디자인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디자인 경영에 있어서는 일단 대형건설업체들이 한발 앞서 있다.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업체들은 아파트 브랜드별로 색채와 외관의 개성을 살리는 것은 물론 국내·외 정상급 유명 건축디자이너를 아파트 설계에 참여시켜 차별화된 '명품아파트'임을 내세우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 2006년부터 국내 정상급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마영범씨와 손잡고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한 화려한 치장보다는 우리 정서에 맞는 인간 중심적이고 생태적 요소를 디자인에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디자인도 최소한의 공간에만 하고 디스플레이는 소비자의 몫으로 남겨놓고 있다. 대림산업의 디자인 특징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편안하면서도 친환경적인 인테리어라 말할 수 있다.

 

대림산업은 업계 최초로 입면 디자인에서 미술 저작권을 획득해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또 지난 2005년에는 아파트 디자인과 관련된 모든 요소를 표준화해 국내 최초로 디자인 지침서인 '토탈 디자인 매뉴얼'을 발간했다.

 

지난해에는 출입구 계단과 장애인 램프가 필요없는 '익스테리어 디자인'을 개발해 특허를 따냈다. 이 디자인은 기존 1층 세대와 같은 높이에 설치돼 오던 엘리베이터 로비를 지면 높이에 설치, 장애인이나 일반 노약자의 불편함을 해소시켰다는 점에서 '휴면디자인'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물산은 디자인의 영역을 건축과 실내 인테리어에서 벗어나 환경, 제품, 시각, 커뮤니케이션으로까지 확대 적용, 디자인 경영을 회사 핵심 키워드로 격상시키고 있다.

 

2006년 주택업계 최초로 영국의 디자인컨설팅업체인 탠저린사와 손잡고 디자인실을 발족시킨데 이어 지난해에는 디자인마스터 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영국 항공의 비즈니스클래스를 신개념으로 설계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이돈태 디자이너를 디자인 고문으로 영입하면서, 디자인 경영이 본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물산은 디자인을 강조한 아파트 신평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개발한 신평면으로는 맞벌이·신혼부부, 전업주부, 성인 자녀를 둔 부부 등을 위한 단독주택 같은 중정(건물과 건물사이의 마당)형이 있다. 또 새로운 트렌드인 3.5~4.5베이 구조평면을 비롯해 모두 30여건에 달하는 테마형 신평면을 선보이고 있다. 중대형 아파트에는 전통주택과 같은 중정을 설계, 자연을 아예 집안으로 끌어들였다.

 

삼성물산은 특히 소비자들이 기대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주부, 학생, 직원들을 대상으로 디자인 공모를 실시, 다양한 디자인을 발굴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2006년 주택업계로는 최초로 산자부로부터 굿디자인마크 획득을 비롯해 독일의 레드닷디자인협회로부터도 디자인상 수상, 올 2월에는 세계 조경가대회에서 아파트 단지조경 디자인부문에서 성남 금광래미안과 과천 에코팰리스가 각각 본상인 '어워드 오브 액설런스'와 '메리트 어워드'를 수상했다.

 

GS건설 '자이'는 지난 2005년부터 '디자인에 의한 Value Innovation(가치혁신)'을 선포하며, 10인의 사외 전문가로 구성된 '자이 디자인 위원회'를 운영중이다. 이 위원회에서 아파트 내·외관 디자인 및 신평면 개발에 주력하면서 주거문화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분양한 아파트부터 통합적 외관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원경에서의 특별함의 경험'이라는 모토아래 외관 상층부의 주경과 야경을 고려, 옥상 지붕라인을 덧씌우고 경관 조명을 강조했다. 또 지난해 아파트의 출입구 안쪽에 설치된 계단을 따로 공간을 만들어 설치함으로써 호텔로비같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 '자이안 로비'는 GS건설이 특허를 냈다.

 

GS건설 최임식 상무는 "입주자 개개인이 원하는 대로 변경할 수 없는 외관 및 공용공간의 디자인은 주택의 장기적 가치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분양가상한제에서도 고객에게 특별함을 제공하는 최선의 방법은 디자인이다"라고 말했다.

 

동부건설은 올해 들어 '센트레빌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고 앞으로 분양할 아파트의 외관과 색채 기준을 마련해 통일된 디자인을 선보이기로 했다. 이 회사의 디자인 철학은 '대한민국에 하나밖에 없는 아파트를 짓는다'는 센트레빌의 브랜드가 잘 말해준다.

 

동부건설은 디자인 중심의 고객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고, 도시생활의 라이프사이클과 트렌드가 반영된 상품개발 강화를 위한 센트레빌 주부 프로슈머 그룹 '명가연'을 확대 운영하는 등 디자인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명가연을 통해 제안된 아이디어들은 모두 센트레빌 디자인을 한층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아이템으로 실제 분양되는 아파트에 적용되고 있다.

 

동부건설은 2001년 센트레빌 브랜드 런칭시기부터 아파트 외관 차별화 전략을 펼쳐 국내 아파트 최초로 서울시로부터 경관조명부분 건축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벽산건설은 '디자인 투모로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아파트에 디자인을 입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기존 내력벽 대신 기둥이 층간 무게를 지탱하는 '플랫슬래브 평면구조'를 적용, 입주자가 마음대로 벽을 옮겨 공간 구조를 변경할 수 있는 '셀프 디자인 프로젝트'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밖에 쌍용건설은 지역·연령·평형별로 아파트 외관과 평면, 공간 설계를 다르게 하는 디자인을 개발해 13건이나 저작권 등록을 하는 등 디자인·설계 차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디자인의 진화 어디까지...

 

그동안 아파트 디자인이 주로 외관에 치중한 것이었다면 향후에는 내부 구조 및 인테리어, 설비 부문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러한 추세는 최근 분양중인 아파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요즘은 '사각'에서 벗어나 'ㄱ' 'ㄷ' 등 변형된 삼각형?타원형 아파트 구조가 나오고 있다. 이는 업체들이 외관 차별화를 위해 독특한 디자인을 개발하면서 내부 구조 변화도 자연스럽게 나타난 결과로 분석된다.

 

얼마전 분양된 부산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와 아이파크는 다양한 형태의 평면구조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해운대 아이파크는 평면도수만 무려 199개. 199개의 평면들은 ㄱ자 평면에서부터 한 면만 외부와 접한 삼각형, 끝이 뾰족한 낫, 배 옆모습까지 다양한 모습들을 선보였다. 두산위브더제니스는 타원형을 비롯해 U자, 잠수함 모양의 평면을 개발해 실제 적용했다.

 

최근에는 웰빙에 이어 건강까지 고려한 '로하스' 트렌드에 따라 단지에 텃밭을 조성하는 가 하면 연못이나 실개천, 정원, 숲속 산책로를 도입하는 등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조경을 고려한 단지가 늘어나는 추세다. 또한 단지내 시설 및 커뮤니티 문화 등을 기본으로 실버케어센터, 미디어센터 등 입주민의 편의와 감성을 자극하는 새로운 시설들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kwh@cdaily.kr